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달랐던 전남·광주 의정문화···통합 속 ‘검증의 문법’ 다시 써야

입력 2026.09.13. 20:16 최류빈 기자
최류빈 취재1본부 정치·무등인사이트팀 기자

정치의 기본 속성 가운데 하나가 유연한 ‘조정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이번 첫 정례회에서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 통합 기치를 높게 올렸던 초대 시의원들의 검증 역량이 빛을 발할 기회였지만, 일부 의원들이 집행부를 구태의연하게 마주했기 때문이다.

광주특별시의회 첫 정례회에서 전남권 의원들의 의정 활동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일부 의원들이 집행부 공무원을 대하는 과격한 태도가 입방아를 타면서다.

지난 9일 의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실시한 조직개편안 심사 과정에서는 정책 검증을 벗어난 감정적 발언과 고성이 잇따랐다. 몇몇 의원들은 양 시도 집행부를 갈라치듯 “광주시 공무원들은 믿지 못하겠다”거나, 원론적 답변을 반복하는 공무원을 두고 “테이프를 무한 반복하면 듣는 사람이 짜증난다”고 표현했다. 이 같은 말들은 검증대에 오를 필요성이 없었다.

윽박을 지르거나 말을 끊는 모습도 잇따라 관측됐다. “책상이 뒤집어지는 한이 있어도 조직개편의 기재위 통과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특정 청사를 두고서는 “(해당 청사의)위상이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것이냐”며 경위를 따져 묻는 대목이다. 이른바 조직개편안 ‘파행’이다.

날 선 말들에 사감이 없었다 치면 문제는 간단하다. 전남권 의원들이 각 지역구에서 고수해 온 방식에 매몰된 채 집행부를 상대했다는 것이다. 일부가 황기연 행정부시장 등을 두고 보여준 태도는, 향후 검증대에 서게 될 이들이 외투를 여미게만 할까 염려된다. 정치적 맥락에서 볼 때도 실익이 부족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조직개편안 심사가 보류된 게 방증이다.

과거 전남의 경우 얼마나 더 강하게 몰아붙였느냐가 의정 활동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 주효한 방식 가운데 하나였다. 광주 역시 완곡한 접근을 통해 집행부를 상대하는 게 주를 이뤘다. 그러나 대통합과 반도체 전환의 시기 속에서 이제는 정밀하고 날카로운 핀셋을 들이미는 ‘실력’이 더 중요해졌다. 의원들이 타성에 사로잡혀선 안 된 다는 이야기다.

물론 집행부도 잘한 게 없다. 표현이 거칠다는 이유로 방어적 태도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 다는 관점에서 볼 때다. 이날 기재위 심사대에 평행선이 그려진 이유다. 분명, 전남권 의원들의 가감 없는 ‘쓴 소리’는 통합시가 마주해야 할 목소리의 일면이다. 호된 압박성 질의를 조직개편 완성도를 높이는 한 ‘축’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태도를 순화할 필요성은 제기되지만, 이를 광주와의 ‘차이’로만 치부한다면 의회와 집행부는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는 복마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제 안에서부터 섞일 때다. 통합이 장밋빛 미래만 예견했던 건 아니기에 광주특별시민들은 일정 부분 파열음을 감내할 도량을 갖고 있을 터다. 그 과정에서 의회는 구태라는 허물을 벗고 진정한 화학적 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의원들에게도 주문하고 싶다. 어느 우화처럼, 정치인은 햇볕과 바람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한다. 질타할수록 꽁꽁 싸매는 집행부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서다. 초대 ‘통합 시의원’들에게 새 검증 문법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남과 광주권 의원들이 정례회에서 보여준 서로의 특장점을 흡수하고 배워도 좋다. 낡은 의정 관행이나 정치적 관성을 지역적 특성이라고만 치부하면서 통합의 새 국면을 마주할 순 없는 일이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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