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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길상사를 인종, 문화 넘어선 '다문화 사찰'로"

입력 2025.11.09. 15:59 최류빈 기자
최근 주지로 취임한 스리랑카 출신 명선
불교철학·한국어 전공, 동국대 대학원
17년 전 송광사서 행자 생활후 국내 재출가
최근 광주 길상사 주지로 취임한 명선 스님. 명선 스님 제공

"길상사를 국적과 문화, 언어를 넘어서는 '다문화 사찰'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부처님의 도량 안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니까요."

개원 10여 년 동안 스리랑카, 베트남 등 다문화 불자들의 안식처가 되어 온 광주 길상사에 최근 스리랑카 출신 명선 스님이 주지로 취임했다. 광주 길상사는 지난 9월 법당에서 '길상사 주지 명선 스님 취임법회'를 봉행했다.

스리랑카 켈라니아대학교에서 불교철학과 한국어를 전공한 명선 스님은 12세의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 불교도가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스리랑카에서도 비교적 이른 나이로 꼽힌다.

그는 "이른 나이에 출가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수행이란 곧 자신을 비우고 세상을 품는 일임을 깨달았기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국 불교와의 인연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 연수 학생으로 처음 한국을 찾으면서다. 그는 순천 송광사에서 행자 생활을 하며 불교 수행의 길을 열었고, 당시 인연이 닿은 도제 스님을 2011년부터 은사로 모시며 재출가를 결심했다.

이후 그는 고구려대와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한국에서 재출가라는 수행의 길과 학문의 길을 동시에 정진한 셈이다.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그는 "문화와 언어가 달랐음에도 수행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꿋꿋이 걸어올 수 있었다"고 서원했다.

광주 생활을 본격적으로 이어간 것은 길상사 총무를 맡으면서다. 서울 법련사와 심곡사에서도 수행했지만 그에게 특히 광주는 인심 좋고 수행에 매진하는 불자들이 많아 '마음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는 "다양한 경험 중에서도 심곡암 주지 원경 스님과 함께 무료급식소 봉사에 참여한 경험이 떠오른다"며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건넬 때, 그 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급식 봉사활동은 세간의 주목을 받아 KBS '인간극장'에도 출연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북한산 심곡암에 살면서 절에 사는 개에게까지 존댓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 "동물을 귀히 여기는 스님이다", "동물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스님의 눈빛이 선하다" 등 누리꾼 반응이 잇따랐다.

그는 요즘 광주는 물론 경기도 등지의 스리랑카 사찰 법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또 심리상담사 1급, 보육교사 2급,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해 다문화 불자들에게 법문 통역과 상담까지 지원하고 있다.

주지로 취임했지만 그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법당 앞을 쓸고 아침마다 봉양을 드리러 오는 외국인 신도들을 반갑게 맞는다. 다만 외국인 스님으로서 한국인과 외국인 불자들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기에 이제는 "다문화 신도들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법당 내 오래된 방 두 개를 개조해 템플스테이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광주의 젊은 신도들을 사로잡겠다는 생각이다. 내년 초부터는 이 공간에서 가족 단위 체험객들이 사찰 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처님 법 안에서 모두의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다문화 불자와 지역 신도, 시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열린 법회를 확대할 것입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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