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품어 도시 상징된 한강·태화강···이젠 영산·황룡강 차례

입력 2024.05.28. 10:44 이삼섭 기자
[Y프로젝트, ‘친수도시’ 광주 시대로] 중 - 물이 도시를 바꾼다
주요 도시들, 수변공간 통한 '매력도' 높이는 데 총력
서울시민 2명 중 1명, "한강이 대표 랜드마크" 자부심
울산 태화강 특징 살린 '국가정원'으로 도시 상징 '위상'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달빛무지개분수를 감상하고 있다. 달빛무지개분수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추진돼 서울을 대표하는 야경 명소로 자리잡았다. /뉴시스

내륙도시인 광주는 관광은 물론, 산업이나 무역에서 지리적 이점을 얻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두 개의 강(영산·황룡)이 있고 구도심을 관통하는 광주천이 있어 수변공간(워터프론트) 조성을 통한 도시 매력도를 높일 기회는 충분하다.

특히 수변공간은 단순 물놀이나 휴식을 넘어 수상스포츠와 카페·음식점 집적, 쇼핑몰·호텔 등 관광시설, 문화예술 시설 조성 등이 용이해 도시 활력도와 경제 효과를 높이는 핵심 조건이다.

울산시 상징 공간으로 자리잡은 '태화강 국가정원'은 강의 특성을 살려 수변공간을 조성한 사례로 손꼽힌다. 사진은 태화강 국가정원의 일출 모습. /울산시 제공

국내외 주요 도시들은 수변공간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심 내 강이나 하천을 적극 활용해 도시경쟁력을 높인 사례로는 국내에서는 서울과 울산이 대표적이다. 또 최근엔 광주와 유사한 지리적 환경을 갖춘 대구 또한 야심차게 수변공간을 조성하고 있어 비교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는 아얘 인공 스타디움에서 나와 '센느강'을 올림픽 무대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의 잠재적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강 수변에 문화관광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사진은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대관람차 '트윈아이(TwinEye)'. /서울시 제공

◆한강르네상스→그레이트한강 "서울 경쟁력 핵심"

한강은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시민 2만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서울 서베이'를 발표했는데, 무려 시민의 48.3%가 한강을 랜드마크로 꼽았다. 서울에 사는 시민들이 얼마큼 한강을 자부심 있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비좁고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청년들도 한강을 한 번 걷는 것만으로도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할 정도다.

한강이 시민들에게 깊숙이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이유는 단순히 강이 흘러서가 아니라, 도시 디자인의 중심에 한강을 두고 적극적인 수변공간 개발과 접근성을 높인 결과다.

서울시는 2006년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주도로 회복과 창조라는 비전을 가지고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계획할 정도로 일찌감치 한강의 무한한 가치를 눈여겨봤다.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 다소 한강에 대한 투자가 줄긴 했지만, 시민 생활과 밀접한 수변공간을 만드는데는 일치했다.

그 결과 한강은 뚝섬·반포공원 등 대표적인 공원을 중심으로 여름에는 야외수영장, 가을에는 세계불꽃축제 등 사시사철 휴식과 레저, 축제가 열린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민은 물론, 외지인들도 한강가는 게 필수 코스다.

반포공원은 1㎞가 넘는 달빛무지개분수(반포대교)를 보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과 버스킹, 도깨비야시장 등의 이벤트로 '낭만 한강'을 상징하는 장소가 됐다. 한강 위에 뜬 인공섬(세빛섬)은 2023년 한 해에만 225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을 비전으로 한 '그레이트한강'(한강르네상스 시즌2)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자연성·이동성·매력·활력이라는 4대 핵심 전략을 토대로 55개 사업을 추진한다. 수변공간(한강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과 여가 시설을 풍부하게 만들어 시민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오 시장은 "한강의 매력과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서울의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도시문제를 해소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한강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금호강 수변공간을 적극 조성하는 '금호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사진은 동촌유원지 일원 금호강 하천조성사업 조감도. /대구시 제공

◆도시들 '수변 공간' 조성에 사활…상징 공간으로 재탄생

태화강 또한 울산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태화강은 한 때 '오염물'의 대명사였지만, 수질 개선 노력은 물론 시민들의 품에 안겨주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되면서 지금의 위상에 이르렀다.

울산은 항구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심과 맞닿은 해안 대부분이 공업지대라 내륙도시처럼 강이 도심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다보다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수변공간이 조성됐다.

특히 83만5천452㎡에 달하는 '태화강 국가정원'은 울산시민이 한 데 모이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대한민국을 빛낸 '2019 한국관광의 별'에 뽑히기도 했다.

주목할만한 것은 태화강은 강한 태풍이나 많은 비가 쏟아질 때 강이 범람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광주 영산강이나 황룡강도 마찬가지다. 수변공간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울산시는 이를 역이용해 습지나 갈대밭 등 생태 조건을 활용한 '정원'을 통한 브랜딩했다는 점에서 광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주와 지리적 유사성을 갖춘 대구시도 홍준표 대구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금호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도심을 관통하는 금호강변을 개발해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특히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이 주목받는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디아크문화관과 주변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하는 랜드마크 보행교를 만든다. 올해까지 60억원을 투입해 안심습지·금강습지·팔현습지를 연계하는 총 8km의 생태탐방로를 조성하는 계획도 기대를 모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디아크 일대를 젊은이들의 수상 레저 메카로 만들고, 금호강을 대구의 중심이자 시민들이 직접 즐기고 체험하는 하천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2023년 9월24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세빛섬 앞에 설치된 고래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그레이트 한강' 등 한강의 수변공간을 적극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뉴시스

◆영산강·황룡강, 광주를 바꾼다

Y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20개 사업에 사업비 3천785억원(국비 1천428억원·시비 2천357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이다. 이는 단지 단체장의 '공약' 사업이거나 수변공간을 조성하는 데 그치는 사업이 아니다.

광주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를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복지 사업'이자 도시의 가치와 매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인재와 기업, 방문객을 끌어오게 하기 위한 사업이다.

일례로 올해 파리에서 열리는 '2024 하계 올림픽'은 센강에서 펼쳐진다. 기존 스타디움에서 열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센강을 중심으로 한 수변공간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파리는 '센강'을 도시경쟁력을 높일 핵심으로 여기고 이를 집중적으로 브랜딩하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파리는 센강 수질 개선 사업과 함께 강변에 복합문화공간을 집중적으로 만들고 있다.

Y 프로젝트 관광기획 분야 자문에 참여했던 김혁 전 통영관광개발공사 사장은 "강 프로젝트는 도시의 이미지를 변화할 수 있는 그랜드플랜이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Y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은 단순히 즐기는 친수공간 조성이 아니다. 광주시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영산강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며, 나아가 21세기 새로운 도시문명을 만들어낼 길을 모색하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산강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광주다운 아름답고 자부심 가득한 도심 속 강을 지닌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며 " 파리에서 올림픽의 새로운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영산강에서도 지속 가능한 문명을 재창조하여 광주의 새로운 번영의 프로젝트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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