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제2우주센터는 고흥으로
대한민국 유일의 우주발사 기반… “이미 고흥에 있다”

고흥군 외나로도. 이곳은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시작점이자 중심지로 자리잡아왔다. 2009년 나로호, 2021년과 2022년 누리호 발사까지,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발사체는 모두 고흥에서 하늘로 향했다. 농축산업, 어업이 중심을 이룬 전남 지역에 우주산업이 고흥에 들어오면서 관광객 유치 등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고흥을 우주발사체 산업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공약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제2우주센터 유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타지역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기지인 '나로우주센터'는 단순한 발사 장소가 아니다. 발사체 조립동, 발사대, 발사관제동, 운송시설 등 첨단 인프라가 조성된 현장이다.
우주산업의 핵심은 '집적화'다. 발사체는 설계부터 제작, 시험, 조립, 발사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며, 이 공정들이 분산되면 물류비용과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서도 일관된 품질 관리와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할 때, 이미 축적된 인프라가 있는 고흥만큼 제2우주센터에 적합한 입지는 없다는 게 각계 설명이다. 기존 인프라를 확장해 활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비용 효율적이며, 발사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이라 점에서 정부가 고흥에 제2우주센터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형·기상·안전성 모두 확보된 최적의 조건
우주발사체의 비행경로는 발사 후 수백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며, 중간 추적과 궤도 진입, 잔해 낙하 등 여러 위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해상 발사 궤적이 확보되고, 인구 밀집 지역에서 떨어진 지형이 필수다. 고흥은 이러한 조건을 완벽히 갖춘 지역이다. 전방에 탁 트인 남해안 해역은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 구역 설정이 가능하며, 무인도와 산악 지형으로 둘러싸인 외나로도 일대는 혹시 모를 사고 발생 시 인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고흥은 기상 요건도 안성맞춤이다. 고흥은 이상 양호한 기상 조건을 갖추고 있어 발사 일정의 예측 가능성이 높고, 바람과 강수 등 변수가 적은 '안정 기상지대'로 꼽힌다. 나로우주센터가 지금까지 발사체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자연 조건 덕분이다. 새로운 부지를 추가로 선정해 발사장을 새로 조성한다면, 이 모든 장점을 잃게 되는 셈이다.
오현웅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12일 무등일보와 통화에서 "발사체 궤도와 공역 확보 측면에서는 제주도가 입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존 인프라와 산업화 연계 측면에서는 고흥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흥에는 이미 발사체 클러스터 사업 등 기반이 조성돼 있어 위성 조립·시험 등과 연계된 집적화 단지 구축에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교통 인프라가 개선돼 물류비와 접근성이 높아지면 고흥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새로운 인프라 구축보다 기존 자원의 활용과 경제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지난 2022년 조선대학교 재직 시절 고흥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최초 발사체인 누리호를 통해 직접 제작한 큐브위성을 사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첫 번째로 사출된 조선대 큐브위성 'STEP Cube Lab-Ⅱ'가 비콘신호(상태정보) 수신에 성공했다.
◆우주선 철도 등 교통망 구축까지
이재명 대통령은 고흥 우주발사체 산업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이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교통망 구축까지 공약했다.
우선 광주~고흥 고속도로 건설이다. 이 고속도로는 우주발사체 산업클러스터 접근성 향상과 조기 활성화를 위한 광역교통망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가계획 수립시 검토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고흥의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고흥 우주선 철도 건설도 이 대통령의 공약이다.
벌교부터 고흥, 녹동을 잇는 이 사업은 우주 및 드론산업 단지와 연계한 안전적인 철도 물류 수송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최근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며 국가철도망 반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흥군과 대중교통포럼이 주관해 지난달 2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고흥우주선 철도건설 사전타당성 조사 및 발전전략 수립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제 발표를 맡은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고흥 철도건설은 충분한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고흥우주선 철도가 건설되고 단계적으로 확장되면, 고흥-서울 간 이동시간이 현재 약 5시간에서 2시간 50분대로 단축되고, 수도권, 부산·울산권, 광주권 등 주요 권역과의 고속 교통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고흥우주선 철도를 기반으로 고흥군의 국가 미래 핵심 전략산업인 우주 및 드론 산업도 함께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사체 특화지구' 대전·사천과 삼각 체계 구축
전남도와 고흥군은 제2우주센터 유치를 위해 전방위적인 대응 체계에 나섰다.
특히 정부가 지난 2022년 12월 고흥을 발사체 특화지구로 지정하면서 경남(위성 특화지구), 대전(연구·인재개발 특화지구)과 함께 삼각체계를 구축키로 하면서 민간 주도 우주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4월 우주항공청을 방문해 윤영빈 우주항공청장과 고흥 제2 우주센터 유치 및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핵심 현안 사업을 논의했다.
특히 대선 공약 핵심과제로 발굴한 '우주발사체 산업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 제2우주센터가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유치되도록 정부 정책 반영과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발사체 특화지구 육성 정책의 일관성 유지, 기존 나로우주센터와의 시너지효과, 발사체 시험·조립·발사 등 전 주기적 연계 가능성 및 입지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흥군은 예비 부지 확보는 물론, 우주센터 확장에 필요한 진입 도로와 기반시설 정비도 마친 상태다. 특히 군내에는 민간 기업 입주를 위한 우주산업특화단지가 조성 중이며, 이를 연계한 창업지원센터와 연구개발센터도 추진되고 있다.

◆남은 건 용역 결과…국가정책 일관성 필요
제2우주센터 고흥 유치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준비와 열망을 외면하지 않는 정부의 결정이다.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10월부터 발사 인프라 확장 필요성 및 전략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주요내용은 제2우주센터 구축 필요성과 후보지 종합 비교검토다. 이에 따라 우주청은 오는 9월까지 용역을 마친 후 올해 하반기 내에 제2우주센터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후보지 선정 후 2032년 발사를 목표로 한다.
현재 고흥과 제주가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지정, 국방 전용 발사장 구축 등을 고흥에 추진 중인 상황이어서 국가정책과 연계성 강화를 위해 고흥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전남도와 고흥군은 나로우주센터 구축을 위해 인허가, 토지보상 등 사업을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한 행정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발사체 산업 집적화로 부품 표준화, 다량 생산 등 비용 절감과 발사 일정의 유연성 확보가 가능하고, 발사체 이상 징후 시 신속한 대처도 월등하다.
소영호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제주도가 발사각 측면에선 유리하지만, 해당 부지는 주민 동의 등 현실적 여건이 좋지 않다"며 "고흥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흥은 기존 인프라와 보호시설이 이미 구축돼 있어 새로운 부지를 조성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며 "전남도는 우주청장과의 면담, 공약 반영 등을 통해 고흥 유치를 적극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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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인프라·부지 3박자 '완비' 전남 해남군 구성지구 일대 약 158만㎡(약 48만 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뉴시스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서버만 갖다 놓는 게 아닙니다. 수천 대의 고성능 컴퓨터가 24시간 돌아가기 위해선 막대한 전기, 냉각을 위한 용수, 그리고 지속가능한 전력 시스템이 필요합니다."전남도가 '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 허브'를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실현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입지이기 때문이다.산업의 중심축이 인공지능(AI)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전력공급과 친환경 인프라가 결정적인 경쟁력이 된 시대다. 특히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RE100'을 선언하면서 에너지 조달 방식이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떠올랐다.이런 흐름 속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 허브'는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RE100을 실현할 수 있는 입지로 평가받는다. 해남은 전국 최고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자랑하며, 여유전력만 해도 8GW 이상이다. 풍력과 태양광 자원이 인근 지역에 밀집돼 있고, 송전 계통 인프라 또한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어 전기요금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같이 완벽한 환경에 AI 데이터센터가 조성될 수 있도록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정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120만평 부지와 4만 톤 용수…인프라 '완비'AI데이터센터는 전력 외에도 냉각용수와 넓은 부지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솔라시도가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용지와 물'이다. 전남 해남 구성지구 내에는 즉시 착공이 가능한 120만 평(약 397만㎡) 규모의 부지가 확보되어 있으며, 이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별도의 수용이나 정비 절차 없이도 당장 건설이 가능하다는 점은 사업속도 측면에서도 큰 강점이다.냉각용수를 비롯한 공업용수도 하루 4만4천㎥ 이상 공급 가능하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의 물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향후 확장 시에도 안정적이다. 특히 인근에 이미 일부 산업용수 계통이 존재하고 있어, 관로·가압장·배수지 등 추가 시설 구축도 무리 없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남도의 설명이다.◆글로벌 빅테크와 접촉…사업성 검증 본격화프로젝트 추진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전남도는 지난 2월 'FIR HILLS',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해남군과 함께 솔라시도 AI슈퍼클러스터 허브에 대한 실시협약(MOA)을 체결했다. 이후 FIR HILLS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사업참여 협의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투자수익률(ROI) 분석 및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 마련도 병행 중이다.전남도는 이 사업을 '차기 정부 대선공약 과제'로 반영시키는 데 성공했고,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 국회 여야 정치권에 국가차원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현재 도청 내 6개 실국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에서 전력, 공업용수, 통신, 인센티브, 부지 공급 등 각 분야별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으며, 매주 정례회의를 열어 추진 상황을 점검 중이다.◆정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전폭 지원해야전남도는 "정부가 솔라시도를 국가사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유사한 방식의 사례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2년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2.2조원 규모의 공업용수 예산을 포함한 인프라를 직접 지원한 바 있다.전남도는 이에 준하는 수준의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를 '국가사업'으로 공식 지정하고, '범부처 추진협의체'를 구성할 것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154kV 및 345kV 변전소 2기 구축 지원 ▲공업용수 공급시설(관로·가압장·배수지 등) 설치 사업비 지원 ▲외국인 투자유치 시 필요한 현금지원, 세제감면 등 인센티브 지원 등이다.이 같은 요구는 단순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용인, 평택,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된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구조적 균형을 잡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수도권 편중 벗어날 기회…"정부 결단 필요"현재 수도권에는 이미 과밀화된 데이터센터가 다수 포진해 있으며, 전력 계통이나 용지 문제로 추가 건립이 어려운 상황이다.이에 따라 구글, AWS 등 다국적 클라우드 기업들도 "RE100 기반을 만족할 국내 입지가 필요하다"며 신규 거점을 모색하고 있다.전남 솔라시도는 이런 수요를 만족할 거의 유일한 해답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정책기조와 예산 우선순위가 걸림돌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미래산업의 지방 분산'과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의지가 있다면, 솔라시도 프로젝트에 대한 신속한 국가사업 확정이 선행돼야 한다.◆솔라시도, 'K-디지털 인프라'의 첫 모델AI는 전 산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 공공행정, 의료, 제조, 물류, 금융까지 AI 인프라 없이는 경쟁이 불가능한 시대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엄청난 전력과 냉각, 서버 유지 인프라가 필요하며, 이는 친환경·지속가능한 구조 속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전남 솔라시도는 한국이 독자적인 'K-디지털 인프라 모델'을 수립할 수 있는 첫 시험대다.전남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안정된 전력망, 용수, 대규모 부지, 글로벌 연계성을 갖췄다. 이젠 정부의 정책 선택과 예산지원만이 남았다.이재명 대통령은 "해남에 재생에너지 기반의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또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산업지역을 연계한 RE100 산단 조성, AI 기반 지능형 전력망 확충 등이 포함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도 공약했다. 이 같은 공약이 충실히 실천돼야 미래 먹거리인 AI 산업의 중심축을 전남으로 가져올 수 있다.조석훈 전남도 정책기획관은 "AI 슈퍼클러스터는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향후 대한민국 AI, 디지털 경제의 심장을 짓는 일"이라며 "지금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과감히 투자하고 방향을 잡아줘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이 꼭 국가정책사업으로 확정될 수 있도록 도 차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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