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2020년 이후로 감소추세
지역 특산물 지형 기후에 '흔들'

무등산 자락 해발 300~500m 고지에서 재배되는 광주의 명물, 무등산수박이 위기를 맞고 있다. 재배 농가 고령화에 기후 변화까지 맞물리면서다.
1일 광주광역시와 광주 북구·무등산수박 영농조합법인 등에 따르면 2000년 30가구에 달하던 농가가 2019년 10호를 끝으로, 2020년부터 한 자릿수인 9가구로 줄었다. 2024·2025년 각각 1가구씩 감소, 현재는 7농가다. 재배 면적·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2000년 12㏊에서 2021년부터는 2.6㏊로 78.3%가량 줄었다. 생산량은 2천t 대가 무너졌다. 집계가 시작된 2017년 2천248t에서 지난해 1천900t으로 감소했다.
무등산수박은 약간 길쭉한 모양으로, 일반 수박에 비해 속살이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배어난다. 금방 단맛을 느끼기보다 입 안 가득 향이 퍼지는 감칠맛이 오래간다. 껍질이 3㎝ 이상으로 두껍고 탄력이 강해 잘 깨지지 않는다. 진초록색으로 줄무늬가 없어 일명 '푸랭이'라 불린다. 일반 수박과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8월 중순 무렵 따기 시작해 10월 중순 서리가 내릴 때까지 수확한다.
이상기후의 영향 탓이다. 지구 온난화로 재배 가능한 면적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장마 등 날씨 영향에 수박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마가 이례적으로 길었던 2020년 1천700t이 대표적이다. 2017년 2천300t, 2019년 2천500t에 비해 60%가량 감소했다. 재배면적 당 생산량은 명확하다. 2017년 1㏊당 725.16t에서 2020년 586.21t에 그쳤다. 문광배 무등산수박 영농조합법인 총무는 "10~20년 전만 해도 3천~3천500개 정도 출하됐는데, 2022년엔 1천500개 정도만 나왔다"면서 "장마 등 날씨 영향 때문에 수박들이 적응을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가 농특산물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무등산수박 농가를 담당하고 있는 정현정 광주 북구 주무관은 "무등산수박의 최근 생산량 감소는 긴 열대야와 극한 호우 등이 누적되면서 생산량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며 "광주시와 북구, 광주농업기술센터가 농가와 함께 TF팀을 꾸려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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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스크, 전남 축제 무너뜨린다 전남을 대표하는 봄꽃 축제인 광양 매화축제가 늦은 개화로 예전 방문객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관광객을 유치한데 머무르며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광주·전남지역 지자체들이 축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상 기후의 영향 탓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축제를 여는 전라남도가 대표적이다. 봄·가을엔 먹거리·볼거리를 내세우는 축제가 풍성하게 열린다. 일부는 경기 활성화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문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27일 전남도 '남도여행길잡이'가 제공하는 전남지역 축제를 분석한 결과, 올해 개최했거나 개최 예정인 축제는 모두 125개다. 22개 시·군 마다 평균 6개의 축제를 여는 셈이다. 특히 1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에선 32개의 축제가 개최된다.예측 불가능한 기후 취약성은 상수가 됐다. 올해 초, 봄 이상저온 현상이 강타한 전남지역은 봄꽃의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봄꽃 없는' 봄꽃 축제를 치러야만 했다. 대표 봄꽃 축제인 광양매화의 경우 축제가 시작하고도 매화 개화율이 10%에 그쳤다. 그러면서 열흘가량 되는 축제 기간 한 해 100만명 가까이 찾는 관광객 수가 올해는 37만명으로 급감했다.이처럼 기후리스크에 노출된 축제가 절반 가량에 달한다는 점이다. 주제(테마) 자체가 지역 고유의 자연 특성, 예컨대 꽃이나 농·수산물과 같은 지역 특산물에 기반한 축제는 총 67개(53.6%)다. 다시 말해, 전남지역 축제 2개 중 1개는 기후변화 또는 이상기후에 영향에 취약하다는 의미다.기후 리스크는 고스란히 지역 축제의 위축 혹은 존폐로 이어진다. 기후의 영향에 따라 관광객이 줄어들고, 축제에 의존하던 마을의 경제 순환 구조가 깨질 구조적 위험까지 안고 있다. 구례 산수유꽃축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개화가 늦어짐에 따라 당초보다 일주일 연기했지만 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한 건 축제가 끝난 직후였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남·서해안 바다를 끼고 있는 시·군에서 개최되는 수산물 축제들은 기후변화에 정체성마저 흔들거린다. 온난화가 직격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어장이 이동하면서 주산지로서의 상징성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벌교꼬막축제의 경우 벌교지역 꼬막 생산이 씨가 말라감에 따라 축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예전엔 '홍어=흑산도'였지만 최근 주산지가 군산으로 넘어가면서 홍어축제 위상마저 추락하고 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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