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단순한 행정 구역의 결합을 넘어, 인구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남도권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구축하는 역사적 과업이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되면서 집행부의 권한과 기능에 대해서는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통합 시대를 견인하고 거대 행정기구를 견제해야 할 ‘의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전남광주특별시 의회의 구성안에 대해 정교하고도 과감한 설계도를 내놓아야 할 때다.
의회 구성의 출발점은 평등 선거의 원칙, 즉 ‘표의 등가성’이다. 그러나 현재 광주와 전남의 의회 실태를 들여다보면 심각한 불균형을 노출하고 있다. 전남은 약 2만 9천명당 1석(총 61석)인 반면, 광주는 6만 명당 1석(총 23석)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광주 의원 1인이 대변해야 할 유권자 수가 전남보다 2.1배나 많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선거구 간 인구 편차 기준인 ‘2대 1’을 이미 초과한 수치다. 헌재는 1995년 4대 1, 2001년 3대 1의 불평등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2014년에는 2대 1을 초과할 경우 평등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만약 현재의 의석 비중을 그대로 안고 통합특별시 의회를 출범시킨다면, 광주 유권자의 투표 가치는 전남의 절반 이하로 저평가되어 출발부터 위헌 논란이라는 정당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광주는 인구 비례에 맞춘 의석 증원을 요구하고, 전남은 인구 소멸 지역의 지역 대표성을 사수하려 하는 이 팽팽한 대립 속에서 의원 수를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통합특별시 의회의 적정 의석수를 105석으로 제안한다. 첫째, 헌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광주와 전남의 현재 의석을 단순히 합친 84석 체제로는 앞서 언급한 인구 편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전남의 현행 대표성 기준을 광주에 적용할 경우 광주 의석은 최소 35석에서 최대 48석까지 늘어나야 한다. 105석으로 전체 규모를 확대 조정하여 광주에 약 46석, 전남에 약 59석을 배분할 때 비로소 헌재의 기준을 안정적으로 충족하며 광주 유권자의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다.
둘째, 행정적 견제 역량의 강화다. 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 예산 규모는 약 20~25조 원, 공무원 조직은 수만 명에 달하는 초거대 지방정부가 탄생한다. 시·도청뿐 아니라 교육청과 50여 개에 달하는 산하 공공기관을 철저히 감시하려면 의회의 전문 상임위 체제가 필수적이다. 105명 규모일 때 약 10~11개의 상임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으며, 이는 서울(112명), 경기(156명)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거대 광역단체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예 규모라 할 수 있다.
셋째, 105석 체제는 전남 농어촌 지역구의 급격한 소멸을 막아 ‘공간의 대표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광주에는 통합의 대가로 의석 확대라는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통합의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의석수만큼 중요한 것이 선출 방식의 혁신이다. 필자는 지역성과 정당 지지율을 조화롭게 결합할 수 있는 ‘독일식 혼합형 비례대표제(MMP)’ 도입을 제안한다.
MMP 제도는 전남이 인구가 적더라도 지역구 의원을 최대한 유지하여 농어촌의 목소리를 지키고, 광주는 정당 투표 결과에 따른 의석 배분을 통해 인구수에 걸맞은 총 의석수를 보장받는다. 특히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사표’를 방지하고 민심을 의석에 정확히 투영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또한, 이 제도는 비례대표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면 광주의 AI 산업 전문가, 전남의 에너지 및 농수산 혁신 전문가들을 의회로 대거 수혈할 수 있다. 지역구 이해관계에만 매몰되지 않고 정당의 정책으로 승부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105석의 구체적인 배분안을 보면, 광주권역은 지역구 30석(70%)과 비례대표 16석(30%)을 합쳐 46석으로 구성하고, 전남권역은 지역구 44석(70%)과 비례대표 15석(30%)을 합쳐 59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때 비례대표 31석의 선출 방식은 ‘권역별 명부제’와 ‘직능별 쿼터제’를 활용해야 한다.
전남광주특별시의 성공 여부는 집행부의 효율성만큼이나 의회의 민주적 대표성에 달려 있다. 표의 등가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과 지역 소멸 위기 속의 ‘지역 대표성’이라는 현실을 조화시키는 작업은 매우 고통스럽고 정교한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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