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보내진 참조기···중국산 부세 '서민 식탁' 채웠다

입력 2025.04.24. 15:02 이삼섭 기자
■이상기후의 경고…현실된 밥상 양극화-1부. 음식 불평등 ⑤보리굴비
해수면 온도 상승에 '참조기' 씨 말라…10년만에 위판 물량 절반 줄어
"참조기 보리굴비, 부세보다 5배 가까이도 비싸…백화점 고급 선물용"
광주 서구에 위치한 식당의 영광 보리굴비 정식. 참조기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영광 법성포 보리굴비 대부분은 중국산 부세로 쓰인지 오래다. 참조기를 보리굴로 만들려면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씨알 굵은 참조기가 필요하지만 구하기가 힘들고 만들어지더라도 백화점 등 고급 선물용으로 취급된다.

"식당에서 나온 보리굴비는 '조구(조기) 사촌'인 중국산 부세로 보면 되요. 영광 앞바다 참조기는 말 그대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죠."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 A 보리굴비 전문점 사장 A씨의 말이다. 광주에서 보리굴비 하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식당이다. 그는 "손님 상에 내놓는 보리굴비를 중국산 부세가 장악한 지 오래됐다"며 아직도 참조기 타령을 하는 손님에 되레 놀란 듯했다.

A씨는 "손님들이 특별히 주문하면 가격을 말하고 비싸게 사다 썼지, 일반 손님한테는 못 나갔다"면서 "참조기로 만든 보리굴비는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참조기를 천일염에 절인 뒤 해풍에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그 유명한 '영광 굴비'가 된다. 이렇게 만든 굴비를 통보리 항아리에 보관한 게 '보리굴비'다.

인근 굴비 전문점 5곳을 확인한 결과, 모두 중국산 부세를 사용했다.

굴비의 원산지 전라도 영광에서 참조기가 사라졌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관식이 사랑하는 애순이를 위해 꼭 챙겼던 그 '조구'다. 기후 위기 탓이다.

영광 앞바다는 오랫동안 한반도 최대 '참조기 어장'이 발달했다. 회유성 어류인 참조기가 서해 북쪽과 남해를 이동하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어장이 남쪽으로 이동했다. 영광 앞 바다에서 참조기 씨가 마른 이유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참조기 위판 물량은 2013년 3만2천15t에서 2023년 1만4천544t으로 56%나 급감했다. 사실상 반토막 난 셈이다. 그러면서 참조기 위판 가격은 130g 기준 2018년 kg당 3만2천96원에서 2024년 5만5천484원으로 크게 뛰었다.

그 틈을 중국산 부세가 파고들었다. 엇비슷하게 맛을 을맛내면서도 몸집은 더 크기 때문이다. 거기에 같은 크기로 가격은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민어과에 속하는 부세는 30㎝ 이상 크기가 흔하다. 참조기는 20㎝만 넘어도 특상품으로 쳐서 백화점으로 향한다.

영광 법성포에서 참조기·부세 두 가지로 보리굴비를 만드는 연우굴비의 정해란 대표는 "국내산 참조기로 만든 보리굴비는 3배 가량 더 비싸다"면서 "부세만한 참조기로 만든 건 5배 가까이도 뛰는데, 참굴비가 비싸더라도 그걸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10마리 기준, 중국산 부세가 10만원이라고 치면 참굴비는 50만원 가까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식당 대부분이 중국산 부세로 만든 보리굴비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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