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식 관장 “서사·동선·교육 기능 전반 미흡”
당시 기동타격대 “증언 빠지고 현장성 떨어져”
5·18재단, 추진단에 전시 보완 논의 제안

5월 정식 개관을 앞둔 옛 전남도청이 복원을 마치고 임시 개방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전시물 곳곳에서 사실관계 논란과 구성 미흡 문제가 제기되며 완성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에 따르면 옛 전남도청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 과정에서 훼손 논란이 불거지며 복원 사업이 추진됐고, 약 2년 6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달 시민들에게 임시 개방됐다.
상징적 공간의 역사성을 되살리기 위한 복원이었지만 정식 개관을 앞두고 전시 내용에 대한 보완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시 전반에서는 사건 흐름을 설명하는 연표와 수치 표현, 시점 안내 등이 실제 조사 결과와 어긋나거나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청 본관 1층 항쟁 전시에서는 1980년 5월24일 밤 11공수여단에 의해 11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친 것으로 설명돼 있지만,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해당 사건 사망자를 9명으로 판단했다. 또 전남도경찰국 본관 전시에서는 전두환 대통령 취임 시기를 1981년 2월25일로 안내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1980년 8월27일 당선된 뒤 같은 해 9월1일 취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처럼 일부 전시가 수치나 시점을 단순화하거나 다르게 구성하면서 사건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희생자 수를 둘러싼 설명 역시 논란이다. 전시에서는 도청 내부 희생자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사법 판단과 조사 결과에서는 범위를 도청 일대로 확장해 판단하고 있다.
임시 개방된 전시에서는 5월27일 계엄군 진압으로 숨진 희생자를 도청 내부 기준 14명으로 설명하며 현장에 동판을 설치했지만, 1997년 대법원은 도청 안팎에서 18명이 살해된 것으로 판단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역시 도청 내부 14명, 인근 5명 등 추가 희생을 확인하고 있다.
구체적인 전시 구성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도청 본관 1층 방송실은 1980년 5월27일 새벽 최후 방송과 관련된 인물과 방식이 실제 기록과 다르게 혼재돼 표현됐다는 지적이다. 당시 마지막 방송은 박영순 씨가 맡았고, 시민 참여와 헌혈을 호소한 방송은 전옥주·이경희·차명숙 등이 차량을 이용해 진행한 가두방송이었지만, 현재 전시는 이를 구분 없이 재현하고 있다.
2층 부지사실 전시에서는 시민수습대책위원회와 이후 재편된 시민학생수습위원회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표현되면서 혼동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허연식 5·18민주화운동교육관장은 “현재 전시는 도청 내부의 마지막 상황에 집중돼 있어 5·18 항쟁 열흘의 흐름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서사 구조와 동선, 교육 기능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태”라며 “무기나 탄두 전시가 단순 재현에 그치면서 당시 상황의 맥락이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안병하 전남도경찰국장 관련 공간도 단순 재현에 머물 것이 아니라 당시 경찰의 판단과 역할을 함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상무관 역시 단순 영상 중심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갖는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양기남 5·18기동타격대동지회장은 전시 내용이 실제 경험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직접 가서 보니까 전반적으로 너무 허술하게 돼 있었고, 우리가 증언했던 내용들도 상당 부분 빠져 있었다”며 “기동타격대 관련 공간도 표기부터 잘못돼 있고, 우리가 수차례 이야기했던 내용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채 일부 장면만 단편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청으로 들어가는 길목 같은 경우 당시 시신이 줄지어 놓였던 중요한 공간인데, 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사진 몇 장으로만 처리돼 있다”며 “최소한 미니어처라도 만들어 당시 상황을 체감할 수 있게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5·18기념재단도 전시 콘텐츠 보완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재단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에 전시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전달하고 정식 개관 이전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을 추진단에 제안한 상태다.
재단 관계자는 “전시 콘텐츠 전반에 대해 미흡한 부분과 보완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제안을 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은 추진단 측과 협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이에 추진단은 “시범운영 기간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단계적으로 보완해 정식 개관을 준비하겠다”거 밝혔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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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만 남았던 매점 ‘활기’...5·18민주묘지, 오월 준비 마쳤다
재개점한 국립5·18민주묘지 내 민주관 1층 매점은 오는 5월22일까지 팝업 형태로 한시적으로 열린다.
“작년엔 문이 닫혀서 그냥 돌아갔는데 올해는 뭐라도 사 먹으며 쉴 수 있어 좋네요.”5월을 앞두고 국립5·18민주묘지가 참배객 맞이에 나섰다. 한동안 운영이 중단됐던 매점이 다시 문을 열고 장기간 공석이던 묘지관리소장도 임용되면서 본격적인 오월 맞이에 들어갔다.2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관 1층 매점 앞에는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손에 든 참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목을 축이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지며, 한때 자판기만 남겨둔 채 문을 닫았던 매점에도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새롭게 재개점한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관 1층 매점의 모습매점 내부에는 음료 자판기와 아이스크림 매대, 지역 공예 작가들이 5·18민주화운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념품이 놓였고, 한쪽에서는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거나 기념품을 손에 들어보며 의미를 살펴보는 참배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이날 친구들과 함께 묘지를 찾은 정규철(67)씨는 “15년간 묘지를 방문했는데 그동안 4~5월이면 더워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 먹고 쉼터에서 수다를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코스였는데, 작년에는 매점이 문을 닫아 많이 허전했다”며 “4월 초에 들렸을 때 다시 매점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방문했다. 여러 사람들이 오가며 분위기도 살아나 훨씬 낫다”고 말했다.무안에서 온 박선아(30)씨는 “민주묘지는 2023년에 처음 방문했다가 올해 두 번째인데 기억하던 매점과 모습이 많이 달라 신기하다”며 “예전에는 단순히 쉬어가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전시처럼 볼거리도 많아져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념품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처럼 5·18 굿즈를 구매하려는 젊은 참배객들도 늘어날 것 같다. 오월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느낌”이라고 덧붙였다.5·18민주유공자유족회에 따르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기간을 앞두고 묘지 내 매점 운영을 재개하고 팔찌와 키링, 엽서, 브로치 등 오월 기념품 팝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번 팝업은 유족회와 지역 공예 작가들이 협업한 ‘오월의 빛 프로젝트’ 결과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앞서 매점은 유족회가 2022년 공법단체로 전환되면서 운영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 사단법인 시절에는 유족회 회원이 자원봉사 형태로 매점에 상주하며 운영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지난해 3월 문을 닫은 국립5·18민주묘지 내 매점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기간을 앞두고 오월 굿즈 팝업을 열고 매점 운영을 재개했다.하지만 공법단체 전환 이후 수익사업을 하려면 ‘5·18민주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단체가 직접 운영해야 했지만 민주묘지는 4~5월 기념기간을 제외하면 매출이 크게 줄어 직영을 위한 상시 전담 직원을 둘 수 없어 매점 운영은 지난해 3월 잠정 중단됐다.이에 유족회는 국가보훈부와 협의를 거쳐 기념기간에 한해 팝업 형태로 매점 운영을 재개했다. 상시 고용 대신 중앙회 인력을 팝업 기간 동안만 활용하고 기존 컵라면과 과자를 판매하는 대신 지역 공예 작가들의 제품을 위탁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 부담을 줄였다.이계벽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사업국장은 “이번 ‘오월의 빛 프로젝트’는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오월의 기억을 일상 속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며 “매점이 참배객들이 잠시 머물며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이라는 점을 살리면서 유족들의 기억과 지역 작가들의 해석을 결합해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삶과 연결된 가치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오월 참배객 맞이는 매점 재개뿐 아니라 묘지 운영 전반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국가보훈부는 전날인 27일 약 10개월간 공석이었던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에 이경률 신임 소장을 임용했다. 이 소장은 광주시 인권담당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전시콘텐츠팀장,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5·I18 관련 정책과 현장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이경률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은 “5·18민주묘지에 영면하신 민주유공자들의 민주·인권·평화 정신을 계승·확산시키고, 묘지를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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