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OO없는 OO' 축제
자연 의존성 높은 전남, 축제 절반 넘게 '기후 취약'
개화 시기·어장 지도 변화로 축제 위축·존폐 기로에

광주·전남지역 지자체들이 축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상 기후의 영향 탓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축제를 여는 전라남도가 대표적이다. 봄·가을엔 먹거리·볼거리를 내세우는 축제가 풍성하게 열린다. 일부는 경기 활성화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문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27일 전남도 '남도여행길잡이'가 제공하는 전남지역 축제를 분석한 결과, 올해 개최했거나 개최 예정인 축제는 모두 125개다. 22개 시·군 마다 평균 6개의 축제를 여는 셈이다. 특히 1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에선 32개의 축제가 개최된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 취약성은 상수가 됐다. 올해 초, 봄 이상저온 현상이 강타한 전남지역은 봄꽃의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봄꽃 없는' 봄꽃 축제를 치러야만 했다. 대표 봄꽃 축제인 광양매화의 경우 축제가 시작하고도 매화 개화율이 10%에 그쳤다. 그러면서 열흘가량 되는 축제 기간 한 해 100만명 가까이 찾는 관광객 수가 올해는 37만명으로 급감했다.
이처럼 기후리스크에 노출된 축제가 절반 가량에 달한다는 점이다. 주제(테마) 자체가 지역 고유의 자연 특성, 예컨대 꽃이나 농·수산물과 같은 지역 특산물에 기반한 축제는 총 67개(53.6%)다. 다시 말해, 전남지역 축제 2개 중 1개는 기후변화 또는 이상기후에 영향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기후 리스크는 고스란히 지역 축제의 위축 혹은 존폐로 이어진다. 기후의 영향에 따라 관광객이 줄어들고, 축제에 의존하던 마을의 경제 순환 구조가 깨질 구조적 위험까지 안고 있다. 구례 산수유꽃축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개화가 늦어짐에 따라 당초보다 일주일 연기했지만 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한 건 축제가 끝난 직후였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남·서해안 바다를 끼고 있는 시·군에서 개최되는 수산물 축제들은 기후변화에 정체성마저 흔들거린다. 온난화가 직격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어장이 이동하면서 주산지로서의 상징성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벌교꼬막축제의 경우 벌교지역 꼬막 생산이 씨가 말라감에 따라 축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예전엔 '홍어=흑산도'였지만 최근 주산지가 군산으로 넘어가면서 홍어축제 위상마저 추락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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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 아닌 하석(夏夕)···달라진 풍경 가을은 기온이 꺾이는 계절이다. 기상학적으론 '일 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후 다시 올라가지 않은 첫날'을 시작일로 본다. 여름은 꾸준하게 20도 이상을 기록할 때다. 문제는 여름의 끝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을 한 가운데 있는 큰 명절인 지난해 추석 풍경은 상징적이다.3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광주의 지난해 9월 17일(추석 당일) 아침 최저기온은 25.4도, 낮 최고기온 35.7도를 각각 기록했다. 9월 중순임에도 폭염 경보 기준인 35도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광주·전남은 3일 연휴 내내 열대야를 기록했다. 여름 추석이라는 뜻으로 하석(夏夕)이란 말이 나온 이유다. 앞서 2015∼2023년엔 음력 8월 15일 기준, 22.6도∼30도를 나타냈다.낮 기온은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이었다. 20도 초반에서 30도 사이를 오가던 날씨가 지난해 급상승했다. 실제 2016년 30도, 2019년 29.6도, 2022년 26.9도가 각각 최고치로 조사됐다.문제는 이상기후의 후폭풍이다. 폭염과 집중호우, 봄철 갑작스러운 한파 등으로 인해 추석을 앞두고 과일·채소 가격은 덩달아 널뛰기하고 있다. 명절에 가장 많이 쓰이는 사과는 10개 기준, 보통 2만5천원 전후 가격을 유지하다 역대 최장 장마와 태풍이 있었던 2020년 4만2천원대로 훌쩍 뛰었다. 잡채·나물 등으로 쓰이는 시금치는 100g 기준 1천원 미만이었던 게 이상기후가 나타난 2022년에는 2천378원, 지난해에는 3천944원까지 상승했다. 시금치가 대표적인 저온성 잎채소인데 폭염·집중호우 등이 반복된 탓이다.특히 최근 5년 새 급증하고 있는 집단 식중독과 장염 등 날씨 때문에 쉽게 상하는 전염병 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무더운 추석 현상은 앞으로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혜 광주지방기상청 주무관은 "최근 10년 간 폭염과 열대야가 드물었던 5~6월과 9월, 두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등 이른 더위와 늦더위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과 최근 발표한 3개월, 6개월 전망을 참고했을 때 올해 9월과 10월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예상된다"고 말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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