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쩍은 날씨 뒤엔 재룟값 급등···김밥집의 눈물

입력 2025.03.18. 19:42 이삼섭 기자
■이상기후의 경고 현실된 밥상 양극화 - 1부 음식 불평등 ①김밥
한줄에 3천500원…불과 5년만에 44.16% 올라
'이상기후' 직격탄에 주재료비 무섭게 치솟아
전남대 인근 분식집 작업대에 채 지워지지 않은 가격표가 남아 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김밥 한줄에 1천원에 팔았지만, 재료비가 급등함에 따라 현재 가격이 3배가량 오른 상태다.

김밥은 대표적인 '혼밥 외식' 메뉴다.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학생들부터 바쁜 직장인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는다. 국밥 한 그릇이 만 원을 넘보는 고물가 시대에도 유일하게 천원짜리 지폐 몇 장으로 버텨주던 음식이다. 김밥의 배신이 심상찮다. 최근 가격이 무섭게 치솟으면서다.

지난 14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정문 앞 '대학로분식'. 사장인 박모(73·여)씨는 지난해 말, 김밥 가격을 500원 올렸다고 했다. 김과 속 재값 인상 탓이다. 그는 "작년 4천800원 하던 단무지 가격이 6천400원까지 올랐다"면서 "김값(마른김 1속)도 한 때 1만 5천원을 넘어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 서민음식인 김밥 주재료들이 가격이 폭등하면서 김밥집들은 가격을 올릴 수도, 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광주 전남대 인근 분식집 사장님이 김밥을 만드는 모습.

대학가 특성상 마음고생이 크다. 가격에 민감해 몇 백원에도 사람들이 부쩍 줄어드는 게 보여서다. 그는 '김밥 1천원'이라고 적힌 작업대를 가리켰다. 불과 10여 년 전 가격표다. 2005년엔 한 줄에 800원 받고 팔았다고 했다. 식재룟값은 요동치는 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김밥값 올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짜장면, 냉면집은 1천원, 2천원씩 금방 올리지만 김밥은 500원만 올리려 해도 겁나 힘들어. 근데 시금치·당근은 또 얼마나 비싸." 분주하게 김밥을 마는 박씨의 푸념이다.

다른 가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8일 오전 전남대 상대 인근 봉봉김밥. 사장 고모(43)씨의 표정이 어둡다.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름 김밥 맛집으로 입소문이 난 터라 주문은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재룟값. 해가 갈수록, 짧으면 달이 바뀔 때마다 속 재값이 계속 오른다. 하지만 그에 맞춰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보니 수익성은 낮다.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

잠을 줄였다. 5년 전, 가게 문을 연 이래 가격을 두 번 올렸다. 재룟값이 너무 뛰어 버틸 수 없어서다. 그 때마다 영업 시간이 오전 8시에서 6시로, 다시 오전 4시로 앞당겨졌다. 부족한 수익을 채우기 위해서다.

이상기후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극심한 폭염이나 한파, 가뭄 또는 '극한호우' 등 예상치 못했던 이변에 식재료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고씨는 "극심한 폭염, 폭우, 한파가 몰아친 다음 날 공판장 가보면 오이·당근값이 두 배가 된다"며 "안 쓸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져다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서민 음식인 김밥 가격이 치솟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광주지역 김밥(외식 기준) 한 줄 가격은 3천460원이다. 2020년 2월 2천400원에서 5년 만에 44.16% 뛰었다. 쉽게 말해 5년 전, 3줄을 먹을 수 있었던 가격이 이젠 2줄 밖에 먹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배경엔 이상기후가 똬리를 틀고 있다. 김과 당근·시금치·우엉·계란 등 식재료가 고수온과 폭염, 폭우 등 기후 위기의 직접 영향권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상 기후 탓에 생산량은 줄고 가격은 급등했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마른김(중품) 10장당 가격은 2020년 2월 730원에서 올해 2월 1천560원(113.69%↑)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당근(100g)은 489원에서 732원(49.69%↑)으로, 시금치(1단)는 2천816원에서 4천525원(60.68%↑)으로 올랐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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