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관련 단속 없어…적치물로 처리
이용 고려 않은 전시행정성 설치 지적

지난 25일 농성동에 거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길을 나선 시각장애인 김모(45)씨는 여정의 시작부터 큰 난관에 부딪혔다.
교차로 인근에 있던 버스 정류장까지 향하는 길마저도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아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든 것은 물론, 길가에 설치된 입간판과 오토바이, 점자블록을 막은 채 주차된 차량 때문에 넘어지거나 마주오는 차와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김씨는 "혼자 길을 나선다면 가까운 곳이라도 3~4배의 시간이 걸려 둘이서 손을 꼭 잡고 길을 나선다"며 "이러한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점자블록과 안내판 등 시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것을 보면 더욱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로 점자의 날이 99주년을 맞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눈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이 설치·관리 부실 속에 곳곳에서 엉터리로 방치돼 있다.
관련 단속 조항이 시행된 지도 1년이 넘게 흘렀지만 실제 적발 사례도 없어 시설의 개선과 함께 지자체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무등일보 취재진이 방문한 광주 북구 용봉동 패션의거리 일대.
횡단보도임을 알리는 점자블록이 바닥 색과 동일하게 칠해져 구분이 어려웠고,그마저도 닳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 그마저도 없는 횡단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점자블록은 특화거리를 알리는 조형물과 인근 점포의 입간판에 막혀 자칫 시각장애인들이 넘어지거나 다칠 우려도 있었다.

같은 시각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금남지하상가로 향하는 입구와 그 난간에는 점자 표지나 점자블록이 없어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고, 5·18민주광장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현장은 점자블록이 공사차량과 안전펜스, 입간판 등에 점령돼 블록 위로 걸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지하철역도 마찬가지였다. 도시철도 1호선 농성역 1번 출구의 경우 장애인들을 위한 자동문에는 점자블록이 없어 시각장애인들은 여닫이문으로 향해 직접 문을 열고 역사에 들어가야 했다.

서구청 인근 점자블록 역시 가게 입간판과 불법주정차차량, 볼라드, PM의 방해를 받고 있었고, 서구청사의 경우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이 구분돼 있지만 점자블록은 나가는 문 방향으로 설치돼 있어 혼란을 야기했다.
서구보건소 출입구 역시 점자블록이 제대로 이어져있지 않고 출입문 앞에만 설치돼 있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이 예상됐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1조 2항에 따르면 장애인을 위한 보도 이용을 방해하거나 이를 훼손한 자, 주차 방해 행위를 한 자 등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해 9월 15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국토부 등 정부부처가 각 지자체에도 안내문을 발송했지만 현재까지 광주 5개 자치구에서 해당 법률을 근거로 단속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보도블록 침해 역시 단속 전 계도 단계에서 이동 조치를 했다가 다시 원상복구하는 등 노상적치물 단속과 비슷한 애로사항이 있다"며 "주민들은 해당 단속조항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인식 자체를 못하고 적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도시각장애인 노동주(42)씨는 "실제 이동경로를 고려하지 않은 전시행정적 설치, 방치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혼란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단 한 번만이라도 눈을 감고 이용해봤다면 이렇게 설치해놓을 수 없을 텐데, 너무나도 당연히 배제되는 상황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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