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 기온 상승…여름 길어질 것
가뭄·강우 등 이상기후 변화 심각화
꽃·음식 축제 비롯 먹거리 변화 예상
대형 산불 발생할 수 있는 조건 갖춰
중장기적인 탄소중립 대책 마련해야

"온도 변화를 계산해 보면, 4계절 가운데 봄과 가을의 상승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여름이 더 길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죠."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부 윤진호 교수의 이상기후 위험성에 대한 경고다. 그는 겨울철 북반구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기의 대규모 흐름이 미래 온난기후에서 점증적으로 증폭되는 현상과 핵심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최근 한-미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서다. 미래 기후변화가 겨울철 대기 대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다.
뚜렷했던 4계절에 대한 변화가 대표적이다. 윤진호 교수 연구팀은 "우리나라 연평균은 물론 겨울철 기온이 천천히 올라가며 더워지고 있는 게 관찰되고 있다"면서 "지난 겨울이 특히나 춥게 느껴진 이유는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찬 공기가 내려올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조금 더 춥게 느껴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뜨거워진 지구가 봄과 가을의 평균 기온을 올리면서 점차 여름과 겨울만 체감할 수 있게 될 거란 경고다.
기온 상승에 따른 광주·전남 지역의 다양한 생태 흐름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윤 교수는 "올해도 벌써 지역 꽃 축제와 음식 축제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며 "광주와 전남의 경우에도 오래 전부터 익숙해졌던 농작물이나 과일 등이 기온이나 강수 조건이 바뀌면서 이런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봄과 가을이 점차 짧아지는 등 온난화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지구가 뜨거워지며 발생하는 이상기후로 인해 낯설었던 것들에 익숙하게 될 것"이라며 "그 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대표적 과일인 나주배를 사례로 변화상을 분석했다. 그는 "나주배의 경우 당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볼 수 있고, 사과의 산지들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온도가 오른다는 게 '더우면 에어컨 틀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을 전어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그 계절에 먹고 살며 익숙해 졌던 것들이 덜 익숙해지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광주·전남에선 꽃이 피지 않아 꽃축제를 제 때 하지 못하거나 음식 축제도 고수온으로 인한 어종 변화, 이상고온으로 인한 과일·채소들의 재배지 변화 등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3년 겪었던 제한급수 위기 등 댐이 마르거나 산불이 대형으로 번지는 것도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2023년엔 화순 동복댐이 말랐는데, 지난해에는 오히려 넘쳤다"면서 "우수관의 용량이 내리는 비의 양을 감당하지 못해 역류하거나 넘치는 것 역시 우리나라의 평균 강우량이 매년 들쭉날쭉해 지며 나타나는 현상인데 앞으로 이런 일들은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대형 산불도 따뜻하고 강수량은 적은 것은 물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올해 초 발생한 LA 산불 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것 또한, 한반도가 그런 기후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극한 기후가 주기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다.
그렇다면 이상기후를 늦추거나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윤 교수는 '탄소 중립' 정책을 꼽았다. 파리 협약 등에 씌여 있는 탄소중립이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거다. 그는 "전기차를 타거나 텀블러 이용 등 개인적 차원에선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는 물론 국가와 국가 간 단위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실제 정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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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심는 날이 달라졌다··· 기후변화가 바꾼 농사달력 임태정 해남들영농조합법인대표가 25일 전남 해남 산일면에 위치한 자신의 배추밭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배추밭에서는 봄배추 재배가 한창이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배추 모종 시기가 달라졌어요. 봄배추는 열흘 일찍, 가을배추는 열흘 늦게 심는데, 이게 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죠."25일 오전 해남 산일면의 한 배추밭에서 만난 임태정 해남들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배추는 날이 더우면 안된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배추 농사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이 곳에서 2015년부터 10년간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 봄배추밭 33㏊와 가을배추밭 33㏊ 등 모두 66㏊ 규모다. 배추 생산량은 각각 1천t씩 2천t에 달한다.이날 배추밭에선 봄배추 키우기에 한창이었다. 살수장치를 활용, 온난화에 따라 10일 정도 일찍 심은 모종에 물을 뿌리면서다.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한참 따뜻하던 날씨가 갑작스럽게 추워지며 지난 17일에는 눈까지 왔다.임 대표는 "배추가 다 자라봐야 알겠지만 꽃대가 자라서 꽃이 피는 증상인 추대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자라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 키우고 있지만 추대가 올라오면 품질이 떨어져 제 값을 받을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락가락한 요즘 날씨에 배추 농사 짓기가 더욱 힘들어져서다.임태정 해남들영농조합법인대표가 25일 전남 해남 산일면에 위치한 자신의 배추밭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배추밭에서는 봄배추 재배가 한창이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이상기후 탓에 지난해 가을배추도 전체 물량의 20% 가량을 버렸다. 9월에 내린 극한호우 때문이었다. 시간당 100㎜ 안팎의 폭우로, 산이면의 시간당 강수량은 101.0㎜ 에 달했다. 이날 해남의 일일 최대 강수량은 328.5㎜ 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끝을 모르고 이어진 극심한 더위도 가을배추 농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전국배추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극한 폭우와 폭염으로 해남 가을배추 재배면적의 25%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재배 한계선은 북상하고 있다. 임 대표는 배추 가격 상승 요인으로 점차 오르는 한반도 기온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난화로 고랭지의 여름배추 재배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다른 배추로 수요가 옮겨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평년(20.5도)보다 4도 높은 24.7도까지 올라갔다.배추 생산의 도미노 현상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강원도에서 여름배추 재배가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5월부터 나오는 봄배추도 저장해 9월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부피가 커 저장하기에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름 배추 수요가 가을 배추로 옮겨오면서 가을배추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기후 영향을 크게 받는 배추 가격은 실제로 매년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김치찌개 등 외식 메뉴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날씨가 '로또'처럼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 정보에 따르면 최근 5년(2020년~2024년) 배추 1포기당 평균 소매가는 매년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봄배추 경우 6월 기준 4천372원에서 3천213원, 4천134원, 3천786원을 기록했다. 작년엔 3천560원으로 소폭 하락했다.여름배추는 8월 기준 2020년 1만281원으로 크게 올랐다가 5천687원, 8천607원, 5천913원 등 변동폭이 컸다. 지난해에는 33.82% 상승해 7천913원까지 올랐다. 가을 배추는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 기준으로, 2020년 2천96원에서 이듬해 4천516원까지 올랐다가 2022년 2천821원, 2023년 2천982원까지 내려갔다. 반면 이상기후가 나타난 지난해에는 3천439원으로 15.33% 뛰었다. 겨울배추는 5년 동안 1월 기준 4천432원, 3천85원, 4천92원, 3천23, 3천67원 등에 거래됐다.배추값 상승 탓에 절임배추 값도 덩달아 치솟았다. 절임배추 사업도 함께 하고 있는 임 대표는 "작년에 가을배추 값이 오르면서 절임배추도 30% 상승했는데 이 정도는 소폭에 불과하다"며 "작년 여름배추는 10t차 1대당 400만원에서 500만원하던 것이 추석 때 10t차 1대당 6천만원까지 뛰었다. 1천% 넘게 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음식점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는 "절임배추 경우 개인 판매보다 음식점, 김치업체 등으로 대량 판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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