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의심 사고 내고 귀가한 공무원, 만취 수치인데 무죄 왜?

입력 2024.09.12. 16:32 이관우 기자
★★★ 법원 첨부 이미지

음주운전 의심 접촉 사고를 내고 귀가한 공무원이 자택까지 뒤쫓아 온 경찰관에 의해 덜미가 잡혔으나, 법원은 절차상 위법을 들어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로 인정했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광주시청 공무원 A(4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7일 밤 광주 남구 한 술집 앞 도로에서 자택까지 1㎞가량을 혈중알코올농도 0.128%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차량을 몬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귀갓길 운전 도중 길가에 서 있던 이륜차의 후사경과 적재함에 부딪히는 접촉 사고를 냈다. A씨는 이륜차 차주의 지인에게 자신의 연락처만 건네고 그 길로 다시 차량을 몰아 귀가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3분께 경찰에는 '주차된 이륜차를 부딪친 차량이 도주했는데 운전자에게 술 냄새가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사고 당시 촬영된 차량 번호를 조회해 확인한 A씨의 자택에 찾아갔다.

경찰관들은 아파트 공용 현관에서 A씨가 사는 세대로 인터폰 호출을 한 뒤 '음주 측정을 하려하니 문을 열어 달라'고 했으나 A씨의 아내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경찰관들은 다른 입주민을 뒤따라서 공용 현관에 진입, A씨가 사는 세대 현관 앞까지 찾아갔다.

경찰관들이 재차 음주 측정을 요구하자 A씨 아내는 A씨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안내했다.

자다 깬 A씨는 "어떻게 온 거냐. 왜 그러냐. 신고자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며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했다. "나가달라"며 이불을 덮고 누워 경찰관들에게 퇴거 요청 의사도 밝혔다.

경찰관들도 '음주측정 거부' 혐의 적용과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고 맞섰다. A씨도 "차라리 음주 측정 거부로 처리해 달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집에 들어간 지 1시간여 만인 자정을 꼬박 넘긴 뒤에야 A씨의 음주 수치를 측정했다. 만취 상태로 확인되자 경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A씨는 1년 넘게 이어진 수사·재판 과정에서 줄곧 '경찰관들이 명시적인 퇴거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불법으로 음주 측정을 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재판장은 경찰이 A씨 자택에까지 들어가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것은 임의 수사에 해당,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장은 "음주 측정은 이미 이뤄진 음주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 절차다. 음주 측정 요구를 위해 피고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형사소송법상 절차에 따라야 하며 영장이 필요한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A씨가 형사소송법이 명시한 '현행범인' 또는 '준현행범인'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경찰관이 당사자 A씨가 아닌 아내의 동의에 따라 집에 들어갔고 영장 없이 주거지에 진입하는 것을 거부 또는 퇴거 요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지도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명시적으로 퇴거를 요구하면서 음주 측정을 오랜 시간 거부해 임의 수사로서 적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처럼 적법 절차를 어긴 수사를 거쳐 획득한 '음주운전 단속 사실결과 조회' 등의 증거는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며 "배제된 증거를 뺀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과 같이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 취지를 밝혔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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