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배 증액 요구, 심리 비공개…시민 감시·공공성 위협

광주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사업(SRF)의 시행사 청정빛고을㈜의 대표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위탁처리비를 둘러싼 중재신청을 두고 광주시와 시의회, 시민사회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사업자 책임'과 '공적 부담'이 충돌하는 구조에서 시민 혈세 수천억 원이 비공개 절차에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맹점에 있다.
SRF사업은 광주에서 발생한 가연성 폐기물을 연료화해 처리·판매하는 광역 차원의 공공사업이다. 2013년 사업자 공모 당시 청정빛고을㈜(대표사 포스코이앤씨)은 경쟁업체보다 기술력과 안정적 수요처 확보를 내세워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협약에는 "하루 800톤 폐기물 처리"와 "수요처 확보 불가시 대체수요처 마련" 의무가 명기됐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 처리량은 약 56~75% 수준에 그쳤고, 주요 수요처였던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수급 중단 이후 대체 수요처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상당량의 폐기물이 그대로 매립장으로 향하면서 위생매립장 조기 포화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만장 시점은 당초보다 3년 이상 앞당겨졌고, 광주시는 재정·환경적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청정빛고을㈜은 사업의 실패와 경영상 손실 등을 이유로 2023년 광주시와 '운영비 증액·위탁처리비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로 맡기기로 합의했다.
중재제도는 통상 신속성과 기밀성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이번 사안에선 오히려 구조적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정빛고을㈜이 최근 위탁처리비 청구액을 당초 78억 원에서 2천100억 원으로 무려 27.4배 증액하는 등 중대한 쟁점 변화가 일어난 상황이지만 중재절차와 근거자료, 심리과정 모두 비공개가 원칙이다. 이에 대한 타당성 검증도, 시민 공감대 형성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현행 중재제도상 중재신청인은 절차를 언제든 철회할 권한을 갖는다.
또 사법부가 아닌 민간중재기관의 단심(1심) 판정만으로 시민 혈세 수천억 원의 부담이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분쟁의 핵심 원인인 '처리량 미달', '수요처 확보 실패', '설비 성능 미달' 등은 이미 사업협약상 시행사 책임으로 규정돼 있고, 법적 선행판례도 불가항력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는 "예상치 못한 사정"을 내세워 비용 청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어 책임 전가와 논리의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광주시는 이러한 점을 들어 "공정성과 신뢰,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단심의 중재제도로는 시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며 절차 중단 후 공개 법정 소송(사법적 판단)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의회도 30일 "비공개성에 기댄 무책임한 비용 전가"라며 중재절차 즉각 중단과 손실 보상 책임 이행을 공개 질의한 상태다.
그럼에도 청정빛고을㈜ 측은 중재 중단 요구를 거부하고, 대한상사중재원은 8월 제8차 중재심리를 예고하는 등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 사안은 단순한 기업-지자체간 분쟁을 넘어 ▲공공사업 책임 소재 ▲민간 중재제도의 한계 ▲시민 혈세의 투명성 문제 ▲공공성과 기업 윤리 등 한국 지방자치 행정의 복합적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2천100억 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이 단심의 비공개 중재로 결정된다면 책임 규명과 향후 행정 통제력 약화, 유사 사례의 반복 위험이 남는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사업에 '신속·비공개'라는 이유만으로 중재제도 활용을 허용할지 또는 대규모 공적 부담에 대해선 '공개적 사법판단'과 시민적 감시가 보장돼야 하는지, 이번 분쟁의 귀추는 전국 공공정책의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가 협약에 근거하지 않은 운영비용 및 사용료 증가를 주장하고 있다"며 "당초 요구보다 27배나 증액된 비용을 요구한 것은 상호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SRF시설 운영비는 시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는 비공개로 하기는 어렵다"며 "비공개·단심제로 결론을 내는 중재가 아닌 법원의 재판절차를 통해 분쟁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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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에 부단체장 인사권 배분하고, 20조 지원금 사용 시 의견반영 의무화해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광주 서구 마륵동 선거사무소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무등일보 DB
광주 5개 자치구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자치권 강화 요구에 나선다. 조정교부금을 상향해달라는 요구(6월 2일자 1면 참고)에 더해, 민형배 통합특별시장 당선인에게 자치구 인사권 확대와 정책협의체 설치 등을 함께 건의할 방침이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광역·기초단체 간 권한 배분을 논의하는 첫 분수령이 될 거란 관측이다.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동·서·남·북·광산구로 구성된 광주구청장협의회(회장 임택·이하 협의회)는 민 당선인에게 인사권 확대와 정책협의체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자치구 지역현안 공동 건의안’을 최근 마련했다.건의안에 따르면 자치구들은 우선 부단체장을 자체 승진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인사 자율권 보장을 요구할 계획이다. 현행 광주시와 자치구 간 인사교류 체계에서 벗어나 내부 행정 경험이 축적된 인력을 부단체장으로 활용해야 현장 중심의 책임행정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그동안 광주지역 자치구 부단체장(3급 상당)은 광주시장이 임명해 왔다. 민선 8기 들어 광주시와 자치구가 관련 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남 역시 시·군 부단체장(3~4급 상당)을 전남지사가 임명해 왔지만 별도 협약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이에 협의회는 지방자치법 제123조가 시·군·구 부단체장 임명권을 기초단체장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시·도가 관행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해 왔다고 보고 관련 규정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명목상 구청장이 단행하는 인사지만 내용적으로 시장이 각 구청장을 발령하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민 당선인 역시 과거 광산구청장으로 재임하던 2014년 광주시에 부단체장 임명권을 구청장이 행사할 수 있도록 광주시에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협의회 관계자는 “지방자치 원리에 근거한 자율적 인사운용 방침을 확립하기 위해 해당 건의안을 마련했다”며 “통합특별시 출범에 따라 AI(인공지능), 복지, 도시재생 등 복합 현안의 증가로 기존 1인 부단체장체계의 업무 한계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여기에 더해 협의회는 또 통합정부지원금 20조원의 배분 과정에서 시·군·구 의견 반영을 의무화하는 제도 마련도 요구할 예정이다.광주광역시구청장협의회통합특별법 제150조에 따른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기초지자체가 기본계획심의회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와 국무조정실장 주재 실무위원회에도 기초지자체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관련 규정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건의안에는 통합특별시와 자치구 간 상설 협의기구 설치에 대한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자치구들은 통합특별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도시형 자치구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통합특별시-자치구 정책협의체(가칭)’와 공동사무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정례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이와 함께 교통·공공시설 등 광역 수행 사무를 협의·조정할 상설 공동사무조직 설치도 제안할 방침이다. 자치구들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자치구 특별자치단체(가칭)’ 또는 ‘지방자치단체조합’을 구성해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자치구 관계자는 “통합특별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광역과 기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재정 문제뿐 아니라 인사·조직 운영,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자치구 역할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관련 논의는 오는 8일 통합특별시 인수위 출범식 이후가 될 전망이다. 앞서 민 당선인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않았지만 당선이 된다면 5개 구청장들과 자리를 만들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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