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심사서 공약 사업 '싹둑'···의회·교육감 '신경전'

입력 2022.08.25. 18:03 이삼섭 기자
교문위, ‘디지털 기기 보급’ 300억 전액 삭감
이정선 “뒤쳐짐 고착화된 광주교육 안돼” 비판
사전 준비 미흡 비판 속 “기강잡기” 목소리도
광주시의회 청사

제9대 광주시의회 첫 예산 심사에서 집행부 주요 공약 사업을 대폭 삭감하며 의회와 집행부 간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의회는 추가경정예산인 만큼 당장 시민들에게 필요한 예산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의지라고 밝혔지만, 실상 의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 추진하는 데 대한 '문책성 삭감'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임기 초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선 교육감은 25일 자신의 SNS에 '쿨링 아웃'(Cooling Out)이란 표현을 쓰며 주요 공약 사업을 전액 삭감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쿨링 아웃은) 사회학에서는 하고 싶은 욕구가 본인의 열의와 상관없이 외부 상황에 의해 좌절되는 현상을 의미한다"며 "의욕적으로 열심히 해보려 하는데 외부적 요인에 의해 뒤쳐짐이 고착화돼 광주교육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쿨링아웃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육감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미래교육에 대한 예산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아쉽기 그지없다"며 "시의회의 조언을 겸허히 수용해 더 철저히 준비하고 부족함을 채워서 재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추경 심사에서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시 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안 중 학생 스마트기기 보급을 위한 학교정보화 여건 개선 예산 30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 사업은 이정선 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중·고등학생들에게 보급될 예정이었다.

교문위 측은 "교육활용 방안과 역기능 예방대책 등 사전 계획과 준비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교문위는 이 사업 외에도 이 교육감의 또 다른 공약인 고교365 스터디룸 조성사업도 단계적 추진을 주문하며 35억원을 감액했고, 학교체육시설 교구확충 지원 사업에서도 추경을 편성해 추진할 성격이 아니라며 20억원을 삭감했다.

신수정 교문위원장은 "교육감 공약사업이란 명목으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 수립과 철저한 준비 없이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삭감된 예산이 꼭 필요하다면 교육청에서 철저한 사전 준비와 소통으로 다음 예산에 반영토록 하라"고 언급했다. 노골적으로 교육감 사전 교감 문제를 지적한 셈이다.

시의회와 교육감의 신경전은 지난달 '방학 중 무상급식' 무산 때도 한차례 일은 바 있다. 이 교육감이 자신의 1호 공약과도 같은 방학 중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의회 패싱'이 불거진 것과 관련, 시의회가 이 교육감의 상임위 회의 출석과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통상 교육감은 의회 본회의에만 출석했다는 점에서 상임위 출석은 이례적이자 강한 항의로 받아들여졌다.

광주시의회 한 관계자는 "추경이다 보니 시급하지 않은 공약성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방학 중 무상급식 무산 사태 때 교육감 출석을 요구할 정도로 관계가 원활하지는 않아 보인다"며 "교육청에서는 기강잡기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건설위원회도 이날 군공항교통국 소관 추경안 심사에서 수소트램 설치를 위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수립 연구 용역비' 1억원을 삭감했다. 수소트램은 강기정 시장의 핵심 공약 사업으로, 첫발을 떼기도 전에 암초를 만난 셈이다.

산건위 소속인 박수기 의원은 "사실상 트램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어느 정도 시민공감대라든지, 담당하고 있는 행정부서에서 최소한의 설득과 상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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