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준비·자살 암시 등 계획성 다분하지만
피해자 괜찮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
해명도 가관...“지휘부 기강 해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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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업주를 장도리로 내리치고 달아난 5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광주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해자가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용의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11시께 금호동에서 식육 판매점을 운영하는 옆 가게 사장 50대 남성 A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가 112 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상황실은 곧장 긴급출동을 요하는 '코드1' 지령을 내렸다. 현장 도착 당시 A씨는 동종업계 업주 50대 남성 B씨가 휘두른 장도리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상태였다. B씨는 이미 자신의 차를 타고 현장에서 도주한 뒤였다.
B씨는 범행 14시간여만인 이튿날 오전 1시 16분께 무안군 톱머리항 인근 해상에 빠진 채 발견됐다. B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이 범행 직후 달아난 B씨를 최초 신고로부터 14시간이 지나는 동안 신속하게 검거하지 못해 B씨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다.
B씨의 범행도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이었다. B씨는 피가 튀지 않게 장도리를 검은 비닐에 감싼 채 사용했다.
또 B씨는 사건 당일 자살을 암시해 가족으로부터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A씨를 해하고 자신도 죽겠다는 의미로 이미 위험성이 충분했던 셈이다.
아울러 도주한 B씨가 얼마든지 A씨를 찾아가 다시 범행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범행에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경찰은 즉시 강력팀을 긴급배치하는 등 가용 가능한 경력을 동원하지 않았다.
만약 A씨가 사망했더라면 A씨의 유가족은 매우 억울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검거했다면 B씨의 죽음도 막고 B씨에게 마땅한 처벌을 받게 했을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었다.
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광주 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은 "A씨가 피를 콸콸 쏟은 것도 아니고 병원도 나중에 가겠다고 했다"며 "B씨와 어떤 관계인지 당시 상황을 묻는 조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A씨가 다음날 하겠다고 진술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이 정당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피해자를 매도한 것이다.
이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경찰이 신은 아니지 않느냐"며 "잡을 수 있으면 당신이 잡아오지 그러냐"고 했다.
이와 관련 내부적으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의 한 일선서 형사는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안일하게 대응해 범인을 놓치는지 부끄럽다. 가볍게 볼 게 아니라 살인미수 사건으로 봤어야 한다"며 “광주청에 청장이 없어서 그런지 휴가철을 맞아 전체적으로 지휘부의 기강이 해이해진 기분이다. 팀원들을 적절하게 지휘하지 못한 명백한 부서장의 실수다”고 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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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여성 대상 범행 반복···“성별 관련 동기 판결문에 남겨야”
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는 광주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왜 판결문에 여성혐오 범죄가 명시돼야 하는가’ 집담회가 열렸다. 강주비 기자
불법촬영과 성폭력·감금, 살인예비와 살해. 장윤기(23)가 여성을 상대로 반복한 범행을 개별 사건으로만 보지 말고, 성별 관련 동기가 있었는지를 판단해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경위와 범행 양상을 공식 기록으로 남겨야 유사 범죄의 수사와 통계·예방정책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는 광주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왜 판결문에 여성혐오 범죄가 명시돼야 하는가’ 집담회가 열렸다. 윤지영 경북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이경하 변호사가 발제자로 참여했다.집담회는 지난 5월5일 귀가하던 여고생을 성범죄 목적으로 뒤쫓다 살해한 장윤기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장윤기는 앞서 다른 여성을 스토킹하고 성폭행·감금했으며, 중학생의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윤 교수는 “장윤기의 범행을 각각 분리된 사건이 아닌 ‘하나의 연속체’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는 서로 다른 범죄지만 여성의 동의와 거부 의사를 인정하지 않고, 여성의 몸과 행동을 지배·통제하려는 방식이 반복됐다는 분석이다.또 윤 교수는 여성혐오를 단순히 여성을 싫어하는 감정이 아니라 ‘왜곡된 권리의식’으로 설명했다. 여성이 거부하거나 신고했을 때 이를 정당한 권리 행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침해한 행위로 여겨 응징의 대상으로 삼는 인식이라는 것이다.윤 교수는 “불법촬영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여성의 몸을 이미지로 취득했고, 성폭력과 감금 과정에서는 여성의 신체와 이동의 자유를 침해했다. 신고한 여성을 추적한 행위에서도 여성의 거부와 신고를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장윤기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라고 설명했다.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는 광주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왜 판결문에 여성혐오 범죄가 명시돼야 하는가’ 집담회가 열렸다. 강주비 기자이 같은 성별 관련 동기와 범행 양상을 판결문에 명시해 통계를 축적하고, 유사 범죄의 조기 대응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이 변호사는 “성평등가족부가 가정·교제폭력 등 여성폭력통계를 공표하고 있지만, 친밀한 관계 밖에서 발생한 여성살해 가운데 성별 관련 동기가 작용한 사건을 별도로 집계·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이 변호사는 “미국 국가위기위협평가센터(NTAC)는 여성 대상 괴롭힘·스토킹·성범죄 전력을 이후 중대 폭력의 위험 징후로 보고 있다. 판결문에 성별 관련 동기와 범행 양상을 남겨야 이러한 징후를 축적·분석하고 조기 대응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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