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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문동 철거예정단지 십수년째 답보···쓰레기장 전락에 눈살

입력 2025.06.15. 13:05 차솔빈 기자
인분·불법투기 쓰레기 등 쌓여 악취
설비 무너지고 유리창 깨진 채 방치
보상금 갈등에 철거 수년째 미뤄져
10일 오전 광주 북구 누문동 광주제일고등학교 맞은편 문구점, 간판과 차양이 무너져 내려 금방이라도 자동차에 쏟아질 듯했다.
10일 오전 광주 북구 누문동의 모 건물 입구, 유리문이 부서지고 불법투기 쓰레기가 승용차 높이가량 쌓여 있었다.

"관리가 하나도 안되다보니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렸어요. 인분에 쓰레기에, 건물까지 무너지려고 하는데 장사가 되기나 하겠어요?"

광주 도심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사업이 십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방치된 건물들에 문제가 생기거나 온갖 쓰레기들이 나뒹구는 자리로 변한 것도 모자라 온갖 비행 범죄의 온상지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지자체의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오전 방문한 광주 북구 누문동 뉴스테이재개발사업지 일대는 온통 베이지색 천으로 둘러싸이는 등 블럭마다 출입할 수 없게 막혀 있었다.

지난 2006년 11월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된 누문구역 재개발사업은 누문동과 금남로 경계 인근까지 10만6천481㎡ 부지의 기존 주택과 상가를 철거하고 3천96세대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 단지를 건설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10일 오전 광주 북구 누문동 재개발사업지의 한 건물, 방치된 쓰레기에서 물이 흐르고 악취가 풍겼다.

2018년 사업시행 인가와 2020년 관리처분 인가도 받았지만, 일반조합원과 현금청산자 간 보상금 산정 갈등이 심화됐다.

이에 2022년 1월부터 진행된 거주민 이주작업과 보상 작업도 마무리되지 못해 철거가 진행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실제 주택과 상가 곳곳에 '이주 완료' 표시와 '출입 금지' 스티커가 붙어 있고, 점포 이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제일고 정문 앞 문구점은 낡은 간판과 차양구조물이 헐겁게 무너져 내려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량 위로 언제든지 쏟아질 듯 아슬아슬해 보였고, 인근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한 간판업체 건물은 유리문이 박살난 상태였으며, 입구는 승용차 높이만큼 쓰레기가 수북해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았다.

건물 입구를 막아놓은 천 옆으로 불법투기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풍겼다.
막혀 있어야 할 건물 사이 공터로 향하는 길이 열린 채 방치돼 있어 공터와 건물 내부로 진입이 가능했다.

광주 북구 수창초등학교 맞은편 옛 직업훈련학교 건물은 여러개의 출입문과 계단 등이 열려 있고 출입도 가능해 자칫 청소년들의 일탈지역이나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보였다.

이 외에도 오랜 기간 방치돼 쓰레기봉투와 인분, 토사물 등이 내부에 고스란히 남겨 있어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아보이는 건물 사이에 있는 지름길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삼용(63)씨는 "예전에는 여기가 천막으로 막혀 있었는데, 언젠가 이렇게 열린 후부터는 빙 돌아가기보다 이곳 공터로 지나는 사람들이 많다"며 "건물 문도 다 열려 있고, 쓰레기도 이렇게 방치돼 있는데 잘 치워지지도 않고, 위험한 구조물도 많은데 몇 년째 철거도 안 한다"고 불평했다.

이렇듯 슬럼화된 거리와 장기간 방치된 쓰레기 때문에 이곳에서 아직 영업 중인 가게에 방문하는 손님도 줄어드는 문제도 있었다.

이곳 누문동 거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정행숙(78·여)씨는 "온 거리가 빈 집에, 쓰레기 천지인데 장사가 잘 될 리가 만무하다"며 "구청에서도 예전에는 쓰레기를 치우러 오더니, 요즘은 감감무소식이라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고 말했다.

누문동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현금청산자와 일부 종교단체 등 기존 주민들과의 보상금 협의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고, 누문동 일대에 실제 이주 여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면서 철거가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길에 방치된 대형폐기물이나 철골구조물 등이 많고, 건물들이 방치되면서 무너지는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진입을 막는 천 일부가 뚫려 있어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등 관리 문제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곳 누문동 일대의 이주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시작됐지만 기존 기한에서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미관상으로도, 위생상으로도 매우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관리가 힘겹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누문동 일대의 불법 투기 쓰레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대형폐기물과 불법투기 쓰레기에 대해 처리와 단속이 힘겹다"면서 "북구에서도 재개발 조합과 현금청산자간 협의와 안전한 이주가 이뤄지도록 TF를 구성하고 회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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