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적발 후 처벌 피하려 귀국 미뤘다면···대법 "공소시효 정지"

입력 2024.09.09. 09:52 이관우 기자

해외에 거주하는 피의자가 현행법 위반 행위를 알고도 귀국하지 않으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는 국제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2억5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홍콩에서 거주하는 사업가 A씨는 2016년 2월29일 기준 약 220억원의 해외계좌 잔액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해외금융계좌정보를 2017년 6월30일까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세조정법은 해외금융회사에 개설된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한 거주자 중에서 해당 연도의 매월 말일 중 보유계좌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좌정보를 다음 연도 6월1일부터 같은 달 30일까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도록 정했다.

국세청은 2022년 5월 A씨의 계좌를 조사해 위반행위를 적발하고, 2022년 6월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를 했다.

재판의 쟁점은 공소시효 완성 여부였다.

A씨는 공소시효 완성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22년 4월22일 홍콩으로 출국해 머무르다, 공소시효 기간 5년이 2022년 7월28일 귀국했다.

형사소송법 253조 3항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A씨는 홍콩에서 가족과 거주하고 있었을 뿐,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며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25억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형이 무겁다고 판단해 12억500만원으로 감액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를 받았을 무렵 위반 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고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홍콩으로 출국한 이후 중간에 이 사건 위반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곧바로 국내로 들어오지 않았다"며 "달리 피고인이 곧바로 국내로 들어오지 아니한 특별한 객관적 사정에 관한 자료 내지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국외에 체류해 이 사건 위반 행위에 의한 범죄의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공소시효인 5년이 도과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시효의 정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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