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다. 신랑이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인사를 마치자 식장 안에서 박수가 터졌다. 그런데 그 박수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끊겼다. 신랑과 신부가 부모님을 포옹하던 그 따뜻한 순간, 손뼉이 멈추자 식장 안은 잠깐의 정적에 잠겼다. 축하의 마음이 공중에 맴돌다 이내 사라져버린 듯했다.
퇴장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자가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세요!"라고 말하자 하객들은 한꺼번에 손뼉을 쳤다. 그러나 그 소리는 신랑신부가 꽃길의 3분의 1쯤 걸었을 때 이미 잦아들었다. 남은 길은 조용했다. 행복한 미소로 걸어가는 두 사람 뒤로 묘하게 어색한 공기가 길게 따라붙었다. 그 장면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이런 일이 어디 그뿐이겠는가. 누군가의 경사에 진심으로 박수를 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안의 작은 질투와 비교심을 눌러가며 두 손을 모아 끝까지 박수를 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단순히 착한 게 아니라 품이 넓은 사람이다.
결혼식장에서도, 승진 자리에서도, 누군가의 수상 무대에서도, 그들은 어색한 순간을 먼저 느끼고 그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운다.
박수를 치다 마는 어색한 분위기에도 한 박자 더 손바닥을 맞붙여 분위기를 살린다.
"좋겠다" 대신 "정말 잘 됐다"를, "부럽다" 대신 "너무 잘했어"를 말한다.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마음. 그게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작은 시작이다.
또 그런 사람은 타인의 고난 앞에서도 다르다. "안됐다"는 말로 끝내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도와줄까",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남의 슬픔을 구경하지 않고, 그 슬픔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끝까지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은 더없이 귀하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무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타인의 기쁨에 진심으로 기뻐할 줄 아는 마음, 타인의 슬픔에 손을 내밀 줄 아는 태도는 그저 '순진함'이나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아니다. 그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의지이고, 자기 몫 이상의 마음을 내어주는 용기다.
끝까지 박수칠 줄 아는 사람, 그들의 손끝은 세상의 공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나도 조용히 두 손을 맞잡아 박수를 치고 싶다.
한경국 취재3본부 차장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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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포스트 노잼광주 담론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거리 풍경.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지난 수년간, 그러니깐 2020년대 초중반 광주를 지배한 담론은 '광주 낙후론', '노잼광주론'이다. '광주 낙후론'이 대개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 편중과 대비해 '호남 소외'라는 걸 부각하는 것이라면, 노잼광주론은 문제 해결 능력 '불능'에 가까운 우리 내부를 향한 성찰에 가깝다. 호남 낙후가 다시 내부의 비정상적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노잼광주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 둘은 쌍둥이에 가까운 담론이기도 하다.사실 두 담론은 광주가 다양성이 취약한 데서 비롯된다. 다양성이 높은 도시일수록, 지역일수록 발전의 속도가 다르다. 경쟁력 있는 세계 유명 도시 대부분이 항구라는 사실은 무역에 유리하다는 지형적 특성도 있지만, 다양한 DNA 유입이 바탕에 됐다는 걸 보여준다. 유전적 다양성이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 광주는 유전적 동질성이 두드러진다. 호남을 배제하는 국토발전 결과 많은 인구가 빠져나갔는데, 그만큼 들어온 외지인은 없었다. 동질성이 강하니, 공동체 정신은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힌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풀어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걸 의미한다. 이해관계가 얽히니 풀어가기보다는 덮어둔다. 신안에서 이른바 '염전노예'(노동착취)가 발생했을 때 온 마을이 침묵하거나 혹은 협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갇힌 사회일수록 보편적 관점에서의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는 무너진다.2021년 대선 때 발생한 복합쇼핑몰 논쟁은 우리 지역의 '문제 해결 능력', 즉 거버넌스 작동 구조가 얼마나 후진가를 보여주는 문제였다. 문제를 풀어내지 않고 덮어두는 데 익숙했던 우리 지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도시는 재차 낙후하고 노잼이 될 수밖에 없다.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와도 그 아이디어를 실행해 낼 '거버넌스'가 불능이기 때문이다.이 같은 상황에서 광주에 필요한 리더십은 문제를 덮어 놓지 않고, 해결할 리더십이었다. 지난 2022년 민주당 경선에서 강기정 현 광주시장이 '빠른 추진력', '밀린 숙제'를 내세운 건 자연스러운 맥락이었다.하지만 광주 도시 담론의 지형은 그사이 바뀌었다. 광주 낙후론은 여전히 작동하지만, 노잼광주론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광주에 기반한 유명 유튜브 채널인 '노잼광주'도 '채널광주'로 이름을 바꿨다. 새로운 담론이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그렇다면 새로운 담론은 뭘까? '더현대 서울'보다도 1.5배가 크다는 '더현대 광주'가 들어서기로 하는 지금,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경험의 단일 공간 욕구는 충족된다. 그렇다면 이제 대규모 개발 그 너머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쏟아질 것이다. 그건 필시 '도시 경험'일 것이다. 즉,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어쩌다가 한 번 가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걷고 머물고 소비하는 공간의 '품질'이다.도시경험의 품질이 시민 삶의 질을 올리고, 더 많은 인재를 광주로 오게 할 수 있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도시경쟁력의 필수적 조건이다. 유아차를 끌고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도 환경, 폭염·폭우 등 자연재난에도 끄떡없는 기반시설, 주거지 인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변 공간, AI 기반으로 정교해진 교통·생활 서비스, 일상적으로도 즐길 수 있는 개성 있는 동네 상권 등…. 시민이 매일 사용하는 공간의 품질이 곧 도시의 매력도가 되는 시대다. 도시에서 겪는 경험이 매력적이지 않은데, 인재 유입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포스트 노잼광주 담론이 도시경험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 담론을 받아들일 리더십을 기대한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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