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인가, 테마파크인가···광주 '명소화' 전략을

입력 2024.11.14. 10:56 이삼섭 기자
■‘5·18&스포츠 관광, 광주에 스토리 입히자’ - 경기장도 관광지다
도쿄돔시티, 원스톱 공간에 연간 수백만명 발길
돔구장과 복합쇼핑몰 결합 '스타필드 청라' 기대
챔필·월드컵경기장 활용 전략 시급…차별화 관건
일본 '도쿄 돔 시티' 전경. 1988년 개장한 도쿄 돔 구장을 중심으로 테마파크, 호텔, 쇼핑몰 등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어 사시사철 방문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도시가 스포츠 관광을 활성화하려면 경기장을 단순히 경기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관광 명소로서 다각화해야 한다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스포츠 시설에 문화적·역사적 요소를 결합하거나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상징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경기장 그 자체로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광주가 스포츠 관광으로 주목을 받으려면 경기장을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 인프라와 결합한 '차별화된 전략'이 필수적이다. 공간 간 연계와 결합뿐만 아니라, 공간과 지역 정체성을 담은 스토리를 녹여내야 팬들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청라와 연계해 지어지는 청라 돔 야구장을 비롯한 국내외 경기장의 '명소화' 전략이 주목받는다. 특히 쇼핑몰이나 다양한 경험 시설을 갖춰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스포츠 관광지'로 맹활약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장은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

일본 도쿄 중심에 자리 잡은 도쿄 돔 시티(Tokyo Dome City)는 스포츠 관광의 성공적인 사례로, 스포츠 경기장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결합한 복합 단지다.

이곳은 일본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 돔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그러나 스포츠 경기장 외에도 쇼핑, 오락, 숙박, 식음료 등 다양한 관광 요소를 결합해 연중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복합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도쿄 돔 시티의 핵심은 스포츠 경기장을 여가, 쇼핑·엔터테인먼트와 결합했다는 데 있다. 1988년 개장한 도쿄 돔 구장은 이미 일본 프로야구 역사의 한 축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라는 데서 '야구 성지'로서 명성을 갖고 있다.

도쿄 돔 시티는 이 같은 명성을 기반으로 스포츠 팬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관광객과 일반 여행객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놀이공원에는 스포츠에 관심이 없더라도 남녀노소가 하루 종일 머문다. 또 대규모 쇼핑몰과 다양한 레스토랑, 카페, 영화관, 볼링장 등이 있어 야구 경기나 콘서트를 보러 온 방문객들이 경기 전후에도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이에 더해 온천 스파와 같은 시설은 일본식 온천 체험을 제공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스포츠 관광' 이후 힐링 코스로 자리잡았다.

특히 복합단지 내 특급호텔과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는 교통접근성 덕분에 당일 방문객뿐만 아니라 장기 체류 관광객도 유입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른바, 스포츠와 관광, 숙박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그러면서 도쿄 돔 시티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연간 수백만명을 유치하면서 도쿄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변 상권과 연계해 많은 고용과 서비스업 활성화를 유도해 스포츠 경기장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경기장은 '엔터테인먼트'…SSG의 실험 주목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은 오래전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를 전국 곳곳에 출점한 정 회장은 스포츠 경기장(야구장)을 단순히 경기장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라고 본 것이다.

이 같은 인식에서 옛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인수한 정 회장은 그의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인천 청라신도시에 짓고 있는 '스타필드 청라'에 돔 구장을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특화된 호텔과 인피니티풀을 계획에 넣어 스포츠 경기와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게 개발한다. 청라 돔 야구장이 실현될 경우 스포츠 경기를 보는 걸 넘어 쇼핑·레저·숙박이 결합된 하나의 복합시설이 구현된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막대한 비용에도 '돔 구장'을 고집했는데, 문화공연시설이나 복합문화공간은 '날씨와 관계없이' 언제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돔 구장을 하게 될 경우 스포츠 경기 외에도 콘서트나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치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스타필드 청라가 생기면 연간 2천5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3만명(쇼핑몰 2만 명, 멀티스타디움 1만 명) 규모의 고용창출, 5조원(쇼핑몰 3조3천억 원·멀티스타디움 1조7천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돔구장은 사계절 내내 꾸준히 이용할 수 있어 '스포츠 관광'의 비수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더군다나 유지비가 많이 드는 대형 경기장은 비수기(비시즌) 동안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비시즌 동안 콘서트, 전시회, 기업 행사, 컨벤션 등 다양한 이벤트 개최 함으로써 경기장 사용률을 높여 운영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다.

◆잊혀지는 월드컵 4강 신화·V12…스토리를 입혀라

광주는 여러 국제 스포츠 행사를 통해 충분한 경기장을 갖추고도 '명소화'에 소홀했다. 특히 V12에 빛나는 야구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무등야구장(챔피언스필드)은 시즌을 제외하면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

또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가 이뤄진 '광주월드컵경기장' 또한 20년 넘게 A매치도 제대로 한 번 치르지 못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특히 광주월드컵경기장은 '이곳은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로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경기장입니다'라는 문구로 자부심을 드러내지만,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광주는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이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이면서도 경기장마다 고유한 차별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철 조선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스포츠 관광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방송토론에서 "스포츠 관광 소비는 0차로 경기 전에 경기장 주변에서 소비하고, 1차로 경기장 내에서 하고, 2차로 경기가 끝난 직후 경기장 주변에 소비한다"며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나 광주FC 경기장을 보면 주변 소비 지출, 특히 젊은이들이 경기 전후로 이용할 수 있는 상업시설이나 호텔, 문화시설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도쿄 돔은 주변에 (문화 복합 시설 등) 클러스터가 잘 만들어져 있다"며 "몇만명의 경기 관람객이 경기 전에 소비하고, 들어와서 소비하고, 끝난 뒤에 소비한다"고 선진 사례를 들었다.

김 교수는 "그러나 광주-KIA 챔피언스필스 주변을 보면,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요 콘텐츠가 없으니 관람객들이 머물지 못하고 경기만 보고 떠난다"며 "그만큼 경기장 주변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장 주변 환경을 바꿔보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장 명소화 구상…"챔필, 돔 구장으로"

다행인 것은 광주 또한 주요 경기장의 '명소화'를 추진 중이다.

우선 광주 V12를 배출한 타이거즈의 홈구장을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개발이 완료되는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와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 부지에는 복합쇼핑몰(더현대 광주)이 들어설 예정으로, 많은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시는 옛 전방·일신방직 개발 회사와 협약을 통해 두 공간을 잇는 사이를 '야구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단순히 조형물을 세우는 게 아닌, 연도형 상가(거리를 따라 들어선 상가)를 여러 채 건립해 야구장과 옛 전방·일신방직 개발터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광주FC 홈구장(월드컵경기장·축구전용구장)이나 페퍼스 배구단 홈구장(염주체육관)이 있는 염주체육단지 일대의 복합화 또한 추진하고 있다. 스포츠와 오락을 결합한 '스포테인먼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단순히 여러 시설을 복합화하는 게 아닌, 광주의 고유성과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광주시의 체계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KIA-챔피언스 필드를 리모델링해 돔 구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4계절 특성상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기후변화로 날씨를 예측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 교수는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나라는 미국과 유럽, 일본인데 이들 나라의 최근 경기장 건립 트렌드를 보면 실내 경기장 위주로 가고 있거나 지붕을 개폐식으로 설계하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소피 스타디움은 경기장을 먼저 건립하고 지붕을 씌웠는데,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가 기후 변화에 대비한 답이 될 것 같다"며 돔 구장으로 리모델링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체육시설 건립은 막대한 예산이 수반돼 지금부터 준비하더라도 공론화와 완공까지 5∼10년은 족히 걸리는 중장기 사업이며, 광주시의 정무적 판단이 요구된다"며 "분명한 것은 앞으로 기후 변화에 대비한 체육시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광주에서 국내 최초로 세미 돔 구장 건립이 현실화되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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