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칼럼] 초고령사회, 노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조용준 조선대명예교수 입력 2024.08.01. 17:17
조용준(조선대학교 명예교수)

노인들의 자동차 사고가 있을 때마다 그들의 '나이'에 초점이 맞춰진 언론 보도는 자동차를 갖고 있는 노인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혹시 자동차 운전의 제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자동차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우리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필수품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많은 노인들은 여전히 자동차를 매개체로 여가나 교류, 취미생활 등을 하며 활력있는 삶을 살아간다. 또 다른 노인들에게는 생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도시들은 자동차 중심의 공간 구조를 갖고 있고, 도시 밖은 자동차의 빠른 이동을 보장하는 도로가 거미줄처럼 잘 깔려 있어 자동차만 있으면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자동차 천국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멀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노인들의 자동차 사고 통계를 보면 '운전 억제'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면허증 반납률은 낮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노인인구가 줄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이미 전체 인구의 1/5을 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까지 걸린 기간도 프랑스나 영국 등 선진국보다 훨씬 짧다. 노인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노인들의 자동차 이용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동차 없이도 노인들이 활력 있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유대감과 건강을 약화시키고, 탄소를 배출시키며 안전성을 저해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 이처럼 자동차가 결코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닌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근대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자동차는 산업적·기능적 합리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수단이 되어왔다. 그래서 선진국들도 한때는 효율적인 건축물과 도시를 건설하고, 자동차의 빠른 이동을 보장하면 자유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차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서 인도를 만들고 대중교통 수단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도로가 좁고 주차장 찾기가 어려운 도시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는 주차장 6만개를 없애고 자동차를 억제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는 도시의 중심 도로를 2차선으로 줄인지 이미 오래다. 도로가 넓을수록 자동차가 많아지고, 자동차가 많아지면 유대감이 줄어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아도 활력있는 삶을 살 수 있는 획기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행복한 삶을 저해하는 요소는 자동차 이외에 또 있다. 고독한 절연생활을 만드는 주택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기숙사처럼 단지 주호(主戶) 안에서만 생활하도록 되어 있다. 이웃관계를 만들고 동네의식을 만드는 사회적 공유공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혈연가족이 붕괴되고 효 사상마저 약화되면서 노인들은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사회와 단절된 고독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렇게 살다가 행동이 부자유스러워지면 양로원 시설에 가는 것이 정해진 코스처럼 여겨진다.

필자의 지인은 양로원에 가지 않겠다던 어머니를 그곳에 모신 일과 방문할 때마다 집에 데려가 달라고 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평생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 말년을 고독하게 보내는 것도 슬픈 일이다. 몇 해 전 일본 NHK는 '무연사회(無緣社會)'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쿄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 혼자 TV를 보다 양반다리를 하고 앞으로 쓰러진 채 숨져 오랫동안 방치된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다.

당시 조사에 의하면 일본에서 숨진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발견된 무연고 사망자가 한 해에 3만2천여명이나 되었다. 아무도 없이 혼자 떠나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빈곤노인들의 사회와 단절된 고독한 생활은 더 심한데, 2018년 김승희 국회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혼자 살고 있는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 일주일에 한 번도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절연생활을 하는 사람이 52%에 달했다. 이웃과 왕래가 없는 사람이 16%, 가족과 왕래하지 않은 사람은 11%나 되었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의 절반이 빈곤 노인이며, 이는 일본의 2배나 돼 더 심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이제는 긴 세월을 노인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공유적 삶이 가능한 사회가족이 될 수 있도록 개방적 공간 구성과 휠체어 등 보조장치의 이용에 어려움이 없는 '거주공생 주택'이 필요하다. 나아가 노인 복지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복지형 주택도 요구된다, 지역공생의 주변 환경도 갖춰야 한다. 아무리 배리어 프리가 잘되어 있어도 이웃들을 만나 즐겁게 교류하고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지하철의 무료 이용 등 노인 우대도 좋지만, 활력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도시정책 전개가 필요하다.

2012년 OECD는 우리나라에 "고령화 사회에 대비 대중교통 시설 개선, 고령자 맞춤형주택 공급, 정보통신 기술 활용 노인복지 서비스 제공, 외국인 노동자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도시 디자인 개선, 문화포용 정책의 실현"을 주문했다. 이제 이 권고를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포용적 도시가 되고, 노인들의 활력있는 행복한 삶도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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