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무너지고 유리창 깨진 채 방치
보상금 갈등에 철거 수년째 미뤄져


"관리가 하나도 안되다보니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렸어요. 인분에 쓰레기에, 건물까지 무너지려고 하는데 장사가 되기나 하겠어요?"
광주 도심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사업이 십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방치된 건물들에 문제가 생기거나 온갖 쓰레기들이 나뒹구는 자리로 변한 것도 모자라 온갖 비행 범죄의 온상지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지자체의 관심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오전 방문한 광주 북구 누문동 뉴스테이재개발사업지 일대는 온통 베이지색 천으로 둘러싸이는 등 블럭마다 출입할 수 없게 막혀 있었다.
지난 2006년 11월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된 누문구역 재개발사업은 누문동과 금남로 경계 인근까지 10만6천481㎡ 부지의 기존 주택과 상가를 철거하고 3천96세대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 단지를 건설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2018년 사업시행 인가와 2020년 관리처분 인가도 받았지만, 일반조합원과 현금청산자 간 보상금 산정 갈등이 심화됐다.
이에 2022년 1월부터 진행된 거주민 이주작업과 보상 작업도 마무리되지 못해 철거가 진행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실제 주택과 상가 곳곳에 '이주 완료' 표시와 '출입 금지' 스티커가 붙어 있고, 점포 이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제일고 정문 앞 문구점은 낡은 간판과 차양구조물이 헐겁게 무너져 내려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량 위로 언제든지 쏟아질 듯 아슬아슬해 보였고, 인근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한 간판업체 건물은 유리문이 박살난 상태였으며, 입구는 승용차 높이만큼 쓰레기가 수북해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았다.


광주 북구 수창초등학교 맞은편 옛 직업훈련학교 건물은 여러개의 출입문과 계단 등이 열려 있고 출입도 가능해 자칫 청소년들의 일탈지역이나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보였다.
이 외에도 오랜 기간 방치돼 쓰레기봉투와 인분, 토사물 등이 내부에 고스란히 남겨 있어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아보이는 건물 사이에 있는 지름길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삼용(63)씨는 "예전에는 여기가 천막으로 막혀 있었는데, 언젠가 이렇게 열린 후부터는 빙 돌아가기보다 이곳 공터로 지나는 사람들이 많다"며 "건물 문도 다 열려 있고, 쓰레기도 이렇게 방치돼 있는데 잘 치워지지도 않고, 위험한 구조물도 많은데 몇 년째 철거도 안 한다"고 불평했다.
이렇듯 슬럼화된 거리와 장기간 방치된 쓰레기 때문에 이곳에서 아직 영업 중인 가게에 방문하는 손님도 줄어드는 문제도 있었다.
이곳 누문동 거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정행숙(78·여)씨는 "온 거리가 빈 집에, 쓰레기 천지인데 장사가 잘 될 리가 만무하다"며 "구청에서도 예전에는 쓰레기를 치우러 오더니, 요즘은 감감무소식이라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고 말했다.
누문동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현금청산자와 일부 종교단체 등 기존 주민들과의 보상금 협의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고, 누문동 일대에 실제 이주 여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면서 철거가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길에 방치된 대형폐기물이나 철골구조물 등이 많고, 건물들이 방치되면서 무너지는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관상으로도, 위생상으로도 매우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관리가 힘겹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누문동 일대의 불법 투기 쓰레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대형폐기물과 불법투기 쓰레기에 대해 처리와 단속이 힘겹다"면서 "북구에서도 재개발 조합과 현금청산자간 협의와 안전한 이주가 이뤄지도록 TF를 구성하고 회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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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추락사'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폐쇄 요구 높아져 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의 모습. 이 다리에서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 올해에만 3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른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를 두고, 해당 시설을 임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행정당국이 추락 방지망 등 안전 시설을 설치 중이지만, 공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9일 광주 남구 등에 따르면,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9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8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특히 올해 들어서만 4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가장 최근 사고는 지난 8일 오후 2시25분께 발생했다. 40대 남성 A씨가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불과 18일 전인 지난 6월 20일에도 40대 남성 B씨가 추락해 중상을 입었고, 지난 4월과 2월에도 각각 30대 남성과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잇따른 사고에 남구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첫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2월말 남구는 2억원 규모의 특별조정교부금을 투입해 구름다리 안전 시설 설치를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현재 방범용 CCTV, 경관 조명, 추락방지망 설치 등을 포함한 공사를 추진 중이다. 최근 착공에 들어간 추락방지망은 오는 8월13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상단에는 길이 47m·폭 20m의 대형 그물망이, 하단에는 길이 28m·폭 10m 규모의 그물망 2개가 각각 설치된다.하지만 이러한 공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지역 사회에서는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공사 완료 전까지 구름다리 진입을 임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추락방지망 준공까지 최소 한 달가량이 남은 만큼,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구름다리 진입 자체를 일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남구에 거주하는 박모(43)씨는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사고라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개방돼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안전망 설치가 늦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때까지만이라도 출입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주월동 주민 차규환(36)씨는 "사람 목숨이 오가는 문제인데 시설 공사만 기다리는 건 너무 안일한 대응"이라며 "사고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데 방치하는 건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하지만 남구는 다리의 '임시 폐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진입로 계단 옆에 24시간 위기상담 등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남구 관계자는 "공사는 자재 확보와 장비 수배 등 시공업체 측 준비로 아직 본격 착공 전"이라며 "일주일 뒤쯤 본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며 "구름다리는 회전형 원통 난간 구조에 높이가 2m여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넘어가기 어렵다. 이번 사고 역시 다리 시작 부분 경사면 펜스를 넘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중 군부대용 철조망을 펜스에 추가 설치해 경사면 진입을 막을 계획"이라고 전했다.그러나 철조망 또한 모포를 덮거나 훼손하면 무력화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정창수 남구의원은 "지금까지 사고 양상을 보면 단순히 안전시설을 늘린다고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물망 설치까지는 시간적 공백이 존재하는 만큼, 이 기간만이라도 구름다리나 제석산 진입을 임시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다만 폐쇄 범위와 기간 등은 담당 부서와 의회가 긴급히 협의해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남구는 추락방지망 설치와 함께 올해 하반기까지 CCTV 및 자살예방 전화 설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구름다리 밑 생태터널 복원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예산 약 50억원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지속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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