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밥그릇 싸움'에 등 터진 공무원···휴가철 보고 '논란'

입력 2024.07.21. 12:55 이예지 기자
내부 갈등 원 구성 10여일 지연 여파에
업무보고·일반안건 심의, 임시회 2주 연기
휴가철 겹쳐…일정 차질·육아 비상 '발동동'
노조 "서면보고" 의회 "대면보고, 유연하게"
광주 남구청 전경.

광주 남구의회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감투싸움 속 의원들이 쏘아올린 '내분'의 피해가 애꿎은 집행부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원 구성이 10여일간 늦어지면서, 업무보고와 일반안건을 다루는 임시회 회기가 2주 이상 미뤄진 데다 '여름 휴가철'과 겹치면서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남구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제305회 임시회를 개최한다. 지난 15일 원 구성 이후 16일 운영위를 통해 의사일정을 변경, 확정했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올해 상반기 주요 업무 실적과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를 청취하는 등의 업무보고와 함께 조례안, 동의안 등 일반안건에 대한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연초에 계획됐던 연중 회기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이번 임시회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원들간 파벌 싸움에 원 구성 일정이 10여일 지연되면서 2주 넘게 연기됐다.

문제는 바뀐 임시회 회기 기간이 직원들의 여름철 휴가와 맞물려서다.

연초 회기운영계획안에 따라 여름철 휴가 계획을 잡은 직원들의 경우 갑작스런 의회 일정 변경에 비행기, 숙소 등 예약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나 학교, 학원 등의 방학기간과 겹치면서 자녀를 둔 직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의회는 '유연성'을 내세우며 휴가 일정이 잡힌 직원들은 가도 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직원들은 자기가 쉴 경우 다른 직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을 뿐더러 수직적이고 경직된 공직사회에서 가능하겠냐는 반응이다.

구청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직원 휴가철에 이건 아니지 않냐. 이미 의회 일정 피해서 휴가 계획 세워놓고 예약해놓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본인들 밥그릇 싸움으로 직원들 피해보는 건 아니잖아요"라며 항의성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서는 "의회가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의회 무시하냐고 무안주면서…", "아기 맡길 곳이 없다. 유치원, 학원 (선생님) 모두 휴가 간다고 (아이를) 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등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 남구지부(이하 노조)는 최근 남호현 의장과의 면담을 통해 대면 업무보고를 서면보고로 대체하고, 휴가철 의회 일정 관련해 직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남 의장은 상임위원장단과 논의를 통해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논의 결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업무보고, 일반 안건 모두 대면으로 진행하겠다는 방식을 고수했다. 서면, 대면 등의 방식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 의장은 "대면으로 진행하자는 결론을 내렸지만, 유연하게 하자는 입장도 전달했다"며 "각 실국장·과장이 참석하는 만큼 직원들의 경우 휴가 계획이 있거나 육아로 인해 휴가가 불가피할 경우 계획대로 할 수 있게 하라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조례안의 경우 예산과 맞물릴 수 있어 대면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다만, 업무보고의 경우 서면으로 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진정으로 직원들이 계획대로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며 "피켓시위 등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해 투쟁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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