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당 40% 중후반 얻으며 '강한 지지' 받아
민주당 지역구 '싹쓸이' 했지만 미묘한 결과
현 정부 '호남홀대'·民 '텃밭 취급' 불만 작용
범민주 세력 경쟁서 지역민 여론 영향줄 듯

4·10 총선에서 광주·전남 선거구 18곳을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례투표에서는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위성정당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더 강하게 정부와 맞설 수 있다는 의견과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견제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민주당의 심장부로 불리는 광주·전남 민심의 향방이 향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의 역학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조국혁신당이 40%대 중후반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역구 후보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비례투표에서는 민주당 위성정당 대신 조국혁신당에 더 큰 지지를 보낸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광주의 경우 조국혁신당 47.72%, 더불어민주연합 36.26%, 국민의미래 5.77%, 새로운미래 2.90%, 개혁신당 2.27%, 소나무당 1.76%, 녹색정의당 1.50% 순으로 나타났다. 투표에 참여한 광주시민 2명 중 1명은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
전남에서는 조국혁신당 43.97%, 더불어민주연합 39.88%, 국민의미래 6.63%, 새로운미래 2.27%, 개혁신당 1.96%, 녹색정의당 1.37%, 소나무당 1.13% 순으로 집계됐다.
광주와 전남 18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특이한 결과다. 특히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연합이 26.69%를 얻어 조국혁신당 24.25%를 근소하게 앞선다는 점에서 광주·전남민들이 유독 민주당보다 조국혁신당에 더 '열광적' 지지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현 정부 '심판' 여론이 강한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정부와 더 선명하게 맞설 수 있는 조국혁신당에 표를 줬다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된다. 조국혁신당은 "3년도 길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현 정부의 조기 퇴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정권 초기부터 30%대에 그쳤는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 더욱 비판 여론이 강했다. 이에 더해 지난 2년간 현 정부와 국민의힘이 '서진정책'을 사실상 중단하고 호남에 해준 것도 없이 한전공대 출연금 삭감 등 '호남 홀대'를 자초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동시에 민주당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정권심판론'에 따른 거대 양당의 대결과 결집 속에서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제3지대'를 선택할 여유는 없었지만, 조국혁신당을 민주당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해석은 민주당이 텃밭인 지역을 홀대하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민주당이 180석에 근접하는 입법 권력을 가지고도 2년간 '이재명 사법리스크' 등에 갇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서 기인한다.
또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무리하게 호남 중진의 '비이재명계'를 숙청했다는 위기의식도 원인으로 꼽힌다. '검찰을 개혁하려다 검찰에 당했다'는 조국 대표에 대한 동정론 또한 일부 작용했다는 의견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얻어 국회 제3당 지위를 획득한 데 광주·전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만큼 향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 역학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를 굳혔지만 넓은 범위의 민주 세력으로 보면 이 대표와 조 대표의 경쟁 구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일단은 광주와 전남지역의 높은 조국혁신당 지지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겹쳐 심판여론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조국혁신당을 국회 제3정당으로 만든 만큼, 향후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호남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가 나올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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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정치 거물' 이낙연 "광주시민 뜻 겸허히 받아들일 것" 낙선인사를 하고 있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후보. 새로운미래 제공.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던 이낙연 새로운미래 후보가 11일 광주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낙선인사를 전했다.이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산월나들목(IC) 일대에서 고별인사를 했다.이 후보는 '광주 시민의 뜻 겸허히 받들겠습니다'라는 말이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주행하는 차량을 향해 연신 허리를 숙였다. 일부 시민들은 창문 너머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이 후보는 이날 낙선인사문을 통해 "광주 시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광주 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제 말을 들어주시고, 제가 광주의 미래를 생각할 기회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이어 "저를 도우러 전국에서,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온 수백명의 지지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의 선거운동은 순수했고,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다. 광주시민께도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이 후보는 "특히 우리 정치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증오와 저주의 선동정치를 어떻게 끝낼지, 국민과 함께 끈기있게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역설했다.이낙연 새로운미래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후보는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산월나들목(IC)일대에서 고별인사를 전했다. 새로운미래 제공.앞서 광주 광산을은 '반명(반이재명)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이 후보와 대표적 '친명(친이재명)계'인 민형배 민주당 후보의 빅매치가 성사되면서 격전지로 떠올랐다.친명 일색에 초선으로만 꾸려진 민주당 본선 대진표에 호남정치 복원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큰 인물론'을 들고 나온 이 대표와 탄탄한 지역 조직을 갖춘 민 후보와의 혈투가 예상됐지만 '파란 점퍼'라는 방패를 뚫지 못했다.지역에서 '그래도 민주당' 정서가 강한 것은 물론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상황 속에서 민주당으로의 결집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로 이 후보의 정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여론도 있지만, 호남의 거물급 정치인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이 후보의 존재감을 지울 순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당대표, 대권 후보, 국무총리, 전남도지사, 5선 국회의원을 거친 '관록의 정치인'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실제로 이 후보는 이날 낸 낙선인사문에서 호남의 발전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이 후보는 "앞으로도 저는 제게 주어지는 책임을 다하며 살 것이다"면서 "대한민국의 정상화, 민주세력의 재건, 광주와 호남의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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