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약수터) 끝까지 박수 치는 사람

입력 2025.11.09. 16:57 한경국 기자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다. 신랑이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인사를 마치자 식장 안에서 박수가 터졌다. 그런데 그 박수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끊겼다. 신랑과 신부가 부모님을 포옹하던 그 따뜻한 순간, 손뼉이 멈추자 식장 안은 잠깐의 정적에 잠겼다. 축하의 마음이 공중에 맴돌다 이내 사라져버린 듯했다.

퇴장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자가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세요!"라고 말하자 하객들은 한꺼번에 손뼉을 쳤다. 그러나 그 소리는 신랑신부가 꽃길의 3분의 1쯤 걸었을 때 이미 잦아들었다. 남은 길은 조용했다. 행복한 미소로 걸어가는 두 사람 뒤로 묘하게 어색한 공기가 길게 따라붙었다. 그 장면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이런 일이 어디 그뿐이겠는가. 누군가의 경사에 진심으로 박수를 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안의 작은 질투와 비교심을 눌러가며 두 손을 모아 끝까지 박수를 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단순히 착한 게 아니라 품이 넓은 사람이다.

결혼식장에서도, 승진 자리에서도, 누군가의 수상 무대에서도, 그들은 어색한 순간을 먼저 느끼고 그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운다.

박수를 치다 마는 어색한 분위기에도 한 박자 더 손바닥을 맞붙여 분위기를 살린다.

"좋겠다" 대신 "정말 잘 됐다"를, "부럽다" 대신 "너무 잘했어"를 말한다.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마음. 그게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작은 시작이다.

또 그런 사람은 타인의 고난 앞에서도 다르다. "안됐다"는 말로 끝내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도와줄까",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남의 슬픔을 구경하지 않고, 그 슬픔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끝까지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은 더없이 귀하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무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타인의 기쁨에 진심으로 기뻐할 줄 아는 마음, 타인의 슬픔에 손을 내밀 줄 아는 태도는 그저 '순진함'이나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아니다. 그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의지이고, 자기 몫 이상의 마음을 내어주는 용기다.

끝까지 박수칠 줄 아는 사람, 그들의 손끝은 세상의 공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나도 조용히 두 손을 맞잡아 박수를 치고 싶다.

한경국 취재3본부 차장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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