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 민감한 배추, 이상기후에 가격 상승"

입력 2025.03.26. 10:04 김혜진 기자
인터뷰-위승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
한국인 소울푸드 김치 주재료
정부 가장 주의깊게 모니터링
폭염·한파·호우에 '금배추' 반복
준고랭지·신품종 개발로 대응
위승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

"이상기후가 배추 등 채소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죠."

위승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의 지적이다. 그는 "기상이 좋지 않다고 해서 가격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최근 몇 해를 보면 이상기후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추는 정부가 가장 주의 깊게 모니터하는 품목이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김치의 주 재료이기 때문. 기온과 강수량에 따라 수확량과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탓이다. 최근엔 폭염과 극한호우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재배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해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찬바람이 나야 할 시기에 기온이 상승하면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저온성 채소다. 가을배추 생육 적정온도는 18~20도다. 이른 수확을 위해 미리 배추를 심었던 농가 피해가 심했던 이유다.

그는 "이후 2022년 여름에는 한 달 내내 비가 내리는 바람에 여름배추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병충해도 많이 생겼다"며 "추석 직후 배추 물량이 부족해져 한 포기 가격이 1만원 가까이 오른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배추'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장기간 이어진 폭염 탓이었다. 여름배추 주산지의 말복부터 추석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았다. 2018년 기록적인 폭염을 훌쩍 넘어섰다. 주산지 기준, 이 같은 온도 차는 400m 낮은 지역에서 재배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 온도 상승이 작황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불확실성에 가격 유동성은 크다. 통상 60∼90일 재배하면 수확이 가능하지만, 기상 여건에 민감해서다. 폭염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한파도 문제다. 위 연구사는 "2021년 1월 겨울, 해남엔 영하 17.1도까지 내려가는 역대급 한파가 찾아왔다"며 "해양성 기후 덕분에 영하 10도 아래로 잘 떨어지지 않는 해남에 혹독한 추위가 닥치면서 배추가 얼어 죽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동성은 보관 문제와 연동됐다. 저온저장이 가능하지만 큰 부피 탓에 비용 부담이 늘어서다. 품질을 담보하기도 쉽지 않다. 폭염과 폭우, 한파 등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생산에 타격을 입으면 가격이 치솟는 이유다. 지난해엔 9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고랭지(여름) 배추'의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물량 부족으로 가격은 고공행진했다. 김장에 쓰이는 가을 배추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예특작과학원이 준고랭지 배추 재배 프로젝트, 신품종 개발, 장기저장을 위한 수확후 관리 연구 등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이다. 위 연구사는 "2023년부터는 준고랭지인 해발 400~600m 지역을 중심으로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추 산지가 산 정상 쪽으로 올라갈 거란 전망도 있다. 그는 "2100년쯤에는 산 꼭대기쯤이나 돼야 배추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있는데, 준고랭지 배추 재배와 신품종 개발 등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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