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파빌리온 인연으로 교류
지역 작가 북극 리서치 함께
현지 예술가와 협업 등 작업

캐나다 최북단 킨가이트의 이누이트와 대한민국 광주의 예술가들이 손을 잡고 '집'에 대한 해석을 시각적으로 풀어놓은 캐나다 파빌리온이 눈길을 모은다. 특히 이들의 협업은 지난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을 계기로 이어져 온 것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9월 막을 연 가운데 함께 개막한 캐나다파빌리온이 오는 12월 1일까지 양림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이번 파빌리온 전시는 지난해 캐나다파빌리온으로 인연을 맺고 국내에 처음으로 이누이트의 예술 세계를 펼쳐낸 이강하미술관의 이선 학예실장과 이누이트 예술 커뮤니티 디렉터인 윌리엄 허프먼이 다시 한 번 공동으로 기획한 자리다. 지난 14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과 두 지역은 파빌리온 종료 이후에도 끊임 없이 교류를 이어나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과 올 6월 이 실장과 지역 예술가 김설아, 이조흠, 주세웅 등은 킨가이트를 방문해 이누이트의 삶과 예술, 환경 등을 리서치하고 이를 토대로 재해석하거나 이누이트 예술가와 협업해 작품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나온 키워드는 '집'이다. 오래 전부터 이누이트 예술가들은 캐나다 북극이라는 독특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거주지와 작업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해왔고 지역 작가들은 이에 주목했고 이에 대한 결과물이 이번 캐나다 파빌리온에서 펼쳐지고 있다.
설치 작품 '이주하는 몸, 정주하는 영혼'을 선보인 김설아 작가는 "아주 작은 따개비에 주목해 여기에 깃든 영혼을 생각해봤다"며 "자기가 살 만한 곳으로 이주하는 인생과 그리고 영혼에 대해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댄서인 주세웅 작가는 이누이트 전통 춤인 드럼댄스 장인과 협업한 퍼포먼스 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이누이트 역시 '우리의 땅'을 빼앗긴 역사를 가졌다. 우리와 어느정도 공통된 아픔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며 "드럼댄싱이라는 이누이트의 전통춤을 보며 이상하게도 눈물이 났다. 꼭 함께 추고 싶었다. 영혼과 교감하는 하나의 의식과 같은 춤인데 이를 함께 추며 맨 발로 딛고 선 이 땅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땅과 우리의 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조흠 작가는 북극곰 조각 등을 통해 몸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가는 "집이라는 것은 고향이라는 의미로 확장할 수 있는데 이는 내가 물려 받은 것이지만 그곳을 떠날 수도 있고 개척해나갈 수도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누이트 예술 중에서는 조각이 굉장히 유명하기도 한데 이들이 곰을 조각할 때 꼭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위가 있다. 코를 중심으로 귀와 눈을 이루는 비례 등인데 그 비례는 설명할 수 없이 그들이 가진 미감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들이 곰을 조각할 때 무엇을 믿고 또 무엇을 믿고 싶은 지에 대해 똑같이 조각하며 생각해봤다"고 떠올렸다.
캐나다 파빌리온에는 이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킨가이트 이누이트 대표 예술가 6명의 드로잉도 이누이트의 집처럼 변신한 양림미술관 벽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의 드로잉은 액자 속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지만 디지털로 렌더링해 공간을 감싸는 대형 벽화로 변신, 이누이트의 혼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캐나다파빌리온을 공동기획한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과 윌리엄 허프만 웨스트 바핀 코어퍼레이티브 디렉터는 "이번 캐나다 파빌리온은 현대미술의 시각예술이 지닌 통합의 힘으로 광활한 거리를 연결한 결과이기도 하다"며 "낯선 장소가 예술 창작이라는 공통의 어휘를 통해 친숙해졌다. 이번 협업 전시의 기초가 된 공통의 호기심은 한국이나 캐나다, 광주와 킨가이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한편 캐나다 파빌리온에서는 김설아 작가가 만든 고무판에 종이를 덧대고 프로타쥬 작업을 할 수 있는 '영혼의 집 찾기' 교육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며 전문 문화해설사가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상시 제공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작가' 호추니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임된 호추니엔. 내년 열리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싱가포르 시각예술가이자 기획자인 호추니엔(Ho Tzu Nyen)이 선임됐다.(재)광주비엔날레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호추니엔을 선임했다고 23일 밝혔다.재단은 이번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비엔날레의 본질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차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획자를 물색해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호추니엔이 제안한 '예술의 힘과 이를 통한 변화'는 광주비엔날레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됐다.호추니엔의 선임은 새로운 시선을 전달할 수 있는 점도 주효했다. 그동안 유럽인 기획자의 시선에서 서양 바깥의 문화 등을 해석해왔다면 이번에는 동아시아 기획자의 시선으로 내부의 역사와 문화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또 하나는 기획자가 아닌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담론이라는 점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작가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한 사례는 호추니엔이 최초이다. 2022년 카셀 도큐멘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데니시&노르딕 국가관 등 최근 들어 작가의 기획자 활동 사례가 국제적으로 활발해지고, 기확자와는 다른 신선한 시각의 전시 기획이 호평을 받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호추니엔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으로 광주비엔날레에는 2018년, 2021년에 참여했으며 2021년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커미션 작품을 하기도 했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싱가포르 파빌리온, 2014년 상하이비엔날레, 2019년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년 샤르자비엔날레 등에 참여한 바 있으며 올해 무담 룩셈부르크, 지난해 아트선재센터와 도쿄현대미술관, 2023년 싱가포르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그가 제작한 영화는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칸 영화제, 201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는 등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다.기획자로서는 국립대만미술관이 주최하는 2019년 제7회 아시아미술비엔날레 공동기획자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호추니엔은 지리적 체계 안에서 아시아를 들여다보고 아시아에서 알려지지 않은 미개척 지역과 허술한 경계를 통해 끊임 없는 변화와 생성을 이야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임된 호추니엔.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호추니엔 예술감독 선임으로 기후 변화, 예측 불가능한 질병, 후퇴한 민주주의 등 위기에 포위돼 무력해진 개인과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획득하는 데 있어 공동의 예술적 실천과 이를 위한 연대에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호추니엔은 "작가가 아닌 예술감독으로서 찾은 광주라는 특별한 도시에서 독특한 모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꿈만 같다"며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년 동안 나를 사로잡고 성장시킨 에너지, 개성, 관행, 작품, 명제들을 한데 모아 예술적 변화의 실천이 민주화의 변화를 이끈 이 도시와 어떻게 공명하는지 확인하는 자리이다. 하나의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변화의 명제를 만들어내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상갑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광주비엔날레가 지닌 국제적 영향력만큼이나 광주의 지역적 맥락은 매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관심사였다"며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에 천착해 온 호추니엔 예술감독의 선임으로 세계에서 그리고 아시아라는 지역적 맥락에서 광주비엔날레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 · GB 작가탐방, 달라진다
- · "모든 사람 즐겁게 사는 세상 만드는 디자인 보일 것"
- · 이번 주말 놓치면 2년 더 기다려야해요
- · 일주일 남은 광주비엔날레 보러갈까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