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칼럼] 아이를 위한 도시를 꿈꾸며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 입력 2024.03.28. 18:24

과연 우리 도시는 아동이 행복한 도시인가?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권리로서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제시하고 있으며, 정부의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서도 "아동이 행복한 나라"를 비전으로 아동 권리의 존중 및 실현과 아동이 현재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환경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도(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년간의 아동정책 추진으로 아동의 행복도는 과거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국가의 경제적 수준에 비해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낮은 수준이다.

유니세프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기반으로 아동 권리 보장에 필수적인 요소를 갖추고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를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13년을 시작으로 2023년 3월 현재 116개의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를 추진 중이며, 이 중 83개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아동권리 전담부서 설치, 아동친화적인 법체계와 아동의 참여체계 구축, 정기적인 아동권리 현장조사 실시, 아동의 안전을 위한 조치 등의 필수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아동친화도시 인증에 있어 특히 강조하고 있는 사항 중 하나가 안전 취약 환경 개선, 거주 환경 개선, 놀이·문화 공간 개선, 녹색환경 개선과 같은 아동친화적 공간조성이다.

주거환경과 근린환경은 아동의 신체적 발달과 정서적 안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밀거주, 필수설비 부족, 비위생적인 주택, 차량이나 범죄 등 위험에 노출된 근린환경 등 주거빈곤 문제는 아동의 행복감과 사회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반대로 풍부한 자연환경과 놀이공간을 갖춘 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주거취약가구는 약 60만 가구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아동·청소년 가구의 약 11%에 해당한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고 비닐하우스 등 비주거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동이 행복감을 충분히 느끼면서 신체적·정서적으로 잘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제 아동의 주거권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정부는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하여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거나 주거급여 등을 통해 지원을 확대하고는 있으나 수요에 비해서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단순히 집을 제공하거나 비용적인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떠한 주택이 아동을 위한 주거인지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주택정책에서는 아동가구 보다는 저출생 대책으로서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을 대상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비중을 두어 왔다. 즉 부모 입장에서 편하고 안심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육아지원 또는 육아친화 주거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하여 왔다. 이제 육아친화 주거공간을 넘어서 아동의 입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하며 즐겁게 성장할 수 있는 아동친화 주거공간에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놀이는 아동의 즐거운 일상을 넘어서 세상을 알아가는 배움의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에 놀이환경은 아동의 발달과 정서를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요소이다. 하지만 아동종합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놀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아동의 낮은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또 경제적 수준에 따라 아동의 놀이공간에 대한 접근성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게다가 어린이놀이시설이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다 보니 오히려 천편일률적이거나 아동의 창의성을 발현하기 어려운 놀이시설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다행히 2010년대 후반부터 일부 지자체와 민간을 중심으로 창의놀이터를 추진한 사례들이 주목을 받아 왔고, 단순한 놀이터 설치에서 확장하여 지역사회 차원의 통합 놀이자원망 확충으로 논의가 진행되면서 놀이시설 관련 정책과 사업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놀이시설 한 두개를 더 설치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도시가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아이들 스스로 자유로운 놀이가 가능한 크고 작은 다양한 공간을 적재적소에 확충하는 일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모든 아이들이 범죄나 차량 등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주거공간에서 성장하면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놀이를 마음껏 즐기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환경이 풍부한 아이를 위한 도시에서 자라기를 희망해 본다. 아이를 위한 도시는 우리 모두를 위한 도시다.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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