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9개월, 민주·혁신 '호남대전' 전초···민심 경쟁 불붙다

입력 2025.09.01. 11:45 이관우 기자
민주 “텃밭 다지기” vs 혁신 “교두보 확대"
민주, 지선기획단·호남특위 띄워 민심 단속
혁신, 조국 앞세워 인재 영입·세 확산 시동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9개월여 앞두고 광주·전남지역 민심 선점을 위한 여야 정치권의 물밑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광주·전남은 진보·개혁 진영의 심장이자, 핵심 지지 지역이다. 수도권 표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민심을 반드시 선점해야 하는 곳이란 의미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기싸움은 치열하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최근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은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선제적으로 조직 정비에 나서며 '기선 제압'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조 원장은 지난 27일 담양군청에서 정철원 담양군수와 만나 "생산적 경쟁을 하면 유권자분들은 선택지가 있어서 좋고, 경쟁하다 보면 발전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호남 발전을 위한 생산적 경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자체 후보를 내 광주·전남지역에서 민주당과 경쟁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혁신당 내부에선 민주당과 전면적 경쟁에 나설 교두보로 호남을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군수를 혁신당 소속으로 당선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앞서 조 원장은 "광주에서 제2의 노무현, 젊은 DJ 같은 신인을 발굴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방문에서는 실제 입당 성과도 거뒀다. 이복남 순천시의원(무소속 4선), 유기상 전 고창군수, 김민영 전 정읍산림조합장 등이 잇따라 입당했고, 전·현직 지방의원들의 입당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혁신당은 11월 전당대회에서 조 원장을 중심으로 새 지도부를 세우고 공천관리심사위를 가동, 지방선거 체제를 정비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기초단체장 4~5곳 승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난달 8일 정청래 대표 취임 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전남도당 회의실에서 열었던 민주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조 원장의 호남행으로 정치 지형이 꿈틀대는 등 혁신당 측이 조기에 지방선거 모드에 들어가면서다.

민주당은 조 원장이 호남 일정을 시작한 지난달 26일 지방선거기획단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기획단은 공천제도·선거전략·정책기획 3개 분과로 구성돼 여성·청년·장애인 공천 확대, 소상공인·자영업자 배려, 정책 중심 선거 강화를 논의했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는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위원장으로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최고위원을 임명한데 이어 광주·전남지역 현안 해결과 맞춤형 아젠다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특위는 9월 중 전체회의, 11월 정책 설명회 등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내 호남 민심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노 컷오프' 원칙을 내세워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모든 후보에게 경선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권리당원 비중이 높은 호남에서 불필요한 탈락으로 인한 갈등을 줄이고, 입지자들의 이탈을 막아 혁신당 등 대안 세력으로 표가 분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이 적용돼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는 같은 선거구에서 타 정당 후보로 출마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할 수 없다.

혁신당과 민주당의 관계 설정을 두고도 범여권에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된다. 박지원 민주당(해남·완도·진도) 의원은 31일 광주지역 기자들과 만나 "이념과 생각이 같으면 한집에서 살아야지, 왜 딴 집 살림을 하려고 하면서 호남에서 경쟁하려고 하는가"라며 "큰 정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지 기반을 지켜내려는 방어전, 혁신당은 입지를 넓히려는 공세전으로 양당 모두 호남을 사실상 최대 승부처로 삼고 전열을 다지고 있다"면서 "혁신당의 약진은 독자적 힘보다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얼마나 공정성과 변화를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호남에서의 양당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며, 이는 유권자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와 정책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원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경쟁을 선언했지만 실질적 준비나 인재 영입 없이 '보여주기'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조 원장 개인의 대권 몸값 올리기용 행보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승용 메타보이스 이사는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발 끝을 보고 판단하라는 격언이 있다"며 "조국혁신당의 몸집과 영향력을 키우려면 인재를 만나고 영입하는 행보를 해야하는데, 지금 조국은 호남에서 경쟁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진보당도 '선명성' 강화를 내걸고 지방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 지지율 3% 돌파'와 '16개 광역 시·도 전체 당선자 배출'을 목표로, 광주시당은 이미 광역의원 후보 4명과 기초의원 후보 15명 등 19명의 후보를 확정했다. 시장·구청장 및 비례대표 후보도 추가로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의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하며 지방선거 준비기획단 발족을 예고했다. 광주시당은 청년·여성 인재를 전면 배치하며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중앙 전략의 초점은 수도권과 중원에 맞춰져 있어 호남은 여전히 '상징적 도전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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