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여의고 이제 살려 했는데"···비통한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희생자 빈소

입력 2025.12.12. 17:07 박소영 기자
母 장례 뒤 첫 출근에 참사
"공직자, 고인 잘못으로 몰아"
12일 오전 광주 북구 모 장례식장에 차려진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희생자의 빈소.

"한 달 전에 어머니 여의고, 이제 마음 추스르고 살아보려고 나간 첫 현장이었어요."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 희생자인 48세 근로자를 위한 빈소가 차려졌다. 갑작스러운 비보로 빈소에는 유족들의 슬픔과 황망함만이 감돌았다.

12일 오전 광주 북구 한 장례식장은 아직 부고 소식조차 돌리지 못한 탓에 장례식장 입구를 오가는 발걸음은 많지 않았다. 빈소 앞은 조용했고, 안쪽에는 고인의 가족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불과 한 달 전, 같은 장례식장에서 가족을 떠나보낸 뒤 다시 장례를 치러야하는 상황을 맞이해야만 했다.

고인은 이번 사고로 매몰된 작업자 4명 가운데 가장 먼저 구조된 근로자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한 달 전 홀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일을 잠시 쉬다, 어머니가 남기고 간 반려동물의 병원비와 생계를 감당하기 위해 다시 현장에 나선 참이었다.

고인은 15년차 미장공으로 현장에서는 손꼽히는 베테랑이었다. 서울에서 일을 하다 오랜 시간 당뇨를 앓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7년 전 광주로 내려와 생활해 왔다. 지인들은 "고인은 어머니의 병원 일정과 일상을 묵묵히 혼자 챙기며 일을 병행해 온 아들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40년 지기 친구 이모씨는 고인을 '의리 있고 착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씨는 "40년 동안 친구로 남아 있었다는 것 자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준다. 아픈 어머니를 모시면서도 성실하게 자기 몫을 해내던 친구였다. 슬프다는 말로 표현조차 될 수 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씨는 이번 사고를 두고 현장의 안전 관리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광주에서 건설 현장을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화정동 아이파크 참사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며 "법과 제도 이야기는 계속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공정이 안전보다 먼저인 경우가 많다고 느껴왔다. 사고 현장은 '특수공법'이라고 했지만, 지지대 없이 진행되는 작업은 건설 현장에서 누구나 위험하다고 아는 방식이다. 경험 많은 사람이 이런 사고로 숨졌다는 사실이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분노했다. 이어 "지난 밤 재난상황에 공무원들이 입는 노란점퍼를 입은 이들이 와서 작업자들이 실수해서 사고가 난 것처럼 말해 너무 화가 났다.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말은 너무 쉽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고인의 사촌동생은 이제는 볼 수 없는 오빠의 영정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동안 서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오빠랑 한 집에서 함께 자랐다"면서 "붕괴 현장에 오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아 전화를 했다. 받을 리가 없을텐데도 계속했다. 자기 삶을 다 살지도 못하고 이렇게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가버렸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참사는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옥상층에서 진행되던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철골·거푸집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상부 구조물이 아래층으로 연쇄 붕괴됐고, 작업자 4명이 잔해에 매몰됐다. 이 가운데 2명은 사고 발생 당일 수습됐으며, 소방당국은 나머지 2명의 근로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관계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함께 공사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조사 중이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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