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칼럼] 서울 집중의 역설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주택정책

@이영석 전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광주시 시민권익위원 입력 2024.04.04. 17:11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도시라고 한다. 도시에서 가장 넓은 영역은 주거지와 주택이다. 그런데 도시를 비롯한 주거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삶을 영위하고 생활의 기반이 되는 것이 주택인데, 살고 싶은 도시와 주택의 기준이 주택가격으로만 수렴하는 가치상실의 시대다.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에 의존하는 우리의 주거의식과 정책의 전환 없이는 도시환경의 개선과 사회적 안정을 기대하기 힘들다. 살기 좋고 공공성 높은 주거지와 주택보다는 투자가치만을 평가하는 사회에서는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은커녕 계획가들의 자존감 상실이 더 크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집이 출산율 감소의 직접적인 사회적 재난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느 사이에 한국의 미래 먹거리 최첨단산업은 부동산 금융이 되었고, 이는 젊은이들을 평생 가계부채의 노예로 만드는 일등공신인 셈이다. 국가경제는 가계부채에 발목 잡혀 도약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서울은 중위소득의 40%가량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고, 가계부채 비중이 10퍼센트 증가할 때마다 출산율은 0.16명씩 하락해왔다. 최근 정부 발표에서도 주거와 보육은 출산율 감소의 제일 요인이다.

지역개발 관련하여 정부는 규제철폐를 위해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negative regulation)를 선택하여 법률주의를 실행하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의 핵심은 단순명확화, 행정비용과 이용자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규제를 만들자는 것인 반면,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의 기능이 전제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재산세 등 보유세 완화의 보상을 근로자 임금으로 대체하였고, 재건축안전진단 규제 폐지와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공급자 위주의 정책으로 선회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시장으로 유도하고 있다. 더욱이 전매제한과 실거주의무제 폐지로 주택청약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공정과 원칙도 없는 공약(空約)에 도시와 집이 심하게 흔들리는 심리적 지진 상황이다.

누구나 살고 있으면서도 알 수 없는 것이 집값이다. 새집이라고 다 비싸지도 않고, 오히려 헌집이라서 더 비싸기도 하며 같은 물건인데도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15배니 25배니 한다. 2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집을 산다는 의미다. 시장 만능을 주장하면서도 정부는 무리한 정책자금으로 자꾸만 자유 시장에 개입하여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태생부터 주택을 잠시 머무르다 가는 '공공재'라고 한다.

주택공급시장에는 재개발·재건축 등에 의한 신규주택, 재고주택 및 경매 시장이 있다. 신규주택 시장은 왜곡된 정보의 거품시장인 반면, 경매시장은 영끌의 회한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전 재산이 만든 비극적 시장이다. 주택정책은 '빌려서 집사라'는 유인 정책과 언론의 바람으로 거품을 양산하는 카르텔을 형성해 왔다. 이제 영끌들은 '고금리의 롤러코스트'를 타고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두 시장 모두 출산율 증가의 천적이다.

주택시장의 수요자들은 재고주택시장의 구매자와 경매의 낙찰자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전자는 정상적인 소요(所要)인 반면, 후자는 비정상적인 요인에 의해 시장에 나온 주택들을 구매하는 전문적인 프로들이다. 국민들은 소득수준에 맞는 '적정한 주택가격'(affordable price)을 원한다. 버블 즉, 거품은 재개발·재건축에 의한 신규주택시장 가격과 경매시장 낙찰가와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차이가 너무나 커져서 낙찰가를 '적정가격'이라고 봐야 한다.

더불어 전세제도, 갭투자 및 왜곡된 정책금융이 자유 시장 경쟁을 혼란시키는 주택버블의 원인이다. 임대사업자의 주택공급량도 관리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10세대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그래야 주거안정이 보장되는 월세로의 전환과 민간건설의 임대사업 참여도 활성화될 수 있다. 이제는 거품이 줄어들도록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집값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86만 명이 서울을 떠났다. 도시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세계최고의 고밀 첨단도시들일수록 경쟁과 집값 부담으로 출생률이 더 낮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이 최고의 의료시스템에서 세계 최저의 출산율(0.59, 전국 0.78)을 보이고 있다. 도시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에 투자할수록 인구감소가 더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순된 사회시스템이다.

서울에도 폐교가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수도권 집중가속화를 위해 국세를 투입하며 광역철도화(GTX)로 지역을 편 가르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없이는 집값을 안정화시킬 수 없다. 더욱이 수도권 비중이 높을수록 남북 간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 한, 혈세의 수도권 낭비를 지방은 용인하기 어렵다. 농담처럼 '길'이나 '차'에서 아이를 낳으라는 말인가? 10년 기간 정도 청년들의 초기정착과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공급이 절실하다. 지금 한국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인구 감소로 가까운 장래에 주택구입 수요가 고갈된다. 노후신도시가 재건축되어 입주할 시점이 그때이다. 이영석(전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 광주시 시민권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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