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보다 투표가 먼저"···4·10 총선 사전투표 이모저모

입력 2024.04.07. 16:15 최소원 기자
[22대 총선 사전투표 이모저모]
사전 투표소 가족단위 인산인해
생애 첫 투표 참여한 MZ ‘눈길’
어린 아이와 손잡고 온 부모도
이태원 참사 유가족 투표 참여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6일 기표를 마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제22대 총선 광주·전남지역 주요 사전투표 현장은 만개한 벚꽃 나들이를 가기 전 투표소를 먼저 찾는 가족단위 투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총선 열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이번 사전투표의 최대 이슈를 제공한 선관위의 '대파 반입 금지'에 맞선 유권자들의 재치 있는 인증샷에 이어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투표에 참여해 사전 투표의 의미를 더했다.

'진실에 투표하세요' 진실대행진에 나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5일 광주 동구 서남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태원 유족, 광주서 투표 참여

"마음 같아선, 할 수만 있다면 한 번 더 투표하고 싶네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회원 25명은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광주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잃은 이종관(58)씨도 함께 했다. 이씨와 함께 동구 서남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다른 유가족들은 길게 늘어선 투표 대기행렬을 보고선 "광주 시민들은 사전투표 엄청들 하네요"라며 반가운 듯 웃어 보였다.

유가족들은 지난 4일 이태원 참사 서울시청 분향소를 출발해 부산·광주·대전·수원 등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진실대행진'을 하고 있다. 부산을 거쳐 이날 오전 광주에 도착했다. 유가족들은 "오늘 우리는 22대 총선을 앞둔 광주시민들에게 진실에 투표해 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광주에 왔다"며 "22대 국회에서는 생명과 안전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최우선으로 보장돼야 할 권리로서 인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투표소를 찾은 전진숙 북구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파를 들고 찍은 영상을 본인의 SNS에 게재했다. 전진숙 후보 SNS 갈무리

◆ '대파 반입 금지'에 재치 보여준 유권자들

"대파 반입이 안되면 발렛파킹이라도 맡길까요?"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을 후보가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전남대학교 내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진행하고 대파를 들고 인증했다.

전 후보는 "대파가 정치적 행위라고 한다. 늘 그래왔듯 본질은 외면하고 확산만 막으려 한다"면서 "아무리 정부가 국민을 억눌러도 우리는 언제나 정의로운 길을 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오전 나주 혁신도시 빛가람동 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가 대파를 들고 투표소를 찾았다가 반입이 불가하자 투표소 입구에 대파를 두고 '대파 발렛파킹' 제목의 사진을 찍은 뒤 SNS에 올리기도 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이날 구·시·군 선관위에 '대파를 소지한 선거인에게는 사전투표소 밖 적당한 장소에 대파를 보관한 뒤 출입하도록 안내하라'는 내용 등이 담긴 투표소 항의성 민원 예상사례별 안내사항을 보내 논란을 자초했다.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6일 휠체어를 탄 유권자가 투표권 행사를 위해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 "몸이 불편해도 투표"

"다리를 다쳐 입원해 있지만 이른 아침 나와 한 표 행사하고 갑니다."

지난 6일 오전 6시 20분께 입원복을 입고 휠체어를 타고 온 유권자 백석기(61)씨는 최근 다리를 다쳐 인근 병원에 입원했지만 사전투표를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첨단1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기에 사전 투표 오후 시간과 선거 당일은 많은 인파가 붐빌 것이라 예상해 이른 아침부터 몸을 움직였다는 백씨.

투표를 마치고 나온 백씨는 "요즘 삶이 팍팍하고 힘들다"며 "나라에 힘쓸 국회의원이 선출돼 국민들의 삶이 편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사전투표소는 이동 경사로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불편함 없이 투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6일 애완견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가 인증샷을 찍고 있다.

◆ 반려동물도 함께하는 사전 투표

"산책하기 전에 같이 왔어요. 투표소에서 이쁨 잔뜩 받고 갑니다"

수완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반려동물과 방문한 유권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주인의 품에 쏙 안겨 투표 현장으로 함께 들어가는 반려견이 있는가 하면, 투표소 안에서 신중하게 고민하는 유권자 대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강아지를 대신 맡아주기도 했다.

사전투표소 안에서 반려견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슈퍼스타'였다. 어린아이들의 눈길을 잡는가 하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귀여운 반려견들에 연신 애정의 눈빛을 보냈다.

투표를 마치고 입구에서 반려동물과 인증 사진을 남기던 양모(51·여)씨는 "산책하러 가기 전에 강아지랑 같이 투표하러 왔다"면서 "오늘도 사람이 상당히 많아서 당황했다. 선거 당일에는 투표하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아서 사전 투표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 생애 첫 투표에 설렘 '한가득'

"저도 이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요."

지난 6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치평동 사전투표소에서는 태어나서 처음 하는 투표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 '새내기'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조경민(21) 학생은 "전북 소재 학교를 다녀서 주말에 본가에 온 김에 해당 선거구에 투표를 하러 왔다. 대선도 참여하고 싶었으나 생일이 늦어서 이번에 처음 하는 투표인데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에 직접 참여하니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첫 투표를 하기 위해 함께 투표소를 방문한 양나은·양다은(20) 쌍둥이 자매는 "학교 다닐 때 해봤던 투표와 비슷해서 생각했던 것만큼 특별하거나 이색적이진 않았다"면서 "비례대표 용지가 너무 길고 정당도 많아서 헷갈리기도 했다. 당선된 분들이 공약을 잘 이행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6일 어린 아이와 함께 투표소를 방문한 부모도 눈에 띄었다.

◆ 아이 손잡고 투표소 찾은 부모 '눈길'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싶어요."

동천동 행정복지센터 2층 회의실에 마련된 동천동 사전투표소에서는 가족 단위로 방문한 유권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아이의 "투표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답하는 부모, 엄마가 투표를 마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엄마에게 기다렸다는 듯 "엄마 누구 뽑았어?"하고 묻는 아이 등 투표소를 찾은 단란한 가족들로 시끌벅적했다.

류지애(48·여)씨의 손을 꼭 잡고 투표소에 따라온 이경천(9)군은 "투표하는 걸 구경하러 온 건 두 번째인데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인다. 투표를 이렇게 한다는 걸 알게됐다"고 답했다.

투표 과정을 알려주고 싶어 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는 신혜진(44·여)씨의 아들 윤현서(12)군은 "우리나라에 정당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 줄 몰랐는데 새롭게 알게 돼 신기했다. 빨리 어른이 돼서 투표를 해보고 싶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 6일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고 있다.

◆ '투표 인증' 대세…투표 후 인증샷 인기

"SNS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게 인기라구요."

SNS 투표 완료 인증이 유행으로 번지면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각양각색의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은 후 투표소가 나오게 사진을 찍거나, 선거구가 쓰여있는 투표소 안내판 옆에서 셀카를 찍는 유권자도 있었다. 캐릭터가 그려진 귀여운 '투표 인증 종이'를 가져와 도장을 찍고 인증샷을 촬영하기도 했다.

윤모(59)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투표 인증샷을 찍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손등에 찍은 빨간 도장이 보이게 인증샷을 촬영한 김모(41·여)씨도 "SNS에 투표 인증 후기를 올린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동참하고자 사진을 찍었다"며 "당선된 분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소망하기도 했다.

최소원 수습기자 ssoni@mdilbo.com

임수민 수습기자 tnalscjstk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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