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건축학과 교수
파리는 최근 남다른 도시정책을 구현하면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파리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가 있다. 그녀는 2014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10년 동안 파리시정을 이끌고 있으며. 2020년 '내일의 도시 파리(Le Paris de demain)' 재선 정책공약을 실현해가고 있다. 오늘날 파리의 도시정책은 역사도시 파리를 '친환경도시'로 탈바꿈 시킨다는 대전제 속에서 세부 정책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보행도시'와 '15분 도시'를 들 수 있는데 도시공간 정비의 근간에는 균형과 평등 그리고 인본주의 도시철학이 기저에 깔려 있다.
안 이달고 시장이 비교적 짧은시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배경에는 행정체계에서도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인구 140만명의 광주광역시는 시장과 행정부시장 및 경제부시장 2인이 시장을 보좌하는 체제라면, 인구 210만명의 파리시는 시장과 총 34인의 부시장이 시장을 보좌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파리시는 세분화된 전문분야별 부시장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보행도시' 정책은 '공공장소·교통·이동성·도로와 도로법규 담당 부시장'이 전담하고 있다.
1960년대의 파리의 도로와 광장은 자동차로 점령된 '차량 중심의 도시'였다. 그러나 최근 파리는 다시 '사람 중심의 도시'로 변모하기 위해 보행도시 정책을 구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대기오염 및 소음공해를 줄이는 친환경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중교통(버스, 트램, 전철)-자전거-보행이 상호 긴밀히 연결되도록 유도해 가고 있다.
파리시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파리 도심 이동의 65%는 보행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난 10년(2010년~2020년) 동안 파리의 도보 이동 횟수가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행공간 면적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65㏊에서 92㏊로 축구장 40개 면적으로 무려 33%나 증가했다. 특히 '세느강변 공원조성계획'을 통해 세느강 좌안 4.5㎞와 우안 2.5㎞로 총 10㏊의 수변공간을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전환했다. 파리의 대표 광장인 바스티유 광장과 나시옹 광장 또한 각각 54%, 52% 이상 보행자 전용공간으로 전환했다. 한편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와 공공시설 주변의 보행환경도 새롭게 정비했다. 조사 결과 파리 시내의 경우 보행 관련 치명적 사고의 91%는 차량과 충돌로 발생했으며, 교통안전을 위해 파리 구도심의 차량 주행속도를 30㎞/h로 제한했다.
이와 같은 안전조치로 인해 2017년~2022년 사이에 병원 입원 부상자 수가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일요일과 국경일에는 차없는 거리 '숨쉬는 파리(Paris Respire)'구역을 파리시내 곳곳에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2023~2030 보행계획' 실행을 위해 재원 3억 유로(한화 4천억원)를 마련하는 등 파리시는 보행도시 구현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상의 파리시 '보행도시'정책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시사점을 요약할수 있다.
첫째, 보행도시는 걸음으로써 신체 활동을 촉진하는 건강도시, 도시의 오염과 소음을 줄이는 친환경도시, 교통사고의 가능성을 줄이는 안전도시, 이웃의 주민 간 혹은 상인들 간 사회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커뮤니티 도시의 실현과 직결된다. 나아가 방문객들에게는 그 도시의 유산, 역사거리, 삶의 예술 등을 발견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행도시가 갖는 의미와 가치는 남다르다.
둘째, 파리시의 도시정책은 시장이나 수장이 바뀌면 물거품이 되는 이벤트성 정책이 아니라 30년, 60년의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도시정책이 수행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를 주도하는 34인으로 구성된 전문분야별 부시장 제도의 운영을 통해 구체화된 정책의 기획·실행·집행·관리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파리의 보행도시 프로젝트는 도시 전체에 대한 종합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보행도시 공간정비가 전략적·체계적이다. 대중교통-자전거-보행으로 유기적으로 연계 복합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상시 혹은 일시적인 보행전용 장소들과 연계해 다양한 축제, 교류, 이벤트 프로그램이 계획 활성화 함으로써 도시공간에 활력이 넘쳐난다.
넷째, 보행도시의 조성은 도시공간의 소비자들에게 보행권, 이동권, 행복권과 같은 '도시에서의 권리'를 보장하고, 도시 매력을 강화한다. 보행도시에서는 보행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커피숍, 레스토랑 이용 및 쇼핑활동으로 이어져 도시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