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 도시·지역개발학과 명예교수
최근 '생활SOC·생활도시·공간복지' 등이 유행하고 있다. 모두 생활을 강조하고 있다. 기왕의 생활SOC복합화사업을 되돌아보아 성과와 문제를 살펴보며, 외국의 생활도시 계획의 공통점을 정리하여 생활SOC사업의 업그레이드 방향을 찾고자 한다.
해답은 생활SOC사업이 시설복합화에 그치지 않고 '생활권'이라는 큰 틀에서 생활SOC를 생활거점에 배치하며, 보행·대중교통 등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생활도시를 목표로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생활SOC복합화사업은, 2019년4월 국무조정실에서 총괄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원하며, 6개 부처 합동으로 생활SOC 3개년 계획을 수립, 추진하였다.
2020~2022년까지 3년 동안 총예산 규모 30조원의 사업이었다.
추진배경은 부처별 칸막이식 단일기능시설의 공급체계 문제, 부지확보 문제, 열악한 재정 등의 한계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13종의 공공시설에 대해 2개 이상의 생활SOC 관련 국고보조사업을 하나의 부지에 복합화시킨다면 비용 절감과 이용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이다.
추진실적을 보면 2020~2022 3년간 총 530건을 선정하였다. 첫해 289건, 다음해 149건, 마지막해 92건이다.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3개 생활SOC시설을 망라하며, 사업추진 방식을 자율 편성 외에 공모로 선정한 시설을 확대시키며, 인센티브10%를 부여 13개 시설의 복합화를 꾀하고 공공시설의 적지·폐교 등을 활용케하여 부지 확보를 용이하게 하였다.
이 외에도 인센티브를 연장하는 등으로 2022년까지 조기 착공을 유도하며 홈페이지에 우수사례 제시, 가이드라인 제시, 입지분석 도구 등의 지원, 민간 등의 참여 확대, 우수지자체 인센티브 제공 등도 돋보인다.
하지만 미흡한 점도 몇 가지 있었다.
3년간의 단기간 계획이어서 확보된 부지에서만 사업을 추진 할 수밖에 없는 점, 생활SOC라 하면서 공공시설 중 13개 시설(국민체육센터·공공도서관·국공립어린이집·주민건강센터·다함께 돌봄센터·가족센터 등)에 한정한 점, 신설 위주의 계획이어서 기왕의 시설과의 통·폐합이나 전체 공공시설과의 관계를 갖지 못한 점, 운영을 강조하였지만 해당 시설만의 운영에 그친 점 등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시설을 계획하면서 생활권에 대한 고려가 적고, 시설 배치 및 위치에 대한 계획적인 배려가 적었다는 점이다.
사업 종료 후부터 현재까지는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교육부·서울시 등 단위기관별로 제각각 폐청사나 공원, 혹은 폐교 등을 활용하여 '시설복합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복합화라는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이전의 생활SOC사업과 유사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 적정위치가 아닌, 즉 생활거점이 아닌 곳에서의 폐청사 활용이나 시설복합화사업은 큰 의미가 없다. 더욱이 보행교통이나 대중교통과 연계되지 않은 곳이라면 오히려 이용에 불편을 가중시킬 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생활도시 계획에서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살펴보았다.
대표적인 생활도시로는 '15분 도시', '20분 도시', '20분 빌리지' 등이 있다.
'15분 도시'는 2020년에 프랑스 파리의 이달고(Anne Hidalgo)시장 선거공약으로 태동된 계획개념으로서, 각 거주지구별로 일상생활을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가능케 하는 도시이다. 즉, 거주자는 의료·쇼핑·문화·스포츠·교육·직장·돌봄기능을 15분 안에 도보나 자전거로 접근토록 한다.
'20분 도시'는 호주의 플랜 멜버른(2017~2050)에 적용된 계획개념이다.
각 거주지구 생활거점에 쇼핑·학교·공원·의료·직장·커뮤니티시설·오락·스포츠시설을 배치하고, 자택에서 도보나 자전거, 공공교통기관으로 20분 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20분 빌리지'는 미국 오레곤주 포트랜드시에서 적용된 계획개념이다. 포틀랜드도시계획(2009~2030)에서 다룬 보행, 자전거, 공공교통기관을 이용하여 20분 이내에 모든 생활기능에 접근 가능토록 하는 계획이다.
목표 연도에 주민의 90%가 20분 내 식료품점·공원·커뮤니티센터·초등학교·직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생활거점 배치를 목표로 한다.
이렇듯 생활도시의 키워드는 생활기능시설의 거점 배치, 15~20분 이내 보행·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 거주지와의 밀접한 관계임을 알 수 있다.
기왕의 생활SOC사업이 생활도시의 첫 단계라는 의미와 상징성을 가지나 장래 업그레이드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부처 간 협업에 의해 사업을 추진한다 할지라도, 또한 폐교 등을 활용한 시설복합화를 꾀한다 할지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를 보완하는 도시계획에서의 용도지역 재편, 남아도는 공공시설의 총량 감축과 공공시설의 거점에의 재배치, 대중교통 및 보행교통과의 연계 강화, 거점 및 주변에의 거주지 밀도 상향, 걷기좋은 보행권 도시 등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생활도시를 지향하는 생활SOC복합화사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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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칼럼] 개발권 권한 행사에 있어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건설 분야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이미 작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대규모 전세 사기로 인한 자금 흐름 차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24년 5월 건축허가 건수는 약 1만2천건으로 2022년 같은 달의 약 2만1천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가까운 감소를 보였다.실제로 다수의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들이 중단된 상황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2024년부터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제로에너지 5등급을 의무화하려던 노력도 건설 경기 침체를 고려하여 2025년으로 유예되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일부 제시되는 대안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필자는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우리나라의 재정비 사업은 사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자기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개발 연면적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판받아 왔다. 공공의 개입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시장 논리에 의존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또한 연면적을 계속해서 늘릴 수는 없으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특히 자신의 생활공간을 개선하기 위한 자기 부담 원칙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또한 문제다.겉으로는 자본주의 방식으로 주거공간을 재정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원칙과는 동떨어진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즉, 우리의 주거와 도시공간을 정비하는 방식은 한정적인 자원이며 특수 상품인 '토지'를 평면적·입체적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주거 공간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 재정비 사업의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된다.이러한 상황에서 경기와 건설 산업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방식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상황이 이러하니 많은 지방 자치단체에서 비재정적 방법을 가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본인들이 집행할 수 있는 개발 허가권을 활용하여 개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공공재정이 투입되지 않아도 되고,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만 제공된다면 몇몇 중요한 프로젝트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이러한 정책 집행에 근거 또는 면죄부를 주는 이론적 논리도 있다. 이미 계획 이론에서는 널리 회자되고 있는 기존의 용도지역제도의 한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등장한 화이트 조닝(White Zoning)이나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등이 그것이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처럼, 조닝이라고 하는 근대 도시계획의 유물의 한계를 비판하며 등장한 새로운 도시계획의 도구를 요구하는 이론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니 그 본래 취지는 다 없어지고, 사업성을 향상하는 명분으로 전락해버렸다.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러한 논리 하에 다양한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상업지역에서 주거용도를 허용하고, 주거 건물의 용적률과 인동간격 규제를 완화하며, 거대한 주거공간이 건설되고 있다. 용적률 1천%에 가까운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이 건설 중이며, 준공업지역에 공공시설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순수 아파트조차 400%의 용적률을 허용하고자 하고 있다. 과연 여기서 획득하고자 하는 공공성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이미 재정비 사업을 통해 건설된 아파트들은 300%에 근접한 곳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미 이들의 주거환경은 저층부에는 영구음영 또는 수인한도를 맞추기 어려운 수준으로 열악하다. 저층부의 녹지는 아름답게 꾸몄지만 과연 그 안의 건강한 식물이 자랄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또한 이들의 용적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과거 1H(건물의 높이만큼 이격시키는 규정)로 지켜지던 인동간격 역시 0.8H 또는 0.6H(건물의 높이의 0.8 또는 0.6배만큼 이격시키는 규정)까지 후퇴한 지자체가 다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람길 역시 만들어지지 어려운 실정이다.문제는 이러한 결과물들이 현재 우리 도시의 경관·환경·인프라 부족 등 도시생활의 문제와 불편함을 초래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말 큰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결국 이들 건조물들도 노후화가 될 것이다. 이들도 다시 재건축을 해야할 시점을 맞을 것이다. 과연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지금 이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 두 동도 아니고 수백, 수천 동이 건설 사업의 부흥이라는 미명과 용도지역의 유연화라는 이론적 논리 속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밀도와 높이로 개발되고 있는 이 상황을 우리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과연 어떤 도시에서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은 단지 환경에만 국한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도시는 지금은 우리의 공간이지만 곧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할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온전히 사용하고 있는 개발의 권리는 다음 세대의 '삶의 권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많은 지자체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개발 권리를 허용하는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우리 공동체의 숙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기준 안에서 그 권한이 행사될 수 있어야 함을 재차 강조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이건원 고려대 공과대학 건축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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