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칼럼] 도시계획의 이분법 극복을 위하여

@정재용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부 교수 입력 2024.04.11. 18:02

도시계획이란 용어자체가 도시를 대상을 하는 계획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도시를 개발하고, 기성시가지를 재생하는 방법 또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방 이후 현대적 경제와 사회를 이루기 위해 도시건설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래서 지난 50년동안 비도시지역은 주택보급을 위한 아파트 개발 대상지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자연자원 및 경관 보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난개발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경제적 논리에서 개발통제수단으로서의 도시계획은 점점 약화되었다. 그래서 수도권에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서 구릉지에 아파트 난개발은 지속 되었고, 이런 난개발을 동반하는 교통문제와 환경문제는 서울과 수도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있다.

지방의 농어촌 또한 난개발 문제가 심각하다. 요즘 자연경관이 우수한 해안가나 산지에는 관광·레저용 개발이 난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자연경관과 조화로운 형태로 개발되기보다 대형리조트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사업들은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이어지는 불경기로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단지와 리조트단지가 지방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더해 농촌에는 줄어드는 인구와 관광객 때문에 빈집뿐만 아니라 폐업한 모텔과 관광단지가 즐비하다.

현재 수도권과 지방의 농촌문제는 시장경제에 의존한 도시계획 정책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의 공간적 편중은 인구의 재분배가 발생하며, 사회간접자본의 불균형이 생기게 마련이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로 균형발전 정책이 실패하고, 성장관리정책으로 수도권의 SOC 투자는 인구집중을 심화시켰다. 신도시개발로 주택개발이 수도권에서 진행되면서 지방도시와 농촌은 비워져 갔다. 그 어떠한 투자도 결국은 지속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방과 수도권의 균형적 발전만이 해결책이며 이는 도시계획의 역할의 본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의 가장 큰 중심주제는 저렴한 주택보급이다. 그러나 도시계획제도를 가장 먼저 수립한 영국의 도시계획의 철학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영국의 도시계획은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자연의 보전을 중심으로 한 제도이다. 그러므로 도시계획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Town and Country Planning Act'라고 도시와 농촌 계획법이라고 명명했다. 19세기 말에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도시환경문제가 심각했다. 공해와 위생문제로 도시정비가 필요하였고, 도시외곽에는 도로를 따라 건축개발로 무분별한 도시형태의 난개발이 문제가 되었다. 특히, 자동차 소유 증가로 인한 도로를 따라 'ribbon development'가 확산되어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당시 영국 이론가들도 이러한 도시 문제와 비도시 지역의 자연경관 훼손은 건강한 경제와 사회를 형성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기존도시의 정비와 더불어 전원도시운동과 같은 이상도시를 세우는 것을 실천에 옮겼다.

또한, 그린벨트와 사회개혁을 동시에 추진하였다. 이러한 철학 때문에 영국의 도시계획은 그때부터 현재까지 자연보전과 도시의 맥락으로 보전하는 것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100년 넘게 한결같은 도시계획 이념을 제도로 실행하므로 영국은 유럽의 정원이라고 불릴 만큼 자연경관 관리가 잘되고 있다.

야생적인 스코티쉬 하일랜드(Scottish Highland)와 레이크 디스트릭트(호수 지방)는 산과 호수 사이에 마을들이 풍경화처럼 배치되어 있어 자연의 경관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이런 지역들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낙후된 농촌이 아니라 친환경 레저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폭발적인 관광숙박시설의 수요에도 대형호텔 하나 짓지 않았다. 컨트리하우스들을 리모델링하여 수요에 대응하면서 자연경관까지 보전하였다. 영국에서는 프랑스와는 달리 농촌의 인구감소 문제가 없으며, 건강한 농촌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체스터(Chester), 캠브릿지(Cambridge), 브라이턴(Brighton) 등 지방 소도시들은 각 지역의 허브 역할을 하며, 전통적 건축물들의 보전으로 도시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도시들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개발압력이 커졌지만, 대부분의 개발은 기존 도시조직 내에 '틈새'(Infill) 개발로 이루어졌다. 국제적 체인의 5성급 호텔과 대형 쇼핑몰도 기존 건물 사이에 삽입되면서 도시맥락을 유지했다. 또한, 전통적인 중심가로(High Street)에는 다양한 음식점과 판매시설로 대도시를 부럽지 않을 정도로 국제적 세련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건축 및 도시환경의 보전으로 관광상품 가치가 더해졌다. 이는 도시마을운동(urban village movement)의 맥락주의 영국도시계획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수도 런던은 가장 상위에 속하는 글로벌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 외곽의 그린벨트는 1 제곱미터도 해제되지 않았으며 최근에도 그 주변에는 대규모 신도시 건설은 찾아볼 수 없다. 영국의 산업은 여러 지방도시에 분포되어 있으며 공간적으로 SOC가 잘 갖추어져있다. 그리하여 지속가능한 공간경제사회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도시계획이란 제도는 한정적인 재원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국토환경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자본과 토지란 두 재원의 투자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 사회가 토지를 개발의 대상으로 보고, 자연을 보전의 대상으로서 자연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문제의 근원이며, 수도권은 산업기지화로 보며 농촌을 식량배후지 또는 관광개발지로 보는 이분법적인 도시계획 전략적 배경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계획이란 제도는 개발을 도모하는 제도보다는 질적인 환경을 만드는 제도로서 중요하다. 영국도 도시적 문제가 많았고, 이를 극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특히, 탈산업화 도시들의 도시재생은 30년 이상 걸려 회생하였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하였다. 도시와 농촌의 이분법적 도시계획 철학을 넘어서면 우리나라도 영국과 같은 전원도시국가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정재용(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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