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1960년대부터 시작한 40여년의 압축성장을 통해 이룩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이후, 최근에는 국가의 미래 비전와 목표 그리고 전략이 무엇인지가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 구성원들 모두 장기적인 노력과 인내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이벤트성 사업에 집중하여, 사회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나 도시구조 개편 그리고 경쟁력 강화는 등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이 발전전략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치·경제시스템의 변화와 인공지능(AI) 및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과도한 수도권 초집중 개발, 지방도시의 제조업과 기반산업 몰락, 국가적인 인구 감소 및 고령화와 출생률 저하 그리고 지방도시 쇠퇴 등 대내외적인 거센 파고가 우리나라 도시의 성장 정체와 축소도시의 시대라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방도시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급격한 인구 감소, 산업 쇠퇴, 청년인구 유출, 고령화 등으로 인하여 도시기능의 퇴행적 변화와 지속가능성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지속적인 저출생과 급격한 고령화는 도시인구를 감소시키고, 이는 도시활동을 위축시켜서 중요 도시시설에 대한 유효수요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도시기능이 저하·상실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다시 도시인구를 압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더욱 인구감소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겪게 되면서 농촌 및 지방중소도시의 도시체계를 해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인구 급감시대와 역성장시대를 맞이하여 지역·도시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도시혁신과 도시기능의 융복합과 통합화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도시계획과 도시개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시기능 침체와 도시쇠퇴의 시기에 선진 도시들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도시 재구조화 전략'을 통하여 도시기능을 21세기형으로 재창조하고 도시부흥을 이뤄왔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보스톤의 '빅딕(Big Dig) 프로젝트'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인 보스턴은 1960년대부터 연간 5억달러 사회적 비용에 해당하는 심각한 교통정체에 시달려왔고, 특히 도심부의 고가도로 교통혼잡(약 20만대/일)와 고가도로 지하부로 인한 도심쇠퇴와 도시단절 및 슬럼화의 문제가 대두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보스턴 외곽과 도심을 연결하는 약 26km의 8차선 지하도로를 건설하였다.
고가도로가 철거된 지상부에는 선형 공원과 녹지를 조성하였고, 주변지역에 상점가와 업무단지 등이 입지하면서 보스턴 도심부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빅딕프로젝트가 완공된 후 출퇴근 혼잡시간대의 통행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연간 200만달러의 시간과 연료비 절감 효과를 얻게 됐다. 도로를 지하화해 얻어진 약 109만㎡의 대규모 공원과 상점이 들어서면서 일산화탄소가 12% 줄어들어 도시의 대기질도 개선되었다. 이러한 도시 대개조를 통하여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IT산업,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자 슬럼가였던 킹스크로스역의 '지역 재창조 프로젝트'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820년 리젠트운하가 완공되고 1800년대 중반에 철도가 건설되면서 런던 북부의 킹스크로스역세권은 산업 및 운송·물류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폐건물, 철도벽, 창고, 야적장 등과 오염된 토지로 인한 심각한 환경문제가 발생하였고 여기에 이 지역의 실업률 증가, 마약과 범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황폐화와 부패의 상징'으로 불리며 런던의 대표적 슬럼가로 전락하였다. 다행히 1996년에 유럽과 영국을 잇는 유로스타 출발역이 연접한 세인트판크라스역으로 결정되면서 킹스크로스역세권 도시재생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2001년에 "인간적인 도시를 위한 원칙"이라는 도시재생 10대 개발목표를 확립하고 민관 파트너쉽을 형성하여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2008년부터 본격적인 도시재생사업에 착수하였고 2011년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예술대학인 런던 예술대학교(University of the Arts London)의 단과대학을 유치하였으며 이후에 구글, 메타와 같은 글로벌기업의 유럽 오피스를 유치하였다. 총면적 약 27만㎡ 대규모 도심형 산업지구, 10개의 공원과 광장, 50동의 건축물 신축·복원, 1천750호의 주택, 100여곳의 상가 및 레스토랑이 조성되면서 복합문화단지플랫폼으로 발전하였다. 19세기 산업혁명시대의 역사적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신규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는 리모델링형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됐다.
결국 21세기에도 도시가 활력있고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도시혁신'과 '도시 재창조 전략'이 필요하다. 선진국 도시들의 도시재구조화 및 지역 재창조 프로젝트를 종합해 보면 주거·상업·업무·문화·공공시설 등 도시기능의 융복합화를 통한 압축적·효율적 도시공간 개발, 승용차 의존적인 교통체계를 혁신하는 대중교통중심개발(TOD)과 보행친화적 도시환경 조성, 첨단IT기술 적용을 통한 스마트도시 조성과 탄소중립·에너지 전환을 통한 저탄소 도시 구현 그리고 휴먼인터페이스의 감성적 공간디자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이 21세기 이후에 정체 및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도시들의 도시재생과 도시개발이 나아가야 할 21세기형 도시발전 혁신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항집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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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칼럼] 개발권 권한 행사에 있어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건설 분야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이미 작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대규모 전세 사기로 인한 자금 흐름 차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24년 5월 건축허가 건수는 약 1만2천건으로 2022년 같은 달의 약 2만1천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가까운 감소를 보였다.실제로 다수의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들이 중단된 상황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2024년부터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제로에너지 5등급을 의무화하려던 노력도 건설 경기 침체를 고려하여 2025년으로 유예되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일부 제시되는 대안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필자는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우리나라의 재정비 사업은 사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자기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개발 연면적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판받아 왔다. 공공의 개입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시장 논리에 의존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또한 연면적을 계속해서 늘릴 수는 없으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특히 자신의 생활공간을 개선하기 위한 자기 부담 원칙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또한 문제다.겉으로는 자본주의 방식으로 주거공간을 재정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원칙과는 동떨어진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즉, 우리의 주거와 도시공간을 정비하는 방식은 한정적인 자원이며 특수 상품인 '토지'를 평면적·입체적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주거 공간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 재정비 사업의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된다.이러한 상황에서 경기와 건설 산업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방식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상황이 이러하니 많은 지방 자치단체에서 비재정적 방법을 가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본인들이 집행할 수 있는 개발 허가권을 활용하여 개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공공재정이 투입되지 않아도 되고,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만 제공된다면 몇몇 중요한 프로젝트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이러한 정책 집행에 근거 또는 면죄부를 주는 이론적 논리도 있다. 이미 계획 이론에서는 널리 회자되고 있는 기존의 용도지역제도의 한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등장한 화이트 조닝(White Zoning)이나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등이 그것이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처럼, 조닝이라고 하는 근대 도시계획의 유물의 한계를 비판하며 등장한 새로운 도시계획의 도구를 요구하는 이론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니 그 본래 취지는 다 없어지고, 사업성을 향상하는 명분으로 전락해버렸다.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러한 논리 하에 다양한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상업지역에서 주거용도를 허용하고, 주거 건물의 용적률과 인동간격 규제를 완화하며, 거대한 주거공간이 건설되고 있다. 용적률 1천%에 가까운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이 건설 중이며, 준공업지역에 공공시설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순수 아파트조차 400%의 용적률을 허용하고자 하고 있다. 과연 여기서 획득하고자 하는 공공성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이미 재정비 사업을 통해 건설된 아파트들은 300%에 근접한 곳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미 이들의 주거환경은 저층부에는 영구음영 또는 수인한도를 맞추기 어려운 수준으로 열악하다. 저층부의 녹지는 아름답게 꾸몄지만 과연 그 안의 건강한 식물이 자랄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또한 이들의 용적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과거 1H(건물의 높이만큼 이격시키는 규정)로 지켜지던 인동간격 역시 0.8H 또는 0.6H(건물의 높이의 0.8 또는 0.6배만큼 이격시키는 규정)까지 후퇴한 지자체가 다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람길 역시 만들어지지 어려운 실정이다.문제는 이러한 결과물들이 현재 우리 도시의 경관·환경·인프라 부족 등 도시생활의 문제와 불편함을 초래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말 큰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결국 이들 건조물들도 노후화가 될 것이다. 이들도 다시 재건축을 해야할 시점을 맞을 것이다. 과연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지금 이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 두 동도 아니고 수백, 수천 동이 건설 사업의 부흥이라는 미명과 용도지역의 유연화라는 이론적 논리 속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밀도와 높이로 개발되고 있는 이 상황을 우리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과연 어떤 도시에서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은 단지 환경에만 국한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도시는 지금은 우리의 공간이지만 곧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할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온전히 사용하고 있는 개발의 권리는 다음 세대의 '삶의 권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많은 지자체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개발 권리를 허용하는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우리 공동체의 숙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기준 안에서 그 권한이 행사될 수 있어야 함을 재차 강조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이건원 고려대 공과대학 건축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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