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치유의 섬-완도

대한민국 치유1번지 '해양치유 시대 열다'

입력 2024.03.12. 16:34 이윤주 기자
해양치유의 섬-완도가 뜬다①프롤로그
맥반석·리아스식해안·난대림까지
섬 어디든 머무는 시간이 곧 ‘치유’
최고 해조류 양식기술 세계가 주목
국내 첫 해양치유센터 개관 거점으로
바이오·관광까지 글로벌 메카 도약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완도 청산도에 가면 느림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다. 꽃이 만발한 청산도를 거니는 사람들. 완도군제공

해양치유의 섬-완도가 뜬다①프롤로그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다.

마치 생이 시작됐던 어머니의 자궁처럼, 그곳에 가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잠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서서 따사로운 햇살 속에 소금기 머금은 바람을 쐬고 있으면, 내 몸 구석구석 찌들어있던 묵은것들이 씻겨내리는 듯 하다. 바다가 지닌 치유의 힘이다.

바다가 품은 해양자원이 주목받고 있다. 수천년 인류를 지탱해 온 먹거리를 넘어 이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바다를 품고, 바다를 먹고, 바다를 즐기며 건강과 힐링을 누릴 수 있는 곳. 바다에서 비롯된 모든 자원을 활용해 미래를 준비하며 대한민국 해양치유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완도가 그곳이다.


◆자연이 준 선물… 깨끗한 기후·청정한 바다

완도는 자연 지형이 해양치유에 적합한 것으로 유명하다.

265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군도를 이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2천200여종의 바다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해양 생태계의 보고'다. 섬 대부분이 리아스식 해안으로 갯벌과 해조류가 숲을 이룬 옥색바다가 펼쳐져있다.

완도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바다 밑에 깔려 있는 맥반석이다.

특히 해저지반의 90%를 차지하는 맥반석은 '청정 완도'의 일등공신이다. 정화작용이 뛰어나 해양생태등급 1등급인 청정 바다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또 생리 활성 촉매, 풍부한 자체 영양염류 등으로 완도에서 나는 해조류의 뛰어난 맛과 향에 영향을 준다.

실제 완도에서 난 미역과 다시마를 비롯한 해조류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돼 있고, 바지락과 꼬막은 철과 아연의 함량이 전반적으로 높은 연구결과도 있다.

깨끗한 해양기후도 강점이다.

완도 해양치유의 중심지인 신지 명사십리해변은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를 닮은 자연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또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해변에만 부여되는 국제 인증인 '블루플래그'를 국내 최초로 획득했으며 4년 연속 재인증을 받았다. 공기 중 비타민이라는 산소 음이온이 도시 대비 50배가 많아 남해안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미세먼지가 없어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다.

완도의 자원은 바다만이 아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난대림도 보유하고 있다. 전국 난대림 면적의 35%에 이른다.

난대림은 사계절 내내 푸른 상록활엽수가 자생하는 산림이다. 연평균 14도 이상에 강우량 1300~1500㎜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난대수목들이 자라난다. 우리나라는 완도·해남 등 남해안과 제주도·울릉도 등 북위 35도 이남에 주로 분포한다.

완도의 주산인 상왕산에 자리한 완도수목원은 국내 유일의 국립 난대수목원으로 지정됐다. 붉가시나무·구실잣밤나무·황칠나무 등 770여 종의 난대 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수달·삵·황조롱이·북방산개구리 등 법정보호종을 포함한 872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바닷속 맥반석에서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 그리고 난대림까지 한곳에 다양한 특징을 가진, 매우 뛰어나고 독특한 자연생태환경을 품은 곳이 바로 완도다.

완도 장보고기념관 내부에 전시된 장보고선. 완도군제공

◆바다, 삶의 터전이 되다

완도는 서남해안 끝자락에 자리했지만 예로부터 이름난 곳이다.

오래전 해양영웅들의 역사가 시작된 고장이다.

완도는 해상왕 장보고가 터를 잡은 곳으로 익숙하다. 1천200여년 전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동남아 해상무역을 제패했던 해상왕 장보고는, 바다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고 있는 지금의 완도와 많이 닮아 있다.

이순신 장군과의 인연도 빠질 수 없다. 완도 고금도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한 곳이다.

1598년 2월 고금도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한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수군을 정비했고, 그해 7월 진린이 이끄는 명나라 수군과 연합 수군을 결성했다. 그리고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은 나라와 백성을 구하고 쓰러졌다. 지금도 고금도에는 이순신 장군의 가묘와 그를 기리는 충무사 등 다양한 유적지가 있다.

바다농사를 처음으로 일군 곳도 완도다.

이곳에서 미역, 김, 전복 등 해조류 양식이 최초로 시작됐다.

글로벌 K-푸드인 김은 조선시대 조약도 정시원씨가 최초 양식한 것으로 기록돼있으며, 2017년에는 완도 지주식 김양식이 국가중요어업유산에 등재됐다. 미역, 다시마, 톳, 청각 등 해조류도 완도 해역에서 첫 시험 양식에 성공한 후 최대 주산지가 됐다. 현재 다시마는 국내 70%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역(40%), 톳(25%)도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전복도 완도에서 최초로 양식기술이 보급돼 현재 전복 생산량이 전국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완도군이 운영하는 해양치유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것이 노르딕 워킹이다. 바닷가에서 해풍을 맞으며 걸으면 해양에어로졸이 풍부해 치유효과가 뛰어나다. 완도군제공

◆세계가 주목한 바다 농장 '완도풀'

완도의 바다는 세계적인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21년 미국 우주항공국인 나사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이 시작이었다.

그해 4월23일 나사는 완도군 해조류 양식장 전경을 인공위성에서 찍어 지구전망대(Earth Observatory) 사이트에 공개했다. 나사의 인공위성 '랜드샛 8호'가 촬영해 보내온 이미지였는데, 당시 나사는 이 사진에 '한국 해역의 녹색 수확'(Green Harvest in South Korean Waters)이라는 제목과 함께 친환경 양식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나사는 다른 식재료 생산 방식에 비해 해조류 양식은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물이나 비료를 필요로 하지 않아 환경에 매우 작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완도의 따뜻하고 조수가 강하지 않은 얕은 바다는 다시마와 김, 미역을 기르는데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나사가 쏘아올린 사진은 세계인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어모았다.

완도에 가고 싶다는 이들이 늘어나며 국제기구와 해외 양식업 종사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에는 세계자연기금(WWF)과 영국, 미국, 캐나다 해조류 관련 종사자들이 완도군 해조류 양식장과 가공 시설을 찾아 기술력을 확인했다. 이어 같은해 9월에는 세계은행(WB) 양식 관련 국제사업 컨설팅 기관인 '해치 이노베이션(Hatch innovation)'과 수산양식관리협의회 한국사무소 관계자들이 해조류 양식장과 가공시설을 방문했다. 완도의 우수한 해조류 양식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친환경 국제수산물 ASC인증도 꾸준히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해조류가 탄소흡수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에너지부 산하 기관을 통해 해조류 양식 시스템 구축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청정한 해역과 풍부한 해양자원을 갖춘 완도를 향해 세계인들은 이제 양 손으로 'V'자를 들어올리며 '완도풀(Wandoful:Wando+Wonderful)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돌아보면, 완도가 국제적인 도시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2007년 청산도가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에 선정되며 이목이 집중됐다. 그 후 2018년 세번째 인증을 받으며 완도 전역이 슬로시티가 됐다. 청산도에 가면 느림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다. 슬로길 42.195㎞와 느림보 우체국 등 천천히 걷다가 쉬며, 바다를 보고 멍도 때릴 수 있다. 주민 2천500여명이 살고 있는 이곳에 '쉼'을 찾아 연간 그 100배에 달하는 25만명이 다녀가고 있다.

완도 신지 명사십리에 문을 연 해양치유센터는 해양치유산업의 핵심시설이다. 다양한 해양자원을 활용한 16개의 치유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탁 트인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치유를 선사한다. 완도군제공

◆한국형 해양치유 1번지…웰니스관광 메카로

우리나라 해양치유는 완도에서 비롯됐다.

해양치유는 바닷바람, 파도소리, 바닷물, 갯벌, 백사장, 해양생물 등 바다 자원을 활용해 체질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등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이다.

100여년전부터 해양치유가 활성화된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사례를 보며 완도군은 2015년 해양수산부에 해양치유산업을 처음 제안했고, 2017년 해양치유산업 선도 지자체로 선정됐다.

완도에서 나고 자라 수산전문가로 일생을 살아온 신우철 완도군수를 중심으로 공무원들이 함께 일군 결실이다. 모두가 처음이라 쉽지 않았지만 풍부한 해양자원을 바탕으로 치유와 힐링을 위한 다양한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연구개발과 함께 해양치유문화 확산에 집중했다.

섬 곳곳에 해양치유 관련 시설들을 조성하는 한편 관련 제품 연구개발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해양치유 문화 확산에 주력했다.

10여년을 해양치유 인프라 구축해 힘써온 완도군은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지난해 해양치유센터가 신지 명사십리에 문을 열며 해양치유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320억을 투입해 각종 해양자원을 활용한 시설을 갖춘 이곳은 '완도형 해양치유' 그리고 나아가 '한국형 해양치유' 확산의 거점이 되고 있다. 또 해양기후치유센터, 해양문화치유센터, 청산 해양치유공원, 약산 해양치유체험센터, 해양바이오연구단지 등 공공시설도 모두 완공이 돼 운영중이다. 해양치유 호텔&리조트, 레지던스, 골프 테마파크 등은 민간투자로 조성될 계획이다.

해양자원에서 시작된 완도의 도전은 섬 전역으로 이어진다. 비교우위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완도 전역을 '치유의 섬'으로 만들어 웰니스 관광의 메카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무등일보는 기획시리즈 '해양치유의 섬-완도가 뜬다'를 통해 우리나라에 해양치유를 도입하고 국내 최초 해양치유센터 개관과 함께 대한민국 해양치유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완도군의 지난했던 여정과 역할 그리고 비전을 깊이있게 조명한다. 또 치유에서 바이오, 관광까지 해양신산업을 집중 육성해 지역 소멸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해양치유를 넘어 완도 전역을 '치유의 섬'으로 조성해가는 과정도 담는다. 수천년 삶의 근간이었던 바다에서, 다시 새로운 미래를 끌어올리는 완도의 매력적인 변신이 시작된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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