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이후 8년만 광주극장 찾아
영화 '바톤핑크' 함께 감상하며
데뷔작 준비 시절 소회하기도

"저는 감독이기 이전에 '작가'라고 생각해요. 연출자로 보내는 시간보다 작가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서, 직업을 기입해야 할 때면 감독 대신 '작가'라고 쓰곤 합니다."
8일 광주극장을 찾은 봉준호 감독은 모든 작품을 직접 집필하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후 광주극장에서는 개관 90주년 영화제 특별기획 섹션 '봉준호의 극장 노트'가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봉준호 감독이 추천작으로 선정한 영화 '바톤 핑크' 상영 후 감독과의 시네토크로 이어졌다.

광주극장은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선착순 좌석 배정 방식으로 인해 입장 시간 전부터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900여 석의 좌석은 행사 일주일 전부터 오프라인 예매와 현장 예매를 포함해 이미 전석 매진된 상태였다. 봉 감독은 광주극장 1층 객석에 앉아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이날 광주극장을 찾은 시민 이하은(24·여) 씨는 "앞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을 보기 위해 낮 12시부터 줄을 섰다"며 "봉 감독의 작품 대부분을 감상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의 추천작 '바톤 핑크'(1991)는 미국 감독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엘 형제가 제작한 코미디 스릴러 영화다. 주인공 바톤 핑크는 극작가로, 헐리우드 영화계에 진출하기 위해 LA로 향한다. 그곳에서 영화사 사장 잭 립닉을 만나 얼결에 레슬링 시나리오를 써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내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호텔 옆 객실의 미스터리한 이웃 찰리와 얽히게 된다.

영화 상영 후 진행된 시네토크에서 봉 감독은 "8년 전 '옥자' 개봉 당시 광주극장을 방문했는데,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는 게 놀랍다"며 "그때 상영회가 끝난 뒤 광주에서 황실이튀김을 먹었는데 처음 먹고 너무 맛있어서 충격을 받았다. 이후 서울 곳곳을 뒤졌지만 황실이튀김을 찾을 수 없었다. 오늘 행사 후 다시 먹을 생각에 너무 설렌다"며 웃었다.
그는 '바톤 핑크'의 연출자인 조엘 코엔 감독과의 첫 만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설국열차' 뉴욕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코엔 감독을 처음 만났는데, 통역사도 없는 상황이라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특히 코엔 감독의 저음 목소리 때문에 귀를 쫑긋 세워도 잘 들리지 않았다"며 "다만 '설국열차'의 유치원 교실 시퀀스를 가장 재미있게 봤다며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봉 감독은 데뷔작을 준비하던 시절의 경험이 '바톤 핑크'의 주인공과 매우 닮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25년 전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집필하던 시절 제작사에서 마련해준 속초의 허름한 오피스텔에서 작업을 했다. 아는 사람도 한 명 없었고 가족도 두고 혼자 짐을 싸 떠나야 했다"며 "두 달 동안 그곳에서 지냈지만 원고를 단 한 장도 쓰지 못했다. 고립된 공간에서 작업에 집중하려니 정신이 이상해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에 한 달만 더 달라고 부탁해 동네 카페에서 미친 듯이 쓰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카페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습관이 생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감독이나 작가마다 집필 방식이 다르지만 나는 하루에 두세 곳의 조용한 카페를 옮겨 다니며 시나리오를 쓴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자신이 감독이기 이전에 '작가'라고 여기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영화 한 편을 만들 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120여 쪽 분량의 시나리오를 혼자 써 내려가는 일은 정말 고독하고 막막하다"며 "그동안 만든 모든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그중 '기생충'은 5개월로 가장 짧았고, '살인의 추억'은 13개월이 걸려 가장 오래 걸렸다. 현재 작업 중인 애니메이션도 직접 집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봉 감독은 관객과의 질의응답에서 영감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대해 "모든 곳에서 영감을 받는다. 충장로와 금남로를 거닐다가도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며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은 항상 오감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관 90주년 광주극장 영화제'는 오는 16일까지 광주극장에서 열린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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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변혁과 실천...2026 광주비엔날레 해포식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에서 도착한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첫 공개하며 본격적인 개막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광주비엔날레재단은 18일 오후 광주특별시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16회 광주비엔날레 해포식을 개최했다. 이번 해포식은 기존 형식에서 탈피해 마치 작품 설치 현장으로 들어간 듯한 방식으로 진행됐다.이날 현장에서 가장 먼저 베일을 벗은 작품은 ‘제주 화산암(제주돌문화공원)’ 이다.이번 비엔날레의 핵심 화두인 변혁과 실천의 메시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메인 작품이다.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구에서 유래한 올해 전시 주제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를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한 조형 언어로 구현해내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해포 작업은 광주비엔날레 보존과학 팀과 해외 전문 컨서베이터(보전·보건 전문가)의 엄격한 감독 아래 진행됐다. 장거리 항공 및 해상 수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온·습도 기록 장치 검수와 표면 컨디션 체크가 정밀하게 이어졌다.화산암의 첫인상은 단단함으로 ‘변화’라는 주제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 분출하고 냉각·응고된 용암의 전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실제로 밧줄 형태의 특유한 구조는 서로 다른 흐름의 속도가 하나의 물질 안에 동시에 존재함을 증명한다. 용암이 분출하며 표면을 밀어 올릴 때, 위쪽은 식어가고 아래쪽으로는 거대한 용암류가 흘러가는 등 서로 다른 시간과 세월의 흔적을 함께 품고 있다.두 번째로 공개된 작품은 일본 구상회화 작가 사사키 켄(Sasaki Ken)의 ‘초코파이’다. 이 작품은 일상의 작은 과자 하나가 뜻밖의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1917년 미국의 문파이, 1961년 일본 엔젤파이, 1974년 한국의 초코파이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이름, 맛은 저마다 다르지만, 초코파이는 한·미·일 세 나라를 잇는 정서적 매개체로 작동한다. 대량생산과 소비의 상징인 과자를 통해, 그동안 너무 익숙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이날 “선 공개 작품으로 선택한 제주 화산암은 겉보기엔 단단하고 고정돼 주제와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분출과 냉각·응고를 거치며 뜨거움과 부드러움, 빠름과 느림을 모두 품게 된 결정체”라며 “초코파이 역시 흔한 과자이지만 국가 간 경계를 허물고 시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비엔날레를 찾는 관람객들이 이 작품들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채로운 변화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작품 선정이유를 밝혔다. 비엔날레 재단은 22개국 43명(팀)의 작가의 작품 300여 점의 설치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한편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 광주 일원에서 개최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호추니엔 예술감독과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 큐레이터가 기획에 참여했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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