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특별시 지역 새 전기 쓸 '골든타임'에, 시의회는 절차 지적·사과 요구로 '제동'만

입력 2026.08.14. 16:56 최류빈 기자
14일 부시장 시민추천제 두고 시장 출석
"임명 확정 절차 아냐", "의회 경시" 평행선
14일 열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제2회 임시회 제4차 의회운영위원회에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오른쪽)과 신민호 광주특별시의회 운영위원장이 격론을 펼치고 있다. /광주특별시의회 갈무리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군공항 기능 분산, 조직개편 등 지역 미래의 새 전기를 써나갈 ‘골든타임’을 맞았지만, 부시장 시민추천제 등을 둘러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의 행보가 통합특별시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체계를 정비하고 주요 현안의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현 상황에 부시장 임명을 두고 의회가 절차와 책임을 두고 소모적 논쟁을 반복하면서다. 특히, 아직 인사청문 요청과 최종 임명 절차가 남아 있는 준비 단계에 불과하지만 ‘조례 위반’·‘시장 사과’를 주장하는 등, 의회가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논쟁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특별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이날 제2회 임시회 폐회 중 제4차 회의를 열고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 추진계획 및 경과보고 청취의 건’을 심사했다. 앞서 지난 10일 제3차 회의에서 출석요구를 의결한 데 따라 민형배 시장과 관계 공무원이 출석해 시민추천제 추진 근거와 공모 분야 결정 과정, 후보자 지명 경위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회의는 시민추천제의 향후 절차나 제도 보완보다 시장의 사과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공방으로 번졌다. 광역단체장시의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한 것은 민 시장이 처음이지만 의회가 주도적으로 갈등의 실마리를 찾기보다 집행부의 반목만 키웠다는 비판이다.

회의 초반에 민 시장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신민호 의회운영위원장은 “입법 절차를 무시한 데 대해 의회와 위원회에 사과의 뜻을 피력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민 시장은 “사전에 설명드리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사과드린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위법부당한 일이 있다면 사과하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오늘 회의가 저의 사과를 받기 위한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조례 위반 여부를 둘러싼 의회의 문제 제기도 민 시장의 설명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시의회는 현행 행정기구 조례에 규정된 지방직 부시장 직무와 시민추천제 공모 분야가 다른 상황에서 조례 개정에 앞서 후보자를 모집하고 지명한 것은 의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이를 “사후 조례 개정으로 치유할 사안이 아니다”며 “사람을 보고 나서 법을 만드는 위인설법”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민 시장은 시민추천과 후보자 지명이 현행 조례에 따른 부시장 임명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인사청문을 요청하기 위한 사전 준비 절차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장 임용권은 시장에게 있는 만큼 후보자를 시민에게 추천받는 과정 자체가 곧바로 조례상 임명 절차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며, 인사청문을 요청하는 단계에서 실제 직무를 조례에 맞게 조정하거나 필요한 경우 조례를 개정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아직 청문 요청조차 이뤄지지 않은 단계에서 조례 위반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의회의 문제 제기는 민 시장의 이석과 같은 문제를 두고도 이어졌다. 민 시장이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첫 회의 참석을 이유로 이석을 요청하자 의회 측에서 “더 붙잡아 둘 실익이 없다”는 등 의회와 집행부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비판한 대목이다. 의회가 집행부에 소모적 힘겨루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사청문 요청과 최종 임명까지 후속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의회가 해법 마련보다 책임 공방에 치중하는 셈이다. 이에 민 시장은 “제가 없으면 위원회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가”라며 “시도지사협의회 첫 회의인 만큼 참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의회의 행보가 통합 출범 초기라는 시점에 적절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광주특별시는 출범 직후 조직개편을 비롯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군공항 기능 분산 등 주요 현안의 후속 절차에 들어갔다. 자치법규와 행정정보시스템, 정책사업을 통합하는 작업도 2028년 말까지 이어진다. 첫 조직개편부터 청사별 기능과 부서 배치를 놓고 전남·광주 간 이견이 나오면서 일정이 늦어진 상황에서 집행부와 의회가 공방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행정적 부담을 키우는 ‘발목 잡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의회가 ‘협치’와 ‘소통’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스스로 행보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광주특별시의회 주청사 문제부터 지역 간 이해관계가 앞섰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첫 통합의회 출범을 앞두고 주청사 위치와 운영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충분히 묻지 않았다는 지적 역시 잇따랐다. 전남 중심의 의회 운영을 둘러싼 광주권 의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불거진 국립의대 문제에서도 의회가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뚜렷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행부에는 협치와 소통을 요구하면서 정작 시민 생활과 직결된 현안에서는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지역 간 대립을 방관하고, 오히려 지역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한 광주특별시의원은 “의회가 집행부와 소통과 협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전남과 광주권 의원들의 알력 다툼과 같이 내부적 이해관계를 봉합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며 “여러 현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청사진’이나 선언만 있을 뿐, 어떤 조정안이나 구체적 대안을 내놓았는지 물음표가 붙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과 통합행정의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시민 입장에서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갈등을 공개 분출하거나 평행선만 그리기보다, 대안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소모적 논쟁을 피하고 집행부나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집행부 관계자 역시 “통합특별시가 출범 초기부터 집행부와 의회 힘겨루기에 시간을 허비하면 그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집행부의 노력도 수반되어야겠지만 의회가 ‘공회전식 견제’에 그치지 않고 통합특별시가 속도를 낼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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