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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노자 교수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논평함 - '전라도천년사'에 대한 오해를 주목하여

입력 2025.06.15. 17:18 이용규 기자
나간채(바른역사시민연대 상임대표, 전남대 명예교수)

며칠 전에 박노자 교수께서 '전라도 천년사' 편찬사업을 공격한 시민사회의 활동에 대하여 다소 비판적인 칼럼을 어느 신문에 발표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읽어보니 박 교수가 이 편찬사업에 관해 다소간 잘못 알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편찬사업이 갖는 몇 가지 문제점을 다시 요약하여 밝힌다.

이 책은 전라도라는 명칭이 공식화된 지 1천년(서기 1018-2017년)을 기념하는 사업으로 시행되었다. 집필자는 213명, 작성된 원고가 13,000여 쪽, 34권의 총서형태로 인쇄되었다. 시민사회의 공개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배포하려 했으나, 시민사회의 사전 검증요구가 거세게 번져오자 수차에 걸쳐 검증이 이루어졌고, 결국에는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수정이 요구되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적절한 마무리작업이 진전되지 않아 배포가 중지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시기 시민사회에서 제기된 150여 건의 문제점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업진행과정에서 책에 포함될 내용이 변경되었으나, 책의 제목은 변경되지 않아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다. 처음 시작될 때 '전라도 천년사'를 내용으로 설정하였으나, 사업진행 중에 고대사까지 확장함으로써 내용은 '전라도 5천년사'가 되었지만 제목은 내용에 맞게 변경되지 않았다. 즉, 책의 제목과 내용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다.

2. 고려시대 이후의 전라도 역사서라면 당연히 제주도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책의 내용과 사업주체 형성에서 제주도가 제외되어 있다. 이는 역사서 편찬에서 기본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며, 여기에서도 '전라도 천년사'라는 제목은 맞지 않다. 전라도의 일부였던 제주도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3. 책의 제2권 제3편 제1장에서, 그 1장의 전체 내용이 한 쪽의 분량에 불과하다. 다른 장들은 대개 10쪽 내외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고려해볼 때, 책의 체제구성에서 객관적 균형성이 훼손되어 있다. 이는 이 총서의 전체 내용구성 체계에서 있을 수 없는 비합리적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는 일이다.

4. 주요 지명기록의 추정에서 드러난 비확정성 및 애매성이다. 이는 토착적이고 확실한 자료가 아닌 상태에서 음상사 등의 추정에 의거하여 제시된 지명(4권 57쪽, 63쪽, 249-251쪽 등)은 현재도 여러 이견이 제시되고, 미래에 변동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확정성이 낮고 애매한 지명은 그 인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본서기' 인용 사례가 과도하게 많다고 생각한다(제4권 18-21쪽, 27-29쪽, 등). 일본서기는 비록 일부가 사실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많은 부분이 황당무계하거나 허구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며, 일본서기가 세상에 나온 역사적 배경과 서지사항, 그리고 편찬주체의 성격을 주목한다면 객관적 자료로 흠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한국의 정통사서인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대한 인용이 부차적으로 희소하게 취급되는 이유를 박 교수가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강역과 관련하여 정약용 등 일부 실학자들의 역사인식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중국중심과 조선비하의 중화론에 묻힌 사대주의 표현임을 다른 실학자들이 주장한 점도 아울러 지적해 둔다.

종합하면서 다음 두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는 박 교수가 지적했듯이 역사상과 역사관, 즉 역사인식의 틀에 차이가 있다는 견해에 공감한다. 즉, 인식이란 현존재에 구속되기 때문에 궁극적 객관성을 주장하기는 어려움을 고려할 때 역사관에 따라 인식내용에서의 차별성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복자와 피정복자, 친일세력과 민족독립세력 간의 인식과 해석의 차이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현실적이고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다만 그 인식과 관심의 차이를 인정하고, 첨예한 충돌을 완화해가면서 공정하게 소통하고 공존하는 방안을 탐구하는 일이 역사발전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한국역사에서 민족의 정신적 뿌리에 자리 잡고 유지되어 온 공동체사상을 강조하고자 한다. 비록 심성의 밑바닥에 장기간 깊이 잠들어 있을지라도. 민족혼의 존재를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싸웠던 독립투사들의 역사인식이나 반민특위 재판에서 친일파에 속하는 이광수나 최남선의 고백에서도 유구한 민족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민족사학 연구집단의 여러 갈래들에는 그 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들을 획일적으로 단정하여 국수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 될 위험이 있다. 오늘날 전 세계의 지구촌에서도 K-문화로 실현되고 있는 홍익인간의 이념은 이러한 공동체적 민족성의 현대적 구현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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