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등 통해 사진명소로 '입소문'
'어렵다' 인식 깨고 '대중 눈높이' 맞춰
"코스요리처럼 장르 다양" MZ 취향 저격
최근 개막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시 3종의 인기가 뜨겁다. 특히 주말에는 하루 평균 5천명 이상이 ACC 전시장을 방문할 정도로 찾는 이가 많다.
AC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일 개막한 '디어 바바뇨냐', '이음 지음', '가이아의 도시' 등 도시 문화 관련 전시 3종이 입소문을 타고 관람객이 급증, 지난해 관람객 수 250만 명을 돌파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인기 배경에는 그동안 '어렵다'고 인식됐던 ACC의 전시들이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며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오는 6월 16일까지 복합전시 1관에서 펼쳐지는 '디어 바바뇨냐: 해항도시 속 혼합문화'는 아시아 도시문화 연구의 일환으로 해항도시의 혼합문화를 주제로 한 융·복합 전시다.
예술 작품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되는 아시아 해항도시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살피고 문화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소개하고자 기획됐다.
'디어 바바뇨냐'를 찾은 방문객들은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마치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듯 한 기분을 느낀다.
전시관 양 벽면에 설치된 가로 48m, 높이 9.8m의 초대형 스크린은 거대한 바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망망대해 한 가운데 있는 듯 관객을 몰입시킨다.
또 오마스페이스의 '황금빛 여정'은 인도 코치 향신료 시장을 오마주한 작품으로 아시아의 다양한 향으로 관람객의 후각을 자극한다.
박근호의 '무역감정'은 과거 중국 취안저우의 무역항이 번성했던 과거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가져다 놓은 비단, 보석 등 선택에 따라 다양한 패턴의 빛과 소리로 시각과 청각을 매료시킨다.
인터랙티브 맵핑 등 관객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즐길 거리를 더한 '디어 바바뇨냐'를 찾은 관객은 전시 개막 3주 만에 4만5천800명을 돌파했다.
복합전시 1관을 나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복합전시 2관 전시 '이음 지음'은 개막 3주 만에 3만9천300명이 방문하며 누리 소통망(SNS) 인증샷 명소로 인기몰이 중이다.
오는 7월 21일까지 진행되는 '이음 지음'은 미술의 언어를 통해 아시아의 건축과 사회를 조망하며 함께 지어가는 의미와 공동체의 동력에 주목하는 전시다.
작품들은 건축을 소재로 창·제작됐으며 기둥 구조물과 중정, 회랑 등 아시아의 건축 특성을 담고 있다.
특히 원형의 푸른 수조를 떠도는 180개의 백자들이 물의 흐름을 타고 부딪치며 내는 청아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새로운 힐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오는 2월 25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는 자연을 대변하는 '식물'과 문명의 주체인 '인간'의 관계를 사유하는 전시 '가이아의 도시'가 열린다.
전시는 자연이 인간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도시로 이주되고 변형되는 현상, 그럼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으며 인간과의 공존을 실천하는 식물의 능동적 의지를 다루며 지속 가능한 생태 문명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자 기획됐다.
특히 서로 다른 종인 식물과 인간, 기계가 협력해 하나의 즉흥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인간의 미래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가이아의 도시' 역시 개막 3주 만에 3만5천500명이 찾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ACC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전시 관람객이 급증하자 ACC는 누리집을 통해 주말과 공휴일 오후 1시부터 인원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입장 대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 문구를 내걸었다.
최근 전시 3종을 모두 관람한 한 방문객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코스 요리처럼 장르가 다른 다양한 전시를 한 곳에서 관람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면서 "상대적으로 우리지역이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문화 소외'가 있다고 여겨왔는데 수준 높은 ACC의 전시를 모두 무료로 감상한 후 이런 마음이 싹 가셨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은 "지난해 열린 '사유정원', '몰입미감', '원초적 비디오 본색' 등 전시에 각각 10만명 이상이 다녀간 이후 최근 개막한 전시 3종이 SNS 등을 통해 사진 명소로 소문나면서 ACC가 대중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ACC 문턱을 낮추고 문화예술의 만족도를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한강 작가'로 만나는 민주주의의 역사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노벨문학상과 인권·평화 교육'이라는 주제로 주제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지난 10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으로 만나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특별한 강의가 마련되며 지역민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지난 29일 국제회의실에서 민주·인권·평화 가치 확산을 위한 네트워크 회의와 함께 이를 기념하는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노근리국제평화재단,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5·18기념재단,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주4·3평화재단, 베트남여성박물관, 몽골국가회복관리위원회 등 국내·외 10개 기관 대표와 200여명의 지역민들이 참여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이날 행사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의 '노벨문학상과 인권·평화 교육'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과 최태성 역사 강사의 '20세기 민주가 21세기 민주에게'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이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1985년 3월 전남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에 전임강사로 부임하면서 교육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정 교육감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연구에 매진, 이후 광주인권헌장 제정위원회 위원장으로써 광주인권헌장을 만드는데 기여했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장,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도 재직했다.정 교육감은 "위대한 문학적 작품은 역사적 깊은 경험과 깊은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부터 얼마 전까지, 때로는 오늘날까지 진실과 왜곡과 폄훼와 맞서는 투쟁이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승화될 수 있고, 얼마나 중요한 문학적 소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며 "지난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다시금 그의 작품을 읽어봤을 때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와 제주4·3사건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가 주는 감동이 더욱 와 닿았다"고 말했다.최태성 역사강사가 '20세기 민주주의가 21세기 민주주의에게'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이어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유골이 5·18 희생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부 유골은 제주4·3 당시 육지형무소로 이송된 폭도로 몰린 제주도민이었음이 밝혀졌다. 소설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으로, 예비 문학가들이 두 아픈 사건을 연계해 작품을 작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노벨 수상기념 학습관을 건립해 학생들과 국민들이 역대 평화상과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기억하는 것과 동시에 공부하는 도시, 책읽는 도시 광주가 구현됐으면 좋겠다. 그 중심에 ACC가 섰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특별강연에 나선 최태성 강사는 한국사 대중화와 교육의 평등을 목표로 다수의 강의를 통해 청소년과 일반 대중에게 한국사의 중요성과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또 KBS1 '역사저널 그날'과 tvN '벌거벗은 세계사'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흥미를 아우르는 강연으로 사랑받고 있다.최 강사는 "5·10총선거 당시 남한만의 선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를 대변했던 사건이 제주4·3사건이다. 당시 이승만은 명령을 어기는 일반 국민을 폭도로 만들어 사살했다. 5·18민주화운동도 전두환이 집권에 방해가 되니까 탱크로 밀어붙이며 벌어진 참혹한 사건으로, 5·18이 알려지게 된건 1980년 이후 매년 5월이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민주화를 부르짖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두 사건 모두 1990년대 초까지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없었다. 대학 사학과에 입학한 나도 입학 후 처음 알게된 사실들이었다"고 전했다.또 "한강 작가가 쓴 '소년이 온다'등은 평면에 눌려 잘 알지 못했던 사건들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작품"이라며 "민주화와 평화는 어느 순간에 나온 게 아니라 앞선 세대가 흘린 수많은 피로 만들어졌음을 알고, 국민이 주권자임을 알고 적극적으로 투표와 의무,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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