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주교통공사 사장
목포시 부시장
이제는 가을이 오려나 보다. 아침 저녁으로 기분좋은 바람이 뺨을 스친다. 유난히 덥고 길었던 올 여름 폭염 속을 비명 같은 초록으로 버텨내던 숲길이, 낙엽이 져야 비로소 자연의 순환을 배우는 겸손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려나 보다.
주말마다 노무현의 길을 따라 걷는 무등에도 가을이 얼굴을 삐죽 내밀고 있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조각이라는 말을 남기고 간 한 시대의 풍운아. 그가 보고 싶다. 누군가 보고 싶고 어딘가 가고 싶고 차향이 그리운 걸 보니 이제야 서서히 제 정신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역대급 폭염 속에서 밥도 운동도 누군가와의 만남도 귀찮기만 하더니, 이제는 사색의 계절, 가을이 오려나보다!
올해 폭염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매일 매시간 울리는 폭염 재난문자가 고맙기 보다는 스트레스를 더하기만 했다. 특히 언론에서는 기상청의 최근 10년간 5~9월의 체감온도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광주 지역을 전국 최고 더운 지역으로 발표했다. 여기에 아파트와 아스팔트 위주의 회색 주거문화로 불투수율이 전국 3위라니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급함이 든다. 아파하는 도시에 면역력을 키울 때다.
때맞춰 발표된 광주시의 '대자보 도시' 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 도시로의 전환 선언은 매우 시기적절한 정책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박수를 보낸다. 승용차를 줄이고 대중교통과 무탄소 통행 중심으로 움직이는 도시는 탄소중립도시로서의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도시의 내열 시스템이 구현되면 폭염·폭우 등 기후위기에도 대응할 힘이 생긴다. 사람처럼 도시 체질 자체를 개선해 면역력을 키우자는 큰 의미를 '대자보 도시'에서 읽어본다. 광주시는 광천권역 대자보 교통대책 수립을 발표했다. 복합쇼핑몰 등 시민들과 외지인들의 발길이 모일 광천권역을 승용차 없이도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 대중교통 중심 도시의 시범 모델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도시철도 상무광천선과 BRT, 입체형 보행 네트워크로 '걷기 좋은 광주'를 위한 새로운 교통체계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민들의 기대와 호응이 높은 만큼 계획한 성과가 달성되기를 기대해본다.
도시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모범사례로 독일 슈르트가르트는 '그린 U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바람길 관리를 통한 도심열섬에 대응하고 있다. 콜롬비아 메데진은 '그린코리더 프로젝트'를 통해 교통정책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우선정책과 공원 녹화사업을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바람길이란 산림 등에서 생성된 맑고 차가운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통로를 말한다. 공기순환을 촉진하고 폭염과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 광주는 무등산이나 광주천 등의 시원한 공기를 도심으로 유입해 도심 열섬을 가라앉힐 수 있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바람 통로에 대한 고려가 들어가면, 시민 삶의 질이 달라지게 된다. 도심지에 도시숲을 구현해 바람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도시숲은 여름철 한낮 평균기온이 도시 중심보다 약 3~7℃ 낮아 열섬 현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 나무의 증산작용, 즉 뿌리로 흡수한 물을 기공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빼앗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풍부한 산소를 방출해 공기를 정화하는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한다. 교통소음의 흡수 효과는 덤이다.
광주시가 27년까지 추진하고 있는 '3천만 그루 나무심기 프로젝트' 또한 나무의 수종, 입지환경, 추진체계 등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녹지가 많을수록 더 시원하고 맑고 조용한 일상을 즐길 수 있다. 그 성공 사례로 대구를 들 수 있다. 대구는 한때 '대프리카'라고 불릴 정도로 더위로 악명 높았던 지역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폭염대책으로 녹지를 늘리면서 가로수와 도심숲이 대폭 늘었고, 그 결과 국내 폭염 상황은 점점 악화됨에도 대구의 기온은 계속 안정되고 있다. 기상청의 체감온도 조사에서 대구는 전국 11위에 그쳤고, 최근 5년간의 체감 폭염일수 조사에서도 확연하게 낮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한편 많은 시민들이 도시철도 2호선 공사로 인한 차량 통행 불편을 견뎌내고 있다. 2018년 시민 공론화로 추진이 결정된 도시철도이기에 현재의 불편보다는 개통시점에서의 편리함에 대한 기대로 고통을 감내하기 때문이다. 광주에는 공공대여 자전거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소규모이다.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공공자전거 추가 확보가 불가능 하다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하면 어떨까 싶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로 폐쇄된 차로를 공사 마무리 후 차도화 하면서, 일부 구간(1개 차로)을 자전거 전용도로로 구성한다면 '3위 1체'된 진정한 대자보 도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기후위기 극복 문제는 지구인 모두가 함께해야 할 과제이다. 뜨거운 지구보다 더 뜨거워 일상을 힘들게 하는 정치가 아닌,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생산하는 정치의 시원한 역할을 기대한다. 대자보 도시 광주, 푸르른 가로수가 땀을 식혀주고. 바람숲길 따라 풀꽃 향기가 안겨오는 길을 그려본다. 봄이면 꽃길이 되고 가을이면 단풍길이 되는 '걷기 좋은 길', '대중교통과 자전거가 통행의 주체'가 되는 지속가능 도시가 우리 빛고을 광주에서 구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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