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F 위탁처리비 분쟁] 비공개 중재제도, 시민혈세 논란 키우는 구조적 허점

입력 2025.07.30. 19:16 이관우 기자
‘하루 800톤 처리’ 협약 불이행…책임 떠넘기기 논란
27배 증액 요구, 심리 비공개…시민 감시·공공성 위협

광주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사업(SRF)의 시행사 청정빛고을㈜의 대표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위탁처리비를 둘러싼 중재신청을 두고 광주시와 시의회, 시민사회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사업자 책임'과 '공적 부담'이 충돌하는 구조에서 시민 혈세 수천억 원이 비공개 절차에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맹점에 있다.

SRF사업은 광주에서 발생한 가연성 폐기물을 연료화해 처리·판매하는 광역 차원의 공공사업이다. 2013년 사업자 공모 당시 청정빛고을㈜(대표사 포스코이앤씨)은 경쟁업체보다 기술력과 안정적 수요처 확보를 내세워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협약에는 "하루 800톤 폐기물 처리"와 "수요처 확보 불가시 대체수요처 마련" 의무가 명기됐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 처리량은 약 56~75% 수준에 그쳤고, 주요 수요처였던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수급 중단 이후 대체 수요처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상당량의 폐기물이 그대로 매립장으로 향하면서 위생매립장 조기 포화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만장 시점은 당초보다 3년 이상 앞당겨졌고, 광주시는 재정·환경적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청정빛고을㈜은 사업의 실패와 경영상 손실 등을 이유로 2023년 광주시와 '운영비 증액·위탁처리비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로 맡기기로 합의했다.

중재제도는 통상 신속성과 기밀성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이번 사안에선 오히려 구조적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정빛고을㈜이 최근 위탁처리비 청구액을 당초 78억 원에서 2천100억 원으로 무려 27.4배 증액하는 등 중대한 쟁점 변화가 일어난 상황이지만 중재절차와 근거자료, 심리과정 모두 비공개가 원칙이다. 이에 대한 타당성 검증도, 시민 공감대 형성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현행 중재제도상 중재신청인은 절차를 언제든 철회할 권한을 갖는다.

또 사법부가 아닌 민간중재기관의 단심(1심) 판정만으로 시민 혈세 수천억 원의 부담이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분쟁의 핵심 원인인 '처리량 미달', '수요처 확보 실패', '설비 성능 미달' 등은 이미 사업협약상 시행사 책임으로 규정돼 있고, 법적 선행판례도 불가항력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는 "예상치 못한 사정"을 내세워 비용 청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어 책임 전가와 논리의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광주시는 이러한 점을 들어 "공정성과 신뢰,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단심의 중재제도로는 시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며 절차 중단 후 공개 법정 소송(사법적 판단)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의회도 30일 "비공개성에 기댄 무책임한 비용 전가"라며 중재절차 즉각 중단과 손실 보상 책임 이행을 공개 질의한 상태다.

그럼에도 청정빛고을㈜ 측은 중재 중단 요구를 거부하고, 대한상사중재원은 8월 제8차 중재심리를 예고하는 등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 사안은 단순한 기업-지자체간 분쟁을 넘어 ▲공공사업 책임 소재 ▲민간 중재제도의 한계 ▲시민 혈세의 투명성 문제 ▲공공성과 기업 윤리 등 한국 지방자치 행정의 복합적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2천100억 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이 단심의 비공개 중재로 결정된다면 책임 규명과 향후 행정 통제력 약화, 유사 사례의 반복 위험이 남는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사업에 '신속·비공개'라는 이유만으로 중재제도 활용을 허용할지 또는 대규모 공적 부담에 대해선 '공개적 사법판단'과 시민적 감시가 보장돼야 하는지, 이번 분쟁의 귀추는 전국 공공정책의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가 협약에 근거하지 않은 운영비용 및 사용료 증가를 주장하고 있다"며 "당초 요구보다 27배나 증액된 비용을 요구한 것은 상호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SRF시설 운영비는 시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을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는 비공개로 하기는 어렵다"며 "비공개·단심제로 결론을 내는 중재가 아닌 법원의 재판절차를 통해 분쟁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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