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지역비하 결합···교묘하고 암호화

입력 2026.07.19. 19:26 최류빈 기자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
③데이터의 경고
본보·지스트 댓글 10만개 분석
5·18 최다 언급 조롱 양상 뚜렷
‘7시’, ‘알보칠’ 등 도그휘슬도
커뮤니티 혐오 재생산 엔진 역할
무등일보가 수집한 댓글 10만2천698개(178만7천326어절)를 생성형 AI를 활용해 언어 네트워크 분석(SNA)한 ‘전라도 혐오 표현 언어 네트워크’. 소규모 데이터세트 시각화에 적합한 ForceAtlas2 레이아웃을 활용했으며, 원이 클수록 반복 빈도가 높고 선이 선명하고 굵을수록 공출현(함께 언급) 빈도가 많다. 호남·전라도 등은 해당 지역을 직접 언급한 지역비하성 발언.

최근 표현의 자유와 규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전라도 혐오’ 표현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혐오 양상이 단순·직접 비하에서 ‘7시’, ‘청정구역’ 처럼 특정 집단만 알아듣는 표현으로 확장된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대한 정치적 낙인과 지역 비하, 역사 왜곡 등과 맞물려 다면적·심층적 구조를 띄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전남광주 관련 기사들에 찾아가 욕설과 혐오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표출하는 이른바 ‘좌표찍기’는 물론 ‘사이버 피라냐(Cyber Piranha)’ 현상이 주요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잠삭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무등일보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 1년간 네이버 뉴스 콘텐츠제휴(CP) 언론사 68곳과 ‘전라도 향한 혐오’ 관련 본보 기획기사 등 300건의 기사 댓글 10만2천698개를 수집, 혐오 표현의 발생 빈도와 유형을 심층 분석했다. 댓글이 50개 이상 달려 논의가 활발했던 기사들이다. 기사당 평균 댓글은 342.3개였으며,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당한 댓글 1만 4천845개도 통계 수치에 참고했다.

댓글 수집은 핸드 크롤링(수작업) 방식으로 진행했다. 자동화 코딩에 비해 혐오 댓글의 맥락 파악이 용이하고 정확도가 높기 때문이다. 핵심 키워드는 ‘스타벅스(탱크데이)’, ‘배재고등학교’, ‘반도체’, ‘5·18’ 등 전라도 혐오가 집중되는 단어들로 추렸다.

이후 Chat GPT-5.5 Plus와 Gemini 3.1 Pro등 AI를 기반으로 내용 분석 및 인간 재검증을 거쳐 혐오표현 데이터셋 총 178만7천326 어절을 전처리했다. 이 같은 분석 방법론은 송은성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와 연구팀의 검토를 거쳐 설계했다. 혐오 유형 분류는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전체 댓글의 8.09%(6천602개)가 ‘혐오 댓글’로 판단됐다. 혐오 표현의 기준은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리포트(2019)의 정의를 준용했다. ‘성별·장애·종교·나이·출신지역·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비하·멸시·위협 또는 차별, 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으로 봤다.

5·18은 4천986차례로 언급이 가장 빈번했다. 5·18을 끌어와 조롱·비판하는 혐오 양상이 가장 두드러진 것이다. 성역·성역화(1천850회), 유공자(1천528회), 민주당(893회), 호남(826회), 명단 공개(786회) 등이 뒤를 이었다. 좌파(573회), 공산당·공산주의(514회), 폭동·폭도(471회) 등의 표현도 나왔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 가짜 유공자(192회)와 홍어(170회), 세금(147회), 발작·개거품(131회), 쓰레기(122회), 전라도 독립·분리(96회), 특혜(82회), 빨갱이(72회), 피해의식·망상(65회), 북한군(62회), 가지 마라(57회), 몰표(52회), 전라디언(48회) 등도 눈에 띄었다.

무등일보가 수집한 혐오 댓글을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표현한 시각화 자료. 댓글 가운데 ‘가짜유공자’, ‘성역화’, ‘폭도’, ‘5·18’, ‘민주당몰표’, ‘빨갱이’, ‘홍어’, ‘전라디언’ 등의 혐오 댓글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확인된다.

특히 키워드 검색을 피하기 위해 ‘전.라.도’와 같이 표현하거나 ‘7시’, ‘남쪽나라’, ‘청정구역’, ‘그 동네’, ‘알보칠(알고보면 7시)’처럼 맥락 속에서 자신들만 파악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돌려 말하는 ‘도그 휘슬(Dog whistle·특정 집단만 알아듣는 은밀한 표현)’ 혐오 표현도 다수 발견됐다.

유형별 혐오 분류도 실시했다. 최근 전라도 혐오가 단순히 특정 표현을 반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유형 분류는 지 교수가 제시한 ▲동원 이데올로기적 혐오 ▲감정적(편견형) 혐오 ▲이유에 근거한 혐오에 더해 ▲복합형 혐오도 함께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정치적 낙인과 지역 비하, 역사 왜곡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형이 2천361건(35.7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감정형 혐오 2천196건(33.26%), 이유에 근거한 혐오 1천134건(17.18%), 이데올로기적 혐오 911건(13.80%) 등의 순이었다.

복합형 댓글은 “5·18은 폭동이고 세금은 전라도가 다 가져간다”거나 “광주는 좌파 성역이라 특혜를 받는다”처럼 역사 왜곡과 정치적 낙인, 경제적 비난이 한 문장 안에서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감정형은 “절라도”, “홍어”, “전라민주국”처럼 지역 자체를 조롱하거나 배제를 요구하는 표현이 많았다.

이유에 근거한 혐오는 “반도체를 왜 전라도에 주느냐”, “세금은 우리가 내는데 혜택은 전라도가 받는다” 등 정책과 예산을 근거로 지역 전체를 일반화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데올로기적 혐오는 “광주는 좌파 도시”, “5·18은 폭동”, “북한군이 내려왔다” 등 정치적 낙인과 역사 왜곡이 주를 이뤘다.

지병근 교수는 “누리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창을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이들 공간이 혐오를 재생산하는 일종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혐오는 유권자들이 표를 주지 않거나 공천 과정에서 걸러지는 등 일정한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만, 뉴스 댓글이나 SNS는 사회적 통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구조인 만큼 제도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은성 교수 역시 “전통적인 혐오 표현은 물론 도그 휘슬을 활용한 우회적 혐오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데이터 분석에서 확인됐다”며 “전체 댓글 가운데 무려 10% 가량이 혐오 표현으로 분류됐고, 감정적 혐오와 이데올로기적 혐오, 나름의 논리를 앞세운 혐오가 뒤섞여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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