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버지 계획범죄, 살인미수에 그쳐 '참극' 면했다

입력 2024.04.24. 17:05 임창균 기자
칼 들고 계단에서 기다려 '계획범죄' 정황
가정불화 겪던 재혼가정에 일어난 참극
새아버지가 휘두른 흉기에 30대 아들 중상
압송 후 숨진 아버지, 부검 통해 사인 규명

의붓아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경찰 테이저건에 맞고 붙잡혀 조사 직전 숨진 50대가 미리 범행을 계획했으나, 자녀들의 발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붓아버지는 재혼한 부인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과정에서 앙심을 품고 흉기를 준비한 채 가족들이 별거 중인 아파트를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방법과 도구, 농약병, 유서를 미리 준비하는 등 범행을 계획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동생이 흉기를 소지한 의붓아버지와 몸싸움을 벌이며 시간을 번 사이 누나의 기지로 큰 피해를 면하며 재혼가정의 참극은 마무리됐다.

24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50대 남성 A씨는 전날 오후 가족들이 살고 있는 광주 북구 양산동의 한 아파트를 찾아갔다.

A씨는 10여년 전 재혼한 뒤 2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며 이혼 소송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의붓아들과 의붓딸 등 가족들과 불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계단 통로에 숨어있던 A씨는 의붓딸인 30대 B씨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하며 집안에 쫒아 들어갔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B씨가 비명을 지르며 경찰에 신고하려 했으나 A씨는 핸드폰을 빼앗아 방바닥에 던졌다. "살려달라"는 다급한 외침에 방에서 나온 남동생인 30대 C씨가 곧장 A씨를 제지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그 사이 B씨는 곧바로 집안에서 빠져나와 이웃집에 도움을 요청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

신고 직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피를 흘린 채 쓰러진 C씨와 그 위에 올라타 흉기를 들고 있던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A씨가 흉기를 내려놓으라는 지시에 불응하자 곧바로 테이저건 1발을 엉덩이와 등에 발사했으나, 계속 거세게 저항하자 경찰 3명이 곧바로 달려들어 제압했다.

현장에서는 흉기 외에도 농약병과 유서도 발견돼 A씨가 가족들에게 앙심을 품고 계획 범죄를 저지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정황까지 발견돼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B씨의 신고가 늦었거나 C씨의 제지가 없었다면 더 큰 참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테이저건에 맞고 체포된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서로 압송된 후 돌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테이저건을 맞은 지 40여분이 지난 상태였다. 경찰의 심폐소생술을 받은 A씨는 119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뒤 숨졌다.

경찰은 의료진으로부터 '원인 불명 심정지로 추정된다'는 1차 검시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은 25일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수년전 뇌혈관시술 전력이 있고 평소 심혈관질환도 앓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해 진료기록을 들여다 보고 있다.

체포·압송 과정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는 부검 이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A씨의 명확한 사망 원인 규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C씨는 어깨와 가슴, 허리 등을 찔려 크게 다쳐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은 후 의식을 회복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차솔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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