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라운지] 번영했던 광주의 골목상권, 향수가 아닌 회복으로 거듭나기를

@양동민 호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6.01.08. 18:00
양동민 호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1990년대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 필자가 학부생으로, 대학원생으로, 강사로 20여년을 기거했던 전남대 인근은 지역의 생활과 문화, 청년 세대의 꿈을 맘껏 피워내던 공간이었다.

특히 전남대 후문은 누군가의 생일, 누군가의 기념일 혹은 아무 이유없이 기분전환을 위해 찾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가득했던 핫한 장소였다. 학생, 직장인, 주민, 그리고 창업가가 골목을 가득 메우며, 카페, 술집, 책방, 공연장이 서로 어우러진 하나의 작은 생태계였다.

최근 찾았던 전남대 후문거리는 그 때의 번잡한 소음과 활력 대신 임대 문의 현수막과 폐업 안내문이 잔뜩 붙어 있는 높은 공실률과 낙후된 상점, 인적이 드문 거리로 변모했다. 개인적 추억을 머금은 그곳의 황폐함이 주는 아쉬움은 비단 전남대 후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처럼 가족들을 데리고 나선 구시내 나들이는 민망할 정도로 고요하고 차분했다. 광주의 대표 상권이었던 충장로와 금남로 역시 그 상징성과 위상은 이미 일부 타 상업지구로, 온라인으로, 대형 쇼핑몰로 이동했다.

골목상권은 지역 경제의 기반이자 사회공동체의 심장이다. 20만명의 광주 소상공인 종사자들에 대한 고용이 그곳에서 시작되며 지역 순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더불어 지역 주민들의 주요 생활권이자 사회적 유대와 지역 문화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공동체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은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상가시장에 더 큰 타격을 주었고 이는 지방 상권 소외와 쇠퇴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더불어 온라인 소비 트렌드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위한 유동인구를 감소시키고 있고 개발 및 재개발, 시장정비는 상가 공급을 증대시켜 상가공실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대형쇼핑몰의 매출 및 고객잠식은 골목상권 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광주의 골목상권 역시 지역별로 서로 다른 사정과 여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공통적으로 구조적 침체 위기를 겪고 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공실 증가와 유동인구 유출, 특정 시간대, 업종에만 수요가 몰리는 불균형 상권 구조, 단기 트렌드 위주의 업종 교체 반복이라는 악순환, 생활 밀착형 소상공 상권의 경쟁력 확보 미흡 등이 그것이다.

전국 단위에서 성공적인 골목상권 활성화 사례로 제시되고 있는 경주 황리단길, 전주 객리단길, 부산 해리단길, 서울 세로수길과 같은 골목상권들의 번성에는 공통적인 성공요인들이 있다.

경주 황리단길은 폐쇄된 철도 노선을 뉴트로 카페·디저트 거리로 재탄생시켜 관광객을 끌어들였으며, 전주 객리단길은 한옥마을 인접 구도심을 규제 완화와 청년 창업으로 MZ 핫 플레이스로 탈바꿈시켰다.

부산 해리단길은 철길 주변 낡은 주택을 감성 카페·맛집으로 개조해 해수욕장과 연계한 산책로 상권을 만들었고, 서울 세로수길은 가로수길 옆 뒷골목에 브런치·갤러리 중심의 저녁 상권을 육성하며 상권 세대교체를 이루어 냈다. 이들 모두 주민 주도의 차별화 된 골목상권 정체성을 확보했다.

주민과 상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상향식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상권 단위 브랜딩을 차별화하였으며 변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수반됐다. 즉, 상권의 독특한 로컬 브랜드 개발, 주민과 상인들을 주축으로 한 거버넌스 구축, 운영에 있어 새로운 접근과 실행이 골목상권 활성화의 주요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광주 골목상권 역시 새로운 번영을 위해서는 상권 단위에서의 전략과 거버넌스, 로컬 브랜드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 먼저, 로컬 브랜드 상권의 육성이 필요하다. 전남대 후문을 '청년·인문·대학문화의 거리', 충장로를 '광주다운 역사·문화·콘텐츠의 거리'로 특화할 수 있듯 각 골목상권 별 차별화 된 로컬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

각 상권이 가진 스토리와 정체성을 명확히 규명, 설정하고 이에 맞는 업종, 공간, 행사를 선별적으로 유치해 상권별 차별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상권별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장기적으로 로컬브랜드를 키워갈 수 있도록 임대료 안정장치, 로컬 크리에이터 유입 지원, 앵커 스토어 육성 정책 등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거버넌스와 상생협력의 강화이다. 골목상권을 하나의 지역 경제 생태계차원으로 접근해 지자체, 상인, 임대인, 창업자, 시민이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골목상권협의회를 구성, 주도적으로 각 상권에 적절한 상생계획을 수립하며 공동으로 구매, 마케팅, 배송, 이벤트를 운영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이와 함께 대형몰과의 상생 프로그램도 필수적인데, 대형몰 구매와 연계한 골목상권 캐시백 프로그램, 골목상권 업체가 대형몰 내 입점하는 팝업스토어, 대형몰 방문객 연계 플리마켓과 같은 공동이벤트 등이 대형몰과 골목상권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온라인 전환 가속화가 필요하다. 이는 온라인 시장 진출, 온라인 마케팅, 지역 화폐의 페이결제 통합 및 확대, AI상권 분석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획과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 번영했던 광주의 골목상권이 단순히 우리들 기억 속 향수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회복의 기점이 되기 위해 지자체, 지원기관, 시민, 소상공인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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