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온도 상승에 '참조기' 씨 말라…10년만에 위판 물량 절반 줄어
"참조기 보리굴비, 부세보다 5배 가까이도 비싸…백화점 고급 선물용"

"식당에서 나온 보리굴비는 '조구(조기) 사촌'인 중국산 부세로 보면 되요. 영광 앞바다 참조기는 말 그대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죠."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 A 보리굴비 전문점 사장 A씨의 말이다. 광주에서 보리굴비 하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식당이다. 그는 "손님 상에 내놓는 보리굴비를 중국산 부세가 장악한 지 오래됐다"며 아직도 참조기 타령을 하는 손님에 되레 놀란 듯했다.
A씨는 "손님들이 특별히 주문하면 가격을 말하고 비싸게 사다 썼지, 일반 손님한테는 못 나갔다"면서 "참조기로 만든 보리굴비는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참조기를 천일염에 절인 뒤 해풍에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그 유명한 '영광 굴비'가 된다. 이렇게 만든 굴비를 통보리 항아리에 보관한 게 '보리굴비'다.
인근 굴비 전문점 5곳을 확인한 결과, 모두 중국산 부세를 사용했다.
굴비의 원산지 전라도 영광에서 참조기가 사라졌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관식이 사랑하는 애순이를 위해 꼭 챙겼던 그 '조구'다. 기후 위기 탓이다.
영광 앞바다는 오랫동안 한반도 최대 '참조기 어장'이 발달했다. 회유성 어류인 참조기가 서해 북쪽과 남해를 이동하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어장이 남쪽으로 이동했다. 영광 앞 바다에서 참조기 씨가 마른 이유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참조기 위판 물량은 2013년 3만2천15t에서 2023년 1만4천544t으로 56%나 급감했다. 사실상 반토막 난 셈이다. 그러면서 참조기 위판 가격은 130g 기준 2018년 kg당 3만2천96원에서 2024년 5만5천484원으로 크게 뛰었다.
그 틈을 중국산 부세가 파고들었다. 엇비슷하게 맛을 을맛내면서도 몸집은 더 크기 때문이다. 거기에 같은 크기로 가격은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민어과에 속하는 부세는 30㎝ 이상 크기가 흔하다. 참조기는 20㎝만 넘어도 특상품으로 쳐서 백화점으로 향한다.
영광 법성포에서 참조기·부세 두 가지로 보리굴비를 만드는 연우굴비의 정해란 대표는 "국내산 참조기로 만든 보리굴비는 3배 가량 더 비싸다"면서 "부세만한 참조기로 만든 건 5배 가까이도 뛰는데, 참굴비가 비싸더라도 그걸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10마리 기준, 중국산 부세가 10만원이라고 치면 참굴비는 50만원 가까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식당 대부분이 중국산 부세로 만든 보리굴비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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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적응과 상업화 가능성은 별개···선제적 준비 필요 신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기후변화에 따른 '과일 주산지' 개념 재정립이 불가피 해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농작물 재배 지형도도 새롭게 그릴 때죠."신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의 분석이다. 그는 지금의 기후 변화를 "과거의 계절 편차 수준을 넘어선, 작물 생육 환경 전반을 재구성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생육 기간 중 폭염이나 저온이 한두 차례 오는 정도였다면, 현재는 생육 시기 전체에 걸쳐 기상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졌다는 취지에서다.실제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과수나 채소 작물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봄철 이상고온과 여름철 극한호우,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되풀이 되면서다. 과거와 같은 품종, 방식, 지역 만으로는 더는 재배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재배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 연구사는 "특히 사과·배처럼 저온이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하는 과일의 경우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며 "전북, 경북 남부에서도 품질 저하나 개화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지구온난화는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아주 높은 수준일 때를 가정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SSP5-8.5'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2070년쯤엔 강원도 고지대 일부 만이 재배적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인 '과일 주산지'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과수 재배 지도를 새롭게 구축하는 있다.신 연구사는 현재, 장기 시나리오에 따른 작물별 적지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20여 년 간의 기후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아열대기후대가 10% 수준에서 2050년께면 56%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제주도나 남해 일부에서만 가능했던 열대·아열대 작물 재배가 내륙 중부권에서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열대기후대는 연평균기온이 18℃ 이상이고 겨울철 최저기온이 작물의 생육에 치명적이지 않은 지역이다. 동백나무·감귤 등의 아열대 작물이 노지에서 월동 가능한 기후권을 뜻한다.신 연구사는 "온난화가 무조건 위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문제는 속도"라고 강조했다.그는 "애플망고나 패션프루트, 레드키위 같은 작물은 이미 도입이 이뤄졌고 일부는 상업화 단계에 들어섰다"며 "그러나 이 역시 품종 개량, 하우스 인프라 구축, 재배 기술 전수 등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관건은 '선제적 준비'다. 정밀한 기후 모형을 바탕으로 행정과 농가가 공유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거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고랭지 배추의 적지 분석에 이어 복숭아·포도 등 주요 과수의 재배 적지도를 새롭게 작성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지금 재배 가능한 지역'이라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기후 조건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재배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면서 "단기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과 중장기 품종 재배 전략, 기술 전환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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