
“대한민국 남부권의 심장은 어디가 될 것인가.” 2026년 7월 1일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두고 최근 지역 언론들은 기존 수도권 체제에 대응하는 남부권 경제 거점이 될 것이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지난 1986년 분리 이후 40년 만에 이루어지는 재결합이라는 거창한 비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통합의 핵심 동력이 되어야 할 주청사 위치 논의를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간 손익 계산과 표심을 의식한 후보자들의 침묵 속에 행정 대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실종된 듯 보인다.
주청사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물리적·가시적 통합이 아니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통합의 변화, 일상을 영위하고 효율적인 행정 서비스를 받게 되는 변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형적인 청사 배치를 넘어서 ‘심리적·시스템적 통합’의 미래 설계다. 단순히 물리적인 접근성만이 아닌 시민을 위한 포용성이 필요하다.
다심제(Multi-center) 청사는 ‘정치적 절충’을 넘어선 ‘기능적 혁신’의 거점이어야 한다. 통합특별시가 지향하는 광주, 무안, 순천의 ‘3개 청사 분산 운영’은 단순히 지역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정치적 절충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는 조직론적 관점에서 수평적 분화를 통해 각 권역의 특수한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유기적 조직으로의 진화여야 한다. 광주청사는 AI와 미래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무안청사는 자치행정과 농수산 실무의 허브 역할을, 동부청사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 이원화되었던 교통망과 산업 배치를 하나의 계획 아래 통합 조정하는 ‘정책 조정 기제’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행정 재배치를 통한 시스템적 전문 행정 구축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구조적 결합’보다 더 무서운 ‘문화적 충돌’과 내부 마케팅 문제도 있다. 지리적 분산은 필연적으로 조정 비용 증가와 부처 할거주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서로 다른 조직 문화를 가진 구성원들이 마주할 심리적 이질감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출신 지역에 따른 비공식적인 장벽이 세워진다면, 첨단 ICT 기술로 청사를 연결해도 조직의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시급한 것은 청사의 위치가 아니라, 대규모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구성원들을 능동적인 ‘변화의 주체’로 격상시키는 내부 마케팅이다. 투명한 인사 기준과 직무 전환 교육을 통해 공무원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통합특별시의 미래와 일치시킬 수 있도록 돕는 인적자원관리(HRM) 차원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도적 통합을 넘어 ‘화합의 거버넌스’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주청사 논의가 소지역주의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민·관·산·학·연 통합 자문 기구’의 상설화를 제안한다. 주청사의 위치가 어디든 행정 서비스가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하는 ‘이동형 행정 오피스’ 도입이나 ‘권역별 책임 행정관제’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갈등의 화약고가 아닌 상생의 플랫폼으로서 청사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지자체장과 정치권은 눈앞의 표심보다 백년대계의 행정 효율성을 먼저 고민하는 결단력을 보여야 할 때다.
‘디지털’을 넘어 ‘공감’으로 완성되는 제도적 안착도 필수적이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유기체이다. 3개 청사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하드웨어적 연결을 넘는 소프트웨어적 공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디지털 트윈’ 기반 실시간 협업 시스템이 아무리 우수해도, 구성원 간 유대감과 신뢰가 없다면 의사결정 병목 현상은 피할 수 없다.
광주와 전남의 시·도민들도 ‘내 집 앞 청사’라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메가시티가 가져올 거시적 변화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우리가 하나로 뭉쳐야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을 깰 강력한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광주가 꿈꾸는 미래는 거창한 구호에 있지 않다. 행정기관, 대학, 기업이 ‘원팀(One Team)’으로 결속해 시민 안전과 이동 편의를 지켜내는 견고한 토대가 바로 진정한 통합의 모습이다. 정치적 이해타산은 제쳐두고, 구성원의 마음을 먼저 통합하는 ‘따뜻한 행정’, 포용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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