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장 제공하는 작업물과
시각적 아름다움 지닌 작품 등
다양한 전시물, 관람객과 소통
하루 다섯번 정기 해설 운영
QR 작품가이드도 마련 '눈길'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 개최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 관람객들을 매일 만나고 있는 도슨트들이 호응이 좋은 8작품을 각 전시실 별로 추천한다.
사유의 장을 제공하는 작품부터 아름다운 미감을 드러내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도슨트 전시해설은 별도의 예약 없이 매표소 앞에서 선착순 20명 내외로 진행되고 있으며 오전 10시·11시, 오후 1시·2시·3시 등 총 5차례 운영된다. 도슨트 해설 외에도 작품마다 QR코드를 찍으면 국영문 오디오 작품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1전시실
피터 부겐후트(Peter Buggenhout)의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 연작은 피터르 브뤼헐 더 아우더(Pieter Brueghel de Oude)의 작품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잘못된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을 묘사한 브뤼헐의 그림처럼 부겐후트는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욕심을 지적하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형상을 만들었다.

◆2전시실
노엘W.엔더슨(Noel W. Anderson)은 사운드 설치 작품과 함께 세 점의 테피스트리 작업 '흑인 여가를 위한 반론'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에서 영감을 얻어 태피스트리를 제작하고 영화에서 목사 역을 맡은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목소리에 판소리의 북 소리를 얹었다. 흑인 남성의 정체성 개념이 변화하는 그의 작업에서 제임스 브라운의 목소리는 한국 서민의 울분에서 비롯한 판소리와 닮아 이질적이면서도 이질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케빈 비즐리(Kevin Beasley)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으로 제작된 '현장 모듈(신시사이저) I' '현장 모듈(신시사이저) II'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넓은 미국 땅에 살며 이주를 거듭해 20세기 초중반에 도시로 정착한 미국의 많은 흑인 가족에 대한 기록이다. 천이라는 평범하고 보편적인 소재에 깃든 노동의 흔적을 들여다본다.

◆3전시실
해리슨 피어스(Harrison Pearce)의 '원자가(Valence)'는 부드러운 실리콘을 자극하는 금속성 탐지기의 접촉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유기체와 기계의 끊임 없는 상호변형을 보여준다. 금속 프레임과 기계 구조 안에 있는 실리콘 덩어리가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심장 박동이나 호흡과 같은 신체 리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4전시실
4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비앙카 봉디(Bianca Bondi)의 '길고 어두운 헤엄'. 이 작품은 소금물을 이용한 화학 반응을 이용함과 동시에 일상적 사물을 대치해 극적인 두 세계를 연결한다. 신발을 벗고 올라간 작품 위에서 관람자들은 현실 너머의 세계를 순간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주라 셔스트(Jura Shust)의 '초심자 III: 가장 짧은 밤의 전야'는 자연과 소통하던, 고대 전통을 수행하는 영상 속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영상이 상영되는 중 송진으로 가둔 나무 기둥과 정시장 바닥에 흩뿌려진 침엽수 잎은 사람이 죽은 뒤 나무로 들어간 영혼이 나뭇잎을 모두 떨굴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는 믿음을 상징, 해당 공간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으로 만든다.

◆5전시실
미미 박(Mimi Park)의 '발광하는 우리(Shining Us)'는 작은 오브제로 연결된 소우주를 상징한다. 가볍게 여겨지기 쉬운 일상적 사물이 한데 모여 형성한 작은 세계가 호기심을 갖게 만들며 작은 것들을 보듬는 시선을 만든다.

하십 아흐메드(Haseeb Ahmed)의 '주식 날씨III(Stock Weather III)'는 글로벌 경제와 날씨를 연결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사건으로 이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주식 거래소의 데이터 속 숫자가 오르내리는 것에 따라 모래밭 위를 돌아가는 날개의 속도가 변화하며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주식이나 날씨 등에 우리가 매달리는 이유를 묻는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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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작가' 호추니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임된 호추니엔. 내년 열리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싱가포르 시각예술가이자 기획자인 호추니엔(Ho Tzu Nyen)이 선임됐다.(재)광주비엔날레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호추니엔을 선임했다고 23일 밝혔다.재단은 이번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비엔날레의 본질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차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획자를 물색해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호추니엔이 제안한 '예술의 힘과 이를 통한 변화'는 광주비엔날레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됐다.호추니엔의 선임은 새로운 시선을 전달할 수 있는 점도 주효했다. 그동안 유럽인 기획자의 시선에서 서양 바깥의 문화 등을 해석해왔다면 이번에는 동아시아 기획자의 시선으로 내부의 역사와 문화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또 하나는 기획자가 아닌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담론이라는 점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작가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한 사례는 호추니엔이 최초이다. 2022년 카셀 도큐멘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데니시&노르딕 국가관 등 최근 들어 작가의 기획자 활동 사례가 국제적으로 활발해지고, 기확자와는 다른 신선한 시각의 전시 기획이 호평을 받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호추니엔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으로 광주비엔날레에는 2018년, 2021년에 참여했으며 2021년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커미션 작품을 하기도 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싱가포르 파빌리온, 2014년 상하이비엔날레, 2019년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년 샤르자비엔날레 등에 참여한 바 있으며 올해 무담 룩셈부르크,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와 도쿄현대미술관, 2023년 싱가포르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그가 제작한 영화는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칸 영화제, 201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는 등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다.기획자로서는 국립대만미술관이 주최하는 2019년 제7회 아시아미술비엔날레 공동기획자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호추니엔은 지리적 체계 안에서 아시아를 들여다보고 아시아에서 알려지지 않은 미개척 지역과 허술한 경계를 통해 끊임 없는 변화와 생성을 이야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임된 호추니엔.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호추니엔 예술감독 선임으로 기후 변화, 예측 불가능한 질병, 후퇴한 민주주의 등 위기에 포위돼 무력해진 개인과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획득하는 데 있어 공동의 예술적 실천과 이를 위한 연대에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호추니엔은 "작가가 아닌 예술감독으로서 찾은 광주라는 특별한 도시에서 독특한 모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꿈만 같다"며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년 동안 나를 사로잡고 성장시킨 에너지, 개성, 관행, 작품, 명제들을 한데 모아 예술적 변화의 실천이 민주화의 변화를 이끈 이 도시와 어떻게 공명하는지 확인하는 자리이다. 하나의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변화의 명제를 만들어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상갑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광주비엔날레가 지닌 국제적 영향력만큼이나 광주의 지역적 맥락은 매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관심사였다"며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에 천착해 온 호추니엔 예술감독의 선임으로 세계에서 그리고 아시아라는 지역적 맥락에서 광주비엔날레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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