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몸을 은박으로 감싼 채 눈보라 휘몰아치는 겨울밤 아스팔트 위에서 밤을 지새우던 '키세스'들을 생각한다.
윤석열이 대명천지에 내란을 일으킨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극복은 첩첩산중이다. 검찰 집단의 난동은 실 한오라기의 염치도 없이 참람하고, 중앙지법 판사 지귀연은 저급한 법기술로 이나라 사법부의 하찮은 몰골을 증언한다. 머리만 덤불에 집어넣고 호가호위하던 한덕수 등 공모자들, 아직도 천지 분간 못하고 궁둥이를 흔들어댄다.
부패의 힘, 이나라는 복도 많지
검찰과 법원, 최전선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당사자들이 총을 거꾸로 돌려 국민을 정조준하는 행태다. 또 다른 내란 수괴 전두환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이 이룩해낸 민주화가 겨우 이건가 싶기도하다.
다른 한편 윤석열 내란에 감사해야할 지경이다. 내란이 아니었던들, 이나라 사법부가, 언필칭 엘리트라는 판 검사라는 자들이 저 지경일줄 상상이나 했겠으며, 바로 잡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반푼어치도 안되는 권세 등에 없고 안하무인에 오만불손이 처량할 지경이다. 윤석열이라는 부패의 총화, 내란이라는 형상으로 곪아 터진 것이다. 부패의 힘에 떠밀려 스스로 자멸의 아우팅을 한 것이다.
로원일모(路遠日暮),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까마득하다. 이대로 말 수는 없다. 눈보라 속 은박의 반짝임, 서로를 데우던 작은 숨결, 서로를 보태던 낯선 손들이 일렁인다. 내일이면 다시 굴러떨어질 걸 알지만, 오늘 혼신을 다해 바위를 저 언덕으로 밀어 올리는 까뮈의 시지프스들이다. 인간에게 불을 전달하고, 의연히 자신의 간을 내어준 프로메테우스의 마음이다.
'우리는 빛으로'를 주제로 한 16회 광주여성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배제와 차별이라는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비추며 연대하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여성·소수자)이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 심상찮다. 그렇다. 그들은 대중이 거들떠보지 않는 여성이나 소수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국민이다. 지난겨울 '빛'으로 아스팔트와 광장을 메웠던, '빛'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이들이다. '소년이 온다'의 동호가 걷고자 했던 '꽃 핀 쪽'을 향한 마음이다.
'키세스', 그들이 궁금하다. 어떠한 이름도, 권세도, 영화도, 대변할 그럴싸한 무엇 하나 없이 존재 그 자체인. 이 무명의 모두는 국가의 위기에 바람처럼 나타나 자신들의 심장을 내놓고는, 그렇게 홀연히 돌아갔다. 그 흔한 전리품을 꿰차려 드는 이 하나 없다.
그들은, 지난 대선 경선 때 이준석이라는 '생물학적으로 젊은' 정치인이 한낱 이익을 위해 갈라치고 배척하고, 혐오의 표적으로 삼았던, 죄없이,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 이들이다. 윤석열에 고통받는 이 나라 모든 소시민과 노동자들이다.
아무도 아닌, 모두의 행렬은 각별하다. 지난겨울 내란 진압의 선봉에 선 이들은 저 기괴한 판검사도, 아파트를 6채씩 보유한 국회의원도 아니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빡친 고양이 집사 연맹' 등등. 각자의 취향으로 무장한 누구나의 숨결이 광장을, 아스팔트를 압도했다. 그 작고 사적인 누구나의 몸짓이 국가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그 건너편에는 소위 전 대통령이니, 전 국무총리니, 전 법무부 장관이니, 검사니, 판사니, 유학파니, 남자니 하는 거창한 견장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 무명의 모두는 저 이름짜한 하이에나들과 달리 도망치지도 않고, 가당찮게 허세 등등 하지도 않는다. 부당한 세계 앞에 개개의 인간으로, 무명으로 존재할 뿐이다. 행렬은 한국만이 아니다. 세계사의 고비마다, 고삐 풀린 권력과 제도가 인간의 존엄을 짓밟을 때, 가장 앞장서 거리로 나섰다. 이름도 없이, 영예도 없이.
1789년 프랑스혁명에서 20세기 초 유럽의 여성참정권 운동, 남미의 인권 시위, 이란의 히잡 시위, 1980년 광주의 여성항쟁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언어는 공통의 진실을 안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존엄의 선언이다. 언제나 인류의 가장 낮은 자리를 점유해서, 그들이 일어설 때 세계의 중심은 그렇게 흔들렸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들'에게 거창한 이름은 번거롭다. 이름 이전의 윤리, 존재 자체로 다가가면 될 일이다. '자세히, 오래' 바라보면 될 일이다. 어쩌면 이 눈길이야말로 위대함과 만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일 것이다.
까뮈의 말이 사무친다. "정상(頂上)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 시지프스가 행복한 이유는, 다시 지상으로 굴러떨어질 것을 알면서 혼신을 다한 때문일 것이다. 그럴싸한 권세가 아니라 행위로 세계를 떠받치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광장의 무명들이 공화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힘이다.
바위가 떨어질 걸 아는 한, 행복하다
다시 눈이 올 것이다. 바위는 다시 굴러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설' 것이다. 한 사람의 숨결, 한 사람의 손길 하나하나를 기억해야 한다. 이 공화국의 새벽을 밀어 올리는 힘은 거대한 이름이 아니라 눈보라 위에, 은박을 두르고 돌을 다시 밀어 올리는 키세스들에, 그 겨울밤에 있다.
조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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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盧 J프로젝트와 李 인공지능(AI), 광주와 전남 미래 바꿀 리더십은
도시는 다양한 얼굴로 다가온다. 그들 만의 과거·현재·미래를 담아내고 있어서다. 도시는 진화한다.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등에 기반한 비전과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정책·예산의 우선 순위에서 벗어나 있는 광주와 전라남도가 수 천억에서 수 조원 대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선거는 동력이 됐다. 대선에 매달렸던 이유다. 노무현의 '문화수도', 문재인의 '한전공대', 이재명의 '인공지능(AI) 수도' 등이 대표적이다.광주와 전남은 정치적 색채가 명확하다. 진보·개혁진영의 심장이자 핵심 지지 기반이다.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 역할도 했다. 양날의 칼이 됐다. 발목을 잡으며 지역발전이 더뎠다. 노무현은 변곡점이 됐다. 그는 부산에서 치른 총선과 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지역주의 탓이었다. 광주는 그에게 곁을 줬다. 1%대 지지율에서 출발해 대권을 거머쥔 배경이다. '노무현 바람'이 시작된 곳도, 선거에서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곳도 광주였다.지방분권·균형발전 화두 여전선이 굵었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친다'. 92년 14대 총선에서 처음 낙선할 때 그의 선거구호였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항상 어려운 싸움을 했다. 3당합당을 거부하면서 "호남이 정치적으로 고립되었다(노무현의 자서전 '운명이다' 중)"고 했다. '바보 노무현'의 지역감정·지역주의 극복은 정치 인생을 관통했다. 수도이전으로 대표되는 지방 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은 여전한 고민거리다.노무현 대통령 임기 초반, 광주·전남에 대한 그의 생각과 평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03년 9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역언론 합동 기자회견에서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의 정치 철학과 지역 공약 등에 대해 비교적 진솔한 설명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대뜸 꺼낸 전남도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그의 대표 브랜드였던 '선택과 집중'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다."최근에 (고 박태영) 전남지사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동북아시아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레저도시를 건설한다는 구상인데….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는 전라남도를 선택, 집중적으로 도울 생각이다."그 게 일명 'J프로젝트'였다는 건 며칠 뒤 알았다. 전남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낙후된 전남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박 전 지사의 야심이 깃들어 있었다. 300억 달러(약 35조원)를 유치해 인구 20만~30만 규모의 관광신도시를 만든다는게 대략적 얼개였다. 2002년 7월, 박 전 지사 취임 이후부터 추진됐다. 외국기업과 자본가들을 직접 접촉해 손수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전남 서남해안 일대에 복합 해양레저타운을 건설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2∼3차례 말했다.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이듬해인 2004년 7월이었다. 당시 목포를 찾은 노 대통령은 "전남에 크게 판을 벌이겠다"고 했다. 2005년 '기업도시 특별법'에 따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지정되면서 속도를 냈다. 2009년 정부의 개발계획을 승인받아 2013년 착공했다. 전체 면적은 33.8㎢(1천22만여 평)에 달했다. 구성·삼호·삼포 등 3개 지구로 나눠 개발됐다. 유럽 최대 휴양지인 스페인 남쪽 지중해 연안 '코스타 델 솔'을 모델로 했다. '태양의 해안'이란 뜻이다. 40개가 넘는 골프장과 초대형 해양테마파크 등 여행상품도 다양해 연간 800만 명이 찾는 곳이다.상전벽해. 박태영 전 지사가 설계한 J프로젝트는 2004년 박준영 지사가 부임하면서 본격화됐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 관광레저 도시는 점차 잊혀졌다. 20여년 전, 전남의 미래를 담보했던 간척지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돼서야 빛을 발하고 있다. 현 '솔라시도(SolaSeaDo)'는 J프로젝트의 기업도시 브랜드다. 삼성은 물론 미국 글로벌기업 오픈AI와 SK 등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기업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국가 AI컴퓨팅센터와 AI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다. 전력(태양광 발전설비)과 냉각수, 드넓고 값싼 부지 등이 강점이다. GIST·전남대 등 연구기관이 밀집한 광주와 연계성도 높다.솔라시도 개발 모델 광주서 서비스광주·전남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전략적 윈윈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서남권 AI 투트랙 체계'가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솔라시도에서 개발된 AI 모델을 광주에서 서비스하는 인프라가 동시에 갖춰지면서다. AI 선도도시 광주의 위상과 기반은 함께 탄탄해 졌다. 내년도 정부 예산 확보 과정에서다. 광주가 요청한 AI 주요 신규 사업이 모두 반영되는 등 정부의 'AI 광주' 구상은 더욱 명확해졌다. 국가NPU(신경망처리장치) 컴퓨팅센터와 AI모빌리티, AI데이터센터 고도화, AI실증도시 등이 대표적이다.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한다. AI 관련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 국가적 화두가 된 셈이다. 나라의 발전은 지방, 도시의 경쟁력 강화를 전제로 한다. 솔라시도처럼 광주와 전남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아껴둔 땅이 됐다. 넥스트 레벨로 대표되는 AI 시대를 맞아서다. AI가 낙후의 상징인 광주·전남 성장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하는 2026년 6·3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 권력은 도시의 운영 주체다. 광역단체장이 대권 주자가 되는 시대. 광주의 꿈과 전남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선거를 기대한다. 리더는 도시를 바꾼다. 그 도시는 리더를 만들어 가며 성장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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