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피의자 부녀에 대한 재심 절차가 15년 만에 시작된 가운데 법정에서는 검찰의 위법 수사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이의영)는 3일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백모(74)씨와 딸(40)에 대한 재심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자백뿐만 아니라 기타 정황에 비춰볼 때 살인죄 공소 혐의는 인정됨에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 측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경계성 지능 장애인'인 피고인들을 상대로 변호인이나 신뢰관계자 없이 진술받아 절차적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사·수사관은 가설의 시나리오를 주입해 제멋대로 조서를 작성했고,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인 피고인들은 조서 열람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살인죄를 자백받는 신문 방법이 위법했고, 피고인 무죄를 입증하는 중요 증거도 감췄다고 주장했다.
그는 "막걸리 구입 경로 CCTV상에 백씨 차량이 찍혀 있지 않아 이를 숨겼고, 청산가리가 오이 농사에 사용하지 않는 농부들 진술도 감췄다"고 했다.
이어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넣는 데 사용했다는 플라스틱 숟가락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되지 않은 국과수 증거도 감췄고, 청산가리 추정량도 잘못 추정해 진술을 꿰맞춘 정황도 있다"고 했다.
이번 재심은 사건 관련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 상황을 재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 측은 자백을 토대로 한 기소의 정당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검사, 수사관 등 3~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피고인 측은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는 검사·수사관과 함께 경찰, 막걸리 구매 식당 주인, 농부, 교수 2인 등 1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2009년 7월6일 전남 순천 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마신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사건이다.
사망자 중 1명의 남편인 백씨와 딸이 범인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대법원은 2012년 3월 이들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부녀는 대법원 확정 판결 10년 만인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날 형집행정지로 교도소에서 임시 출소해 법정에 선 부녀는 취재진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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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23만원’ 고흥군 굴 양식장 노동자, 법무부도 구제 나서
6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지역 노동단체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광주고용노동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핀 국적 계절노동자 A씨가 지난해 11월 계절근로(E-8) 비자로 입국한 뒤 고흥 지역 굴 양식장 등에서 일하며 임금 착취와 강제 노동, 감시 등 인권 침해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도 월급이 23만원에 그친 고흥 굴 양식장의 이주노동자 착취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노동당국에 이어 법무부도 구제 조치에 나섰다.7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고흥군 굴 양식장에서 발생한 계절근로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구제 조치와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해서는 신속히‘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개최, 안정적으로 충분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체류지원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가해자로부터 분리 조치 후 근무처 변경을 적극 주선하고 있다.법무부는 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어가와 불법 브로커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법’과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위반 여부를 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철저히 조사한 후 법에 따라 강력히 처벌할 예정이며, 다른 사업장 및 지방정부에서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실태점검에 나설 예정이다.앞서 지난 6일 전남경찰청 형사기동대도 고흥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노동착취 사건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확인, 사건관계자 면담 등을 진행했다.필리핀 국적 여성 A(28)씨는 지난해 11월 어업 계절 근로 비자(E-8)로 입국해 고흥의 한 굴 양식장에서 일을 시작했다.A씨는 해당 양식장에서 매일 오전 3시 무렵 작업을 시작해 하루 12시간 넘게 굴 껍데기 까는 일을 했다. 하지만 A씨 첫 달 받은 임금은 숙식비 31만원을 제외하고 23만 5천여원에 불과했다. 근로계약서에는 명시된 월급 209만원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다.사업주가 시급 대신 깐 굴 무게에 따라 임금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급여를 지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권 단체 측 설명이다.A씨는 임금도 사업주가 아닌 브로커로부터 현금으로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일정도 브로커가 만든 단체방을 통해 전달됐다. A씨 등 노동자들은 그 안내에 따라 여러 양식장과 농가를 오가며 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와 관련 인권 단체는 A씨가 입국 후 첫 달에만 굴 양식장을 포함해 녹동·점도·거금 등 최소 4곳에서 일한 정황을 확인했다.A씨와 같은 노동자들은 방 3개짜리 주택에서 15명이 생활했고, 숙소 내엔 CCTV가 설치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동자들은 외출할 때 브로커의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허가 없이 밖에 나갈 경우 귀국 조치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식의 압박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가운데 관련 사업주 2명과 불법 소개·중개업자 4명은 인신매매와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달 광주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피소됐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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