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동바리 없이 48m짜리 보에 콘크리트 부어
“성실한 사람…미래 광주시민 위해 먼저 간 것”

"몇 달전에도 사고가 발생해서 공사가 중단됐다던데 지금 보니 변한 것이 하나도 안보이네요. 50년 넘게 철근공사만 했던 형님인데 너무 허망하네요."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참사 수습이 이틀째 이어지는 가운데 아직 차가운 현장에서 나오지 못한 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근로자A씨의 소식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은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다.
지난 11일 밤 늦게 용인에서 내려온 고성석씨의 셋째형은 광주대표도시 1층에서 작업을 하던 중 붕괴 참사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매몰된 채 아직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아직 생사 여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는 "형은 철근공사만 50년 넘게 했던 전문가다"며 "나도 용인에서 30년 넘게 철근공사를 하며 현장일을 하고 있는데 아침에 보니 이렇게 안전이 미비한 공사현장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성석씨는 "실종자 가족 자격으로 사고당시 CCTV를 확인했다. 1층에서 일하던 근로자 7명 중 2명이 오른쪽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철근에 머리를 맞고 영상에서 사라졌다"며 "그 사람이 형인 것 같다"고 눈물을 삼켰다.
성석씨는 현장을 둘러보니 안전에는 소홀한 현장인 것 같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을 부실한 시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급공사라고 하던데 현장을 둘러보면 안전 불감증이 가득하다"며 "CCTV 영상을 보면 사고 현장은 기둥과 보가 전체적으로 쓰러졌다. 데크플레이트만 떨어지는 일은 있어도 이런 식의 붕괴는 거의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상 2층의 붕괴가 지하 2층까지 이어졌는데 이런 사고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붕괴한 데크가 48m인데 큰 지지대가 양 끝단에 하나씩밖에 없다. 기둥 간 거리가 너무 멀도록 설계가 돼 있다"며 "아무리 특허공법이라고는 하지만 콘크리트를 버틸 수 있는 하중이 있을텐데 그 계산을 정확히 하지 않은 채 무리한 공정을 진행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성석씨와 형제이며 현장에서 생사 확인이 안된 A씨의 2살 터울 동생인 고대성씨도 안전불감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철근공사만 30년 넘게해 온 대성씨는 "안전 동바리(무너지지 아니하도록 임시로 설치하는 가설 구조물) 설치 없이 48m짜리 보를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며 "볼트도, 용접도 제대로 됐는지 모르겠지만 중간에 기둥을 하나 더 세워서 근로자들의 안전을 더 챙겼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붕괴 참사가 발생한 현장은 다음주께 안전 동바리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대성씨는 "착하고 성실한 동생이었는데 영상을 보니 거의 죽은 것 같다. 죽은 자가 말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며 "형은 미래에 도서관을 이용할 시민들을 대신해 하늘나라로 간 것 같다. 그대로 공사가 진행됐다면 완공 후 더 큰 인재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이번 사고는 전날 오후 1시58분께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현장에선 건물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 4명이 매몰됐다. 이 가운데 40대 근로자는 사고 당일 오후 2시19분께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또 다른 근로자도 같은 날 오후 8시 13분쯤 숨진 채 수습됐다. 나머지 2명은 이날 11시 기준 정확한 매몰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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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23만원’ 고흥군 굴 양식장 노동자, 법무부도 구제 나서
6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지역 노동단체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광주고용노동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핀 국적 계절노동자 A씨가 지난해 11월 계절근로(E-8) 비자로 입국한 뒤 고흥 지역 굴 양식장 등에서 일하며 임금 착취와 강제 노동, 감시 등 인권 침해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도 월급이 23만원에 그친 고흥 굴 양식장의 이주노동자 착취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노동당국에 이어 법무부도 구제 조치에 나섰다.7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고흥군 굴 양식장에서 발생한 계절근로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구제 조치와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해서는 신속히‘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개최, 안정적으로 충분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체류지원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가해자로부터 분리 조치 후 근무처 변경을 적극 주선하고 있다.법무부는 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어가와 불법 브로커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법’과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위반 여부를 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철저히 조사한 후 법에 따라 강력히 처벌할 예정이며, 다른 사업장 및 지방정부에서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실태점검에 나설 예정이다.앞서 지난 6일 전남경찰청 형사기동대도 고흥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노동착취 사건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확인, 사건관계자 면담 등을 진행했다.필리핀 국적 여성 A(28)씨는 지난해 11월 어업 계절 근로 비자(E-8)로 입국해 고흥의 한 굴 양식장에서 일을 시작했다.A씨는 해당 양식장에서 매일 오전 3시 무렵 작업을 시작해 하루 12시간 넘게 굴 껍데기 까는 일을 했다. 하지만 A씨 첫 달 받은 임금은 숙식비 31만원을 제외하고 23만 5천여원에 불과했다. 근로계약서에는 명시된 월급 209만원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다.사업주가 시급 대신 깐 굴 무게에 따라 임금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급여를 지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권 단체 측 설명이다.A씨는 임금도 사업주가 아닌 브로커로부터 현금으로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일정도 브로커가 만든 단체방을 통해 전달됐다. A씨 등 노동자들은 그 안내에 따라 여러 양식장과 농가를 오가며 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와 관련 인권 단체는 A씨가 입국 후 첫 달에만 굴 양식장을 포함해 녹동·점도·거금 등 최소 4곳에서 일한 정황을 확인했다.A씨와 같은 노동자들은 방 3개짜리 주택에서 15명이 생활했고, 숙소 내엔 CCTV가 설치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동자들은 외출할 때 브로커의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허가 없이 밖에 나갈 경우 귀국 조치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식의 압박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가운데 관련 사업주 2명과 불법 소개·중개업자 4명은 인신매매와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달 광주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피소됐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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