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가 로또···초두효과 불러오는 ‘가번’ 배정, 공정한 ‘가?’

입력 2026.05.18. 19:47 최류빈 기자
정당이 후보 공천한 뒤 ‘가’, ‘나’, ‘다’번 순번 배정
신인·청년·여성에 ‘가’…일각서 “‘정치신인’ 맞나?”
출마자들 ‘가’번까지만 보고 뽑아, 후순위 불리
/AI 생성 이미지

6·3 지방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광역·기초의원 공천 방식과 관련해 후보들 사이에서 순번 배정 기준을 둘러싼 여러 뒷말이 나온다. 중대선거구에서 후보들에게 부여되는 ‘가·나·다’ 등 기호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1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동일 선거구 내 복수 공천된 후보에게 ‘1-가’, ‘1-나’, ‘1-다’ 등의 형태로 순번이 부여된다. 해당 순번은 민주당 중앙당의 정치 신인과 여성, 장애인 등을 우대한다는 방침 하에 각 시·도당 조직국 등에 따라 배정되는 구조다.

기호가 단순한 순번을 넘어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타’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투표용지 등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정보가 강하게 인식되는 초두효과(처음 제시된 정보가 이후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가번 후보들이 상당수 선거구에서 뒷순서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의회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다 기호를 배정하는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기초의원 후보는 “같은 조건인데도 순번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슷한 기준을 지닌 후보들이 가번에 입후보할 때, 특정 후보가 가번으로 선택되는 기준부터 시작해 나·다 번 후보를 판가름하는 기준까지 설명되어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광주시당은 “제기될 수 있는 비판이지만, 정치 신인이나 여성의 당선 확률을 높이기 위한 당 차원의 전략에서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당의 한 당직자는 “가령 나번과 다번 후보의 득표수를 합쳐도 가번에 못미치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며 “유권자들이 가장 처음, 투표지상 맨 위에 있는 후보를 찍는 경향이 있어 ‘유불리가 있다’는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당 차원에서는 여성이나 정치 신인, 장애인에게 ‘가’번을 우선 배치하라는 방침이 있었다. 세부 사항은 각 시·도당이 결정하게 되어 있다”면서 “시당은 중앙당 취지에 맞춰 해당 후보(여성·신인·장애인)에 가번을 우선 배정하고 있어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광주시당은 이 같은 원칙에 따르는 모양새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광주 동구 가(이지애 후보), 나(안태자), 서구 라(오지은), 남구 가(조미애), 남구 다(박선우영), 북구 나(박정하), 북구 라(김혜은), 북구 마(윤은경), 광산구 가(김길화), 광산구 마(임수정) 선거구에서 모두 여성 후보가 ‘가’번을 배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 선거구에서도 대부분 정치 신인이나 청년, 장애인 후보에게 ‘가’번이 주어졌다.

그러나 순번 배정 시스템의 투명성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가번’에 여성 후보를 우선 배치하면서 남성 후보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을 차치하더라도 그렇다. 가령 여성 후보지만 주요 당직을 거쳐온 후보가 ‘가’번을 배정받는가 하면, 비슷한 이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후보가 ‘가’번을 거머쥐는 등 순번 배정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거다.

한 선거구의 경우 가번과 나번을 배정받은 두 후보가 모두 동일 지역구 지역위원장을 맡았지만 특정 후보에게 ‘가’번이 돌아갔다. 다른 선거구의 경우 비교적 정치 신인인 30대 청년 후보가 출마했음에도 ‘다’번을 배정받은 경우도 확인된다.

일각에서는 복수 공천을 하는 선거구에서는 전체 순번을 자체 경선 결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시현(여) 씨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1등에 가, 2등에 나, 3등에 3번을 주는 방식이 가장 직관적이지만 공정하다”며 “이번에는 공천이 끝났지만 향후 기호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당원과 시민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공정 공천의 시작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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