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는 조선,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이다. 조선 태조 4년인 1395년 만들어졌으며 지난 1995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최근 종묘는 '핫플레이스'다. 인근 세운4구역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와 정부가 부딪히면서다.
서울시는 오랜 시간 재개발하지 못하고 방치된 세운구역의 개발을 위해서 고층 건설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이며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인근 지역에는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해야한다는 유네스코와의 약속에 따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각자의 명분은 뚜렷하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은 문화재 반경 100m를 넘어선 곳에 있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후화한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이곳에 녹지 구역을 확보하면 종묘가 더욱 빛날 수 있으나 이주 비용 등의 막대한 비용을 세금으로 지출하기 보다 고층 건물을 허가해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세운상가는 인근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오래된 건물이 도시 미관을 헤치고 있어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좋지 않은 인상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가유산청 등 정부와 관련 학계는 대한민국 세계문화유산 1호인 종묘의 가치를 훼손하는 재개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적 경계를 벗어난 지역이라 하더라도 바로 인접한 지역인만큼 종묘 경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사 건축인 종묘의 하늘과 시야를 가리는 것은 종묘의 가치와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지난 6일 대법원은 '문화재 반경 100m를 넘어선 곳에서 개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그럼에도 정부 등은 서울시의 고층 개발을 규탄하는 입장이다. 이에 12일에는 세운4구역 토지주인들이 재개발을 더이상 막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복잡한 논리가 부딪히고 있는 종묘. 종묘의 가치도 가치이지만 이 재개발 논리에서 웃는 이는 누구일까. 시민과 국민, 종묘를 위한 재개발일까.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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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포스트 노잼광주 담론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거리 풍경.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지난 수년간, 그러니깐 2020년대 초중반 광주를 지배한 담론은 '광주 낙후론', '노잼광주론'이다. '광주 낙후론'이 대개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 편중과 대비해 '호남 소외'라는 걸 부각하는 것이라면, 노잼광주론은 문제 해결 능력 '불능'에 가까운 우리 내부를 향한 성찰에 가깝다. 호남 낙후가 다시 내부의 비정상적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노잼광주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 둘은 쌍둥이에 가까운 담론이기도 하다.사실 두 담론은 광주가 다양성이 취약한 데서 비롯된다. 다양성이 높은 도시일수록, 지역일수록 발전의 속도가 다르다. 경쟁력 있는 세계 유명 도시 대부분이 항구라는 사실은 무역에 유리하다는 지형적 특성도 있지만, 다양한 DNA 유입이 바탕에 됐다는 걸 보여준다. 유전적 다양성이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 광주는 유전적 동질성이 두드러진다. 호남을 배제하는 국토발전 결과 많은 인구가 빠져나갔는데, 그만큼 들어온 외지인은 없었다. 동질성이 강하니, 공동체 정신은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힌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풀어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걸 의미한다. 이해관계가 얽히니 풀어가기보다는 덮어둔다. 신안에서 이른바 '염전노예'(노동착취)가 발생했을 때 온 마을이 침묵하거나 혹은 협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갇힌 사회일수록 보편적 관점에서의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는 무너진다.2021년 대선 때 발생한 복합쇼핑몰 논쟁은 우리 지역의 '문제 해결 능력', 즉 거버넌스 작동 구조가 얼마나 후진가를 보여주는 문제였다. 문제를 풀어내지 않고 덮어두는 데 익숙했던 우리 지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도시는 재차 낙후하고 노잼이 될 수밖에 없다.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와도 그 아이디어를 실행해 낼 '거버넌스'가 불능이기 때문이다.이 같은 상황에서 광주에 필요한 리더십은 문제를 덮어 놓지 않고, 해결할 리더십이었다. 지난 2022년 민주당 경선에서 강기정 현 광주시장이 '빠른 추진력', '밀린 숙제'를 내세운 건 자연스러운 맥락이었다.하지만 광주 도시 담론의 지형은 그사이 바뀌었다. 광주 낙후론은 여전히 작동하지만, 노잼광주론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광주에 기반한 유명 유튜브 채널인 '노잼광주'도 '채널광주'로 이름을 바꿨다. 새로운 담론이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그렇다면 새로운 담론은 뭘까? '더현대 서울'보다도 1.5배가 크다는 '더현대 광주'가 들어서기로 하는 지금,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경험의 단일 공간 욕구는 충족된다. 그렇다면 이제 대규모 개발 그 너머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쏟아질 것이다. 그건 필시 '도시 경험'일 것이다. 즉,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어쩌다가 한 번 가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걷고 머물고 소비하는 공간의 '품질'이다.도시경험의 품질이 시민 삶의 질을 올리고, 더 많은 인재를 광주로 오게 할 수 있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도시경쟁력의 필수적 조건이다. 유아차를 끌고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도 환경, 폭염·폭우 등 자연재난에도 끄떡없는 기반시설, 주거지 인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변 공간, AI 기반으로 정교해진 교통·생활 서비스, 일상적으로도 즐길 수 있는 개성 있는 동네 상권 등…. 시민이 매일 사용하는 공간의 품질이 곧 도시의 매력도가 되는 시대다. 도시에서 겪는 경험이 매력적이지 않은데, 인재 유입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포스트 노잼광주 담론이 도시경험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 담론을 받아들일 리더십을 기대한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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